수강신청, 학생들이 내몰린 전쟁터 2020-09-11 00:33:53
이준성 기자 | 100leejs@hufs.ac.kr 조회수 31  댓글 0
지난달 10일부터 14일, 우리학교 2학기 수강신청이 진행됐다. 당초 수강신청은 지난달 3일부터로 예정됐으나 코로나19로 인한 수업방식검토 등을 이유로 일주일 연기된 바 있다. 또한 대면·비대면 수업의 혼재와 필수교양과목 수강신청 과정에서의 오류로 인해 다양한 혼란이 일었다. 이에 수강신청방식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현 시점에서 우리학교 수강신청의 실태와 문제점에 대해 알아보고 더 나아가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해봤다.

◆ 우리학교 수강신청 실태

이번 학기 수업은 대면과 비대면이 혼재된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에 재학생은 시간표를 구성하는 과정에서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1학년 수강신청일엔 서울캠퍼스(이하 설캠)에서 필수교양과목인 ‘미네르바 인문’과 ‘대학외국어’의 수강가능인원 표기가 잘못돼 혼란이 가중됐다. 이에 따라 설캠 학사종합지원센터(이하 학종지)는 전학년 수강신청일인 14일 오전 10시부터 11시 30분까지 1학년만 해당 과목의 수강신청을 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번 사안과 별개로 수강신청과 관련한 학생들의 문제 제기는 꾸준히 이어져왔다. 수강신청이 대학생활에서 갖는 중요성에 비해 그 과정이 지나치게 어렵거나 조악하단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외대학보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 사흘에 걸쳐 공식 SNS와 재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통해 우리학교 재학생 195명을 대상으로 ‘수강신청 실태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대다수 학생이 대학생활에 있어 수강신청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강신청이 대학생활에 미치는 영향력 관련 질문에 응답자의 89.2%가 ‘매우 크다’고 답변했으며 나머지 10.8% 또한 ‘크다’고 답했다. 수강신청의 난이도에 대해선 응답자의 84.1%가 ‘매우 어렵다’ 혹은 ‘어렵다’고 응답했다. 자신의 수강신청 결과에 대해 만족하지 못한단 응답자도 78.4%로 다수였다. 권혜영(사회·미디어 20) 씨는 “입학 후 두 학기 모두 1학년 수강신청일에 10학점 미만의 수업을 잡았다”며 “수강신청 전날엔 긴장감에 잠을 못 이룰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전했다. 모든 학생에게 중요한 수강신청이 대부분에게 어렵게 느껴진단 설문조사 결과는 변화의 필요성을 대두시킨다.


◆ 학생들의 수업권 위협하는 우리학교 제도와 행정

수강신청에 대해 재학생들이 제기한 문제는 근본적으로 우리학교의 학사 제도 및 행정 방식과 연결돼있다. 앞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관련 의견을 살펴볼 수 있다. 재학생들이 응답을 통해 제시한 우리학교 수강신청의 문제점은 크게 △강의 매매 문제△개인의 온라인 환경에 따른 편차△부족한 수강가능인원△수업의 교·강사 배정 및 대면 여부 미정 등이다. 각 응답마다 문제상황이 상이하지만 결국 핵심은 수강가능인원 부족이다.
수강가능인원 부족 문제는 전공·교양 필수과목에서 특히 심각하며 고학년일수록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설문조사 응답자 중 다수가 전공·교양필수과목 및 고학년 수강자의 수강가능인원 증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졸업을 위해 반드시 수강해야하는 과목과 졸업이 얼마 남지 않은 학년의 수강신청 부담이 더 적어야 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 상황인 것이다. 일부 응답자는 과목마다 증원기준이 천차만별이라 이런 혼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수강신청시의 이중전공생·부전공생 대우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다. 일부 과에선 이중전공생·부전공생의 수강신청이 본전공생에 비해 지나치게 불리하다. 따라서 이중전공생·부전공생이 1,2학년 수업을 수강하지 못한 채 3학년 수업을 수강하는 경우가 적지 않게 나타났다. 이 경우 개론 및 기초 수업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태에서 심화 내용을 배워야 하기 때문에 단계적인 학습이 이뤄지기 어렵다. 특히 설문조사에서 여러차례 언급된 경영학부 부전공생의 경우 정정기간을 통해서만 수강신청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추가학기나 계절학기없이 경영학부 부전공 이수학점을 모두 채우긴 어렵다.
온라인 접속 환경과 속도만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수강신청 방식 또한 문제다. 컴퓨터 사양이나 인터넷 환경에 따라 수강 가능 여부가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다. 수강신청 당일에 많은 학생이 PC방을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초라도 접속 시간을 당겨야 유리한 것이 우리학교 수강신청의 현실이다. 설문조사에서도 컴퓨터 사양과 같은 기술적 결함 및 미비로 인해 수강신청에 실패한 사례가 다수 나타났다.
이번 학기엔 대면·비대면 방식이 혼재돼 시행되기 때문에 학생들이 시간표를 짜는 과정이 보다 복잡해졌다. 이에 더해 일부 과목의 대면 여부와 교·강사 배치가 수강신청 이전에 확정되지 않아 학생들의 부담이 증폭됐다. 일부 학생은 대면 여부가 정해지지 않은 수업에 대한 불안을 겪었다. 또한 수강신청이 정정기간으로 연기된 교·강사 미배치 과목에 대해선 여전히 수강 가능 여부를 확정받지 못했다. 대면·비대면 문제는 수강신청 뿐만 아니라 학생의 생활권·주거권과도 직결된 문제이기에 사전에 확정지어야 했단 것이 여론이다.
강의 매매 문제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이 문제는 이미 수 학기 전부터 공론화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암암리에 성행하고 있단 것이 설문조사 응답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강의의 수요·공급 불균형에 있다. 학생들의 절박함을 이용해 경제적 이익을 취하려는 강의 매매 행위는 근절돼야 마땅하다. 또한 강의 매매가 계속해서 성행할 경우 수강신청에서 겪는 학생들의 어려움은 더욱 심화된다.


