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되는 학생 선거, 기울어가는 학생 자치 2020-12-04 11:30:30
이준성 기자 | 100leejs@hufs.ac.kr 조회수 72  댓글 0
 
지난달 9일, 우리학교 서울캠퍼스(이하 설캠) 제55대 총학생회장 선거 가 무산됐다. 출마자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학생 자치 침체에 이번 해 코 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도 작용했지만, 그 것이 전부는 아니다. 예전부터 우리학교 설캠과 글로벌캠퍼스(이하 글 캠) 총학생회장단 선거는 수차례 무산돼왔다. 단과대학(이하 단대)이나 학과·학부 차원의 선거도 마찬가지다. 이번 해 우리학교의 20개 단대 중 선거가 치러지는 곳은 7개 뿐이다. 학생회장 선거는 학생사회 활성화의 척도다. 반복적으로 선거가 무산되는 이유와 이를 극복할 방안에 대해 알 아보자.
◆우리학교 학생선거 현황과 선거 무산의 의미
우리학교 각 단위별 학생 선거 및 총학생회장 선거는 매해 11·12월 에 치러진다. 해당 선거가 무산되면 다음 해 3·4월에 보궐선거가 시 행되고 이마저 무산될 경우 해당 단위는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 위) 체제로 운영된다. 이번 해 우리학교 20개 단대 중 후보자가 출마하 지 않아 선거가 무산된 곳은 설캠 9곳, 글캠 4곳으로 총 13곳이다. 일 부 단위에선 선거가 진행됐으나 투표 정족수 미달로 무효화 되기도 했 다. 또한 설캠의 경우 후보 부재로 총학생회장 선거마저 미뤄졌다. 이 미 설캠 총학생회(이하 총학)는 △2016년△2017년△지난해에, 글캠 총학은 △2014년△2016년△2018년에 비대위 체제로 운영된 바 있다. 특히 지난 5년 중 3년간 비대위 체제였 던 설캠은 다시 전체학생대표자 자리가 공석이 될 위기 에 처했다.
우리학교 총학생회칙에 의하면 비대위는 총학생회장 단과 중앙집행위원회(이하 중운위)가 궐위될 경우, 그 기간 동안 상시 업무를 담당하는 집행기구다. 따라서 이는 총학생회장단과 중운위에 준하는 업무 권한을 갖 는다. 하지만 비대위의 실제 실무 과정엔 어려움이 있 다. 지난해 설캠 제53대 총학 비대위장을 역임했던 이 선범(서양어·포르투갈어 17) 씨(이하 이 전 비대위장) 는 비대위와 선출된 총학 간의 가장 큰 차이로 정당성 을 꼽았다. 비대위는 중운위원 파견을 통해 구성되며 비대위장은 중운위 내부 투표를 통해 선출된다. 추후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의 인준을 받긴 하지만 전체 학생 의 직접 투표로 선출된 총학에 비해 그 입지가 약할수 밖에 없다. 이 전 비대위장은“ 학교 측에 요구사항을 전 달하면 학교 측은 그 기저의 학생 지지 정도에 대해 의 구심을 품었다”며 비대위가 정책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많은 시간 을 할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53대 비대위가 지난해 전체학생총회 성사에 총력을 기울인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선거 무산이 반복되는 원인
우리학교의 반복적 선거 무산 원인으론 △코로나19 여파△학생 사회 에 대한 무력감△학생의 개인화 등이 공통적으로 거론됐다. 이 전 비 대위장은 우리학교 학생들이 학생 사회에 느끼는 무력감을 언급하며 구성원 요구 반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우리학교 총학의 핵심의제가 몇 년째 비슷하단 점을 지적했다. 낡은 의제만이 다뤄지고 있진 않은지 돌아봐야 한단 것이다.
