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 부는 변화의 바람 ‘미투 운동’ 2018-04-12 17:20:53
정동민 기자 | 95won01000@hufs.ac.kr 조회수 80  댓글 0
 
미투 운동을 통해 △정치계△연예계△문화예술계 등 사회 곳곳에서 권력형 성폭력의 실상이 공개되고 있다. 대학가 역시 예외는 아니다. 전국 대학이 각종 성추문으로 몸살을 앓으며 이에 대한 폭로가 지속됐고 우리학교 또한 논란을 피할 수 없었다. 현재 우리학교의 연관검색어로 ‘한국외대 미투 교수’, ‘한국외대 미투’가 뜰 정도로 교내 미투 운동이 화제가 된 상황에서 전국 대학가와 우리학교의 미투 운동 현황 및 대처를 알아봤다.

◆ 미투 운동, 전국 대학에 울리는 경종
전국 각지의 대학이 성폭력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지금까지 △서울대△이화여대△동덕여대 등 여러 대학교에서 성폭력 사실이 연이어 폭로됐다. 서울대 H 교수는 여학생에게 어깨동무를 하고 팔짱을 끼는가 하면 “남자 없이 못사는 여자가 있다던데 쟤가 딱 그 케이스다”라며 공개적인 자리에서 학생을 비방했다. 이에 대한 학교 측의 징계 발표는 수개월째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화여대에선 관현악과 전공 지도교수인 A 교수가 개인 레슨 시간에 여러 차례 학생의 외모를 평가하거나 성희롱을 하고 특정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등의 성폭력을 일삼았다. 이와 같은 폭로에 A교수는 대부분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이대학보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관현악과 성폭력 사건 비상대책위원회가 마련한 기자회견이 약 300명의 학생 참여 하에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우민주 조형예술대 공동대표는 “예술계 특성상 피해자는 오랫동안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또한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은 “학생 참여 아래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며 “더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같이 학교를 다니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처벌에 대한 뜻을 전했다.
동덕여대에선 하일지 교수가 김지은 씨(안희정 전 충남지사 수행비서)를 언급하면서 “피해자가 알고 보니 이혼녀”라며 “이혼녀도 분명히 욕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희롱뿐만 아니라 한 학생과 식사 후 갑자기 한쪽 팔을 잡고 끌어당기며 입을 맞추는 등의 성추행 의혹 또한 불거졌다. 이에 대해 하 교수는 지난달 19일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성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끝내 묵인했다. 동덕여대학보는 “그는 마땅히 일련의 발언에 대해 책임지고 사죄해야 한다”며 “더 이상의 괴변은 자신을 스스로 욕보이는 것과 다름없다”고 전했다. .

◆ 우리학교, 끊이지 않는 성추문
지난달 15일 우리학교 통번역대학 L 교수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학원생 3명을 성희롱·성추행한 사건이 밝혀졌다. 잇따른 제보에 L 교수는 학생들의 주장이 사실임을 시인했다. 사건 이후 L교수는 지난 17일 유명을 달리했고, 우리대학 측은 모든 사건과 관련된 조사를 중지했다.
또한 지난달 19일 우리학교 페이스북 페이지 대나무 숲에서 우리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에 관한 제보 글이 올라왔다. 학생이 아닌 강사의 폭로였다. 익명의 제보자는 “S 교수는 중동 전문가로서 여러 언론에 자주 출연해 사회적으로 유명하다”며 “논문을 마무리하는 것을 도와준다는 것을 미끼로 밀착해서 모니터를 같이 봤다”고 전했다. 이어 “차를 타고 밥을 먹은 이후 모텔에 가자고 했다”고 말했다. 또한 익명의 제보자는 “강사가 된 이후 엠티에 가서도 교수님들 마실 커피를 타러 1층으로 내려오자 S 교수가 따라 내려와 절 마구 껴안고, 입 맞추려 하고, 주방 옆방으로 끌고 들어가려 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S 교수는 “교수직을 포함한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고 반성하는 삶을 살겠다”고 전했고, 이어 “성숙하지 못한 언행으로 제보자의 마음에 상처와 고통을 입힌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며 모교와 동료 교수님, 학생들의 명예를 실추시켜 죄송하다”며 교수직에서 물러났다.
권력형 성폭력이 주를 이루는 우리학교 미투 운동의 흐름 속에서 권력하위에 위치한 학생들은 젠더권력 앞에 무방비 상태로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일과 40기 이윤영 씨는 “대학원의 경우 수업이 소수로 진행되며 주임교수의 지도하에 연구가 이뤄지고 함께 통번역 기술을 훈련 한다”며 “교수랑 가깝고, 학생들의 생활이 교수에게 달렸다는 생각에 쉽게 말하기 힘든 구조인 것 같다”고 전했다.
앞선 제보에 이어 또 다시 우리학교 페이스북 페이지인 대나무 숲에 그리스불가리아 학과 K 교수가 성추행을 했다는 글이 게시됐다. 글이 게시된 후 추가적으로 4명의 피해자가 K 교수에 대한 미투 운동에 동참했다. 피해자들의 공통된 진술에는 K 교수가 “안마를 해준다며 어깨를 주무르다가 옷 속으로 손을 미끄러뜨려 가슴을 만지려 했다”며 “목과 귀를 핥고, 치마 속으로 손까지 넣었다”등의 추행 사실이 담겨있었다. 결국 이 사건으로 K 교수는 입학처장 자리에서 해임됐고, 모든 수업에서 배제됐다. 피해자는 “피해 당시 주변에 조심스레 알렸을 때 묵살당한 충격이 있었고, 학과 내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쉽게 나서지 못했다”고 말했다. 우리학교 학생 J씨 또한 “소수어과 특성상 인원이 적어 교수와 학생 사이의 관계가 가까워지기 쉽고 교수에게 잘못보이면 취업하기 힘들어진다는 말을 주위에서 듣는다”고 전했다. 이어 “권력이 오용되는 사례를 이번 미투 운동을 통해 많이 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교내에 부는 변화의 바람
우리학교 여교수협의회(이하 누리회)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미투(Me too) 운동’, ‘위드유(With you)운동’에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누리회에서는 지난달 27일 ‘성폭력 없는 한국외대의 클린 캠퍼스’를 제안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에 더해 누리회는 학내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성명서에 대한 지지서명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성명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또한 전국대학노동조합 한국외국어대학교지부(이하 노조)에서도 지난달 22일 미투운동 지지 성명서를 발표했다. 노조는 우리 대학 어느 누구도 피해자의 고통스런 호소에 귀 기울이거나 2차 가해와 고립으로부터 보호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모든 성폭력과 성차별에 반대하고 불평등한 권력관계 속 인권유린과 부조리에 맞선 여성의 인간선언, ‘미투 운동’을 적극 지지한다고 표명했다.

이러한 학교 측의 입장표명에 이성도(사회·미디어 17)씨는 “위 성명서들을 보며 성폭력 문제로 얼룩진 우리학교가 변화했으면 좋겠다”며 “내 동기, 후배, 선배들이 성폭력 문제가 없는 깨끗한 학교를 다녔으면 좋겠고, 위 성명서가 변화의 시작이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번 성명서를 통해 우리학교에 어떤 변화의 바람이 불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정동민 기자 95won01000@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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