◆ 수강신청 환경개선에 대한 우리학교의 입장

설캠 학종지는 미네르바 인문과 대학외국어의 수강가능인원 표기 오류에 대해 실수라고 인정했다. 설캠 학종지 측은 신임 담당자가 지난 학기 수강신청 인원을 이번 학기 수강신청 인원으로 그대로 반영해 일어난 사고라고 해명했다. 지난 학기엔 신입생과 기존 1학년이 나뉘어 수강신청을 진행했는데,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1학년 인원 수를 적게 기입했단 것이다.
한편 설캠 학종지는 일부 수업의 교·강사 배치 및 대면 여부 결정이 늦어진 것에 대해 외국인 학생을 배려하는 과정에서 생긴 지연이라고 설명했다. 학종지는 수업의 외국인 학생 비율과 외국인 학생의 대면 수업 참여 가능 여부에 따라 전면 대면 수업 혹은 대면·비대면 수업 병행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에 과목별로 상황을 파악하다보니 결정이 늦어졌단 것이다. 윤병호 설캠 학종지 팀장(이하 윤 팀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여러모로 기간이 촉박했다”며 “학생들의 양해를 부탁한다”고 전했다.
우리학교는 ‘학생징계규정’에 강의 매매에 대한 유기정학 등의 처벌 근거를 마련해놓고 있다. 더불어 양 캠퍼스 학종지는 해당 문제와 관련해 강의 수강 포기(이하 드랍) 시스템을 개선하는 중이다. 기존엔 강의를 드랍할 경우 수강신청 서버에 공석이 동시에 올라왔지만 시스템 개선 후엔 무작위 시간대에 풀리게 된다. 이 방식에선 공석이 서버에 올라오는 시간을 예측할 수 없기에 강의 매매 및 양도가 불가능하단 것이 학종지 측의 설명이다. 해당 시스템은 다음 학기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또한 양 캠퍼스 학종지는 이번 달 28일, 필수교양과목인 대학외국어 수업 4개와 컴퓨팅 사고 수업 3개의 추가 개설을 결정했다. 더불어 설캠‘HUFS Career Design’과 ‘체육(운동과 건강)’ 과목도 증원됐다. 이에 대해선 정정기간에 수강신청을 가능토록 했다. 설캠 학종지 관계자는 학생들의 요청에 따라 해당 조치를 취하게 됐으며, 대학외국어와 컴퓨팅 사고 수업의 경우 적절한 학생 수 배분을 고려해 증원 대신 추가 개설의 형태를 선택했다고 전했다.
다만 수강신청 방식의 근본적 개선에 대한 질문에 설캠 학종지 관계자는 “학생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최대한의 편의를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내놓았다. 글로벌캠퍼스 학종지 관계자는 “학생들의 피드백을 수용하지만 각 학과와의 협의가 필요한 부분도 있다”며 학종지가 중계자 역할을 수행함을 강조했다.


◆ 앞으로 우리학교 수강신청이 나아가야 할 방향

앞선 설문조사에선 △고려대학교△숙명여자대학교△연세대학교 등이 바람직한 수강신청 사례로 언급됐다. 고려대학교의 경우 수강희망과목을 등록한 후 해당 과목의 수강희망자가 수강제한인원을 넘지 않으면 자동으로 수강신청이 이뤄지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숙명여자대학교는 △성적△이수학점△학년 등 다양한 기준으로 수강신청 우선순위를 설정한다. 연세대학교의 경우 학생마다 단과대학 수강가능학점에 비례한 마일리지를 배당한 후 이를 이용해 수강신청을 진행한다. 위 대학들의 수강신청방식이 가진 공통점은 예측불가능성이 적단 점이다. 자신의 수강신청 결과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기에 다음 계획을 세울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이는 수 초 안에 수강신청의 성패가 결정돼 전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우리학교의 수강신청방식과 비교된다. 황다현(통번역·일본어 16) 씨는 “수강제한인원이 너무 적어 현재의 방식으론 추가학기 없이 졸업하기 힘들다”며 “우리학교가 학생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최근 본분인 교육보다 이윤 추구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일부 대학의 운영 방식에 대해 사회적인 논의가 일고 있다. 수강신청과 같이 학생의 수업권과 직결된 영역에서 권리 향상을 위한 요청이 반복적으로 무시된다면 우리학교 역시 이런 논란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이준성 기자 100leejs@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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