또한 총장선출권 분배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학생들의 무 력감을 해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이 원하는 바를 총학이 관철하 는 것이다. 하지만 총학의 힘만으로 이를 실현하긴 어렵다. 이 전 비대 위장은 총장선출권을 쟁취해 학생이 총장을 비롯한 학교 집행부를 견 제할 때 비로소 이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고재욱(인문·철학 16) 우리학교 인문대학 비대위장(이하 고 비대위 장)은 학생 사회 침체 원인으로 학생의 개인화 경향을 지목했다. 취업 이 어려워지고 소위‘ 스펙’이 중요해지며 학생이 학생 자치에 관심 기 울일 여유를 갖지 못한단 것이다. 하지만 이 전 비대위장은 이런 학내 분위기 변화를 단순한 학생들의 와해보단 학생 요구의 다양화로 읽어 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학내 분위기가 변화하며 도서관 개방 시간 연장과 같은 학습 공간 관련 요청이 늘어난 점이 예시다”며 다양해진 학생 요구에 대한 대응을 촉구했다.
고 비대위장은 코로나19 여파도 무시할 수 없단 입장이다. 이번 해 초에 예정된 새내기 맞이 행사가 줄줄이 취소돼 학생회 홍보 기회가 줄며 학생 사회로 유입되는 인원이 현저히 감소했다. 또한 축제와 같 은 주요 행사가 모두 온라인으로 이뤄지며 학생회의 방향성 및 성과 등에 대해 환기할 기회도 적었다. 백다율(통번역·태국어 20) 씨는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선거에 대한 학생들의 열정이 반감된 것 같다” 며“ 학교로부터 몸이 멀어지니 자연스레 흥미가 떨어진 것도 사실이 다”고 말했다. 김민기(사회·미디어 19) 사회과학대학 미디어커뮤니 케이션학부 학생회장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학생이 학생회장 출마를 고 민하거나 이를 위한 경험을 쌓을 시간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미디 어커뮤니케이션학부도 후보자 부재로 이번 해 선거가 무산됐다.
선거 무산을 포함한 학생 자치의 위기가 갑자기 생긴 건 아니다. 1990년대까지 전국 각 대학 총학은 민주화 운동의 주축으로 활발히 활동했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며 우리나라가 민주주의의 틀을 갖췄 고 이에 따라 총학의 사회적 입지도 자연히 작아졌단 의견이 많다. 총 학 선거 불발이 잦아진 것도 이 시점부터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이러한 흐름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행사 주최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학생회의 역할이 불분명하단 지적이 많다.
◆학생 자치 활성화 방안
이 전 비대위장은 앞서 언급된 학생의 무력감 탈피를 위해 학생회가 사안의 경과 및 성과를 수시로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이 정책 진행 상황을 모른 채 기다리기보단 각 사안의 처리 과정과 성과를 세 세히 공유할 때 효능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필수의제에 대 해 학생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새로운 소통 채널 구축도 강조 했다. 학생회가 기존 의제에 매몰되지 않고 새로운 요구에 귀 기울여 야 한단 것이다. 고 비대위장은 코로나19 사태 완화가 학생 사회 활성 화를 위한 가장 빠른 길이라고 말했다. 현 상황만큼 코로나19 이후의 상황도 중요하다. 코로나19로 인해 혼란해진 학내가 다시 봉합되기 위 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각 단위와 총학이 협력해 이에 대비해야 한다.
학교의 역할에도 주목해봐야 한다. 우리학교 설캠 총 학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학교 운영을 위해 자치회비 일부를 양보했다. 학교의 건전한 재정 운영이 곧 학생 자치의 바탕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학교 역시 학 생 활동이 이어질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제공이나 빈도 높은 학교·학생 간 의사소통 등을 통해 학생 자치에 적 극적인 관심을 보여야 한다.
선거 무산과 관련해 의견을 낸 인원 모두가 우리학교 학생 사회의 미래가 마냥 밝지만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우리학교 구성원이 학생 자치의 중요성을 인지하 고 뭉쳐야 한단 점에도 의견을 같이 했다. 다가오는 3월 보궐선거엔 우리학교 학생 사회가 단합해 변화된 모습 을 보여야만 나아진 결과를 받아들 수 있다.


이준성 기자 100leejs@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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