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지구 끝의 온실’은 모든 생명을 죽게 하는 자가증식 먼지 ‘더스트’가 온 지구를 뒤덮은 상황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절박하고 혼란스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살아남는다. 더스트에 내성이 없는 사람은 이미 다 죽고 생존자는 더스트를 피하기 위해 돔 시티를 만들어 그 안에서 작은 공동체를 구성한다. 반면 돔 시티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더스트로 가득한 바깥세상에서 지낼 곳을 찾아다니며 다른 사람을 약탈하거나 빈집을 턴다. 돔 시티 안의 사람은 약한 사람에게 절대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 돔 시티를 찾아와 들여보내 달라고 애원하는 사람을 ‘침입자’라고 칭하며 망설임 없이 죽인다. 이는 모두 공동체 유지란 명목하에 이뤄진다. 우리의 세상도 소설 속 세상처럼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다. 2019년부터 현재까지 세상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혼란에 빠져있다. 코로나19가 시작된 초기에 확진자를 향한 날 선 시선들이 있었다. 공개된 확진자의 동선에 당연하단 듯이 비난과 혐오 표현을 퍼부었다. 얼마 후엔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하는 것이 사생활 침해라며 반대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소설 속 돔 안의 사람들과 돔 밖의 사람들처럼 대립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사람들 사이의 갈등은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고 접종이 본격화되며 더욱 깊어졌다. 백신 부작용으로 보이는 안타까운 죽음에 사람들은 분노했고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엔 백신 패스 철회를 호소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코로나19는 사람들에게 △슬픔△절망△혐오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전달했고 우리는 계속 이 감정을 인내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보여준 사람이 많다. △방역을 위해 노력한 전 세계의 의료진△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한 연구원△방역수칙을 잘 지켜준 사람들까지 모두 이 시대의 영웅으로 남을 것이다. 희망을 심는 사람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주인공 ‘레이첼’과 ‘지수’의 마을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온실에 식물이란 희망을 심었고 이 식물은 결국 더스트로부터 지구를 해방하는 데 큰 기여를 한다. 끝까지 마을을 지키고자 했던 사람들의 간절함이 마침내 세상을 구한 것이다. 우리의 지난 2년은 책 속 상황과 많이 닮았다.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 온실을 그렸다. 레이첼과 지수가 그토록 애정하던 세상이 궁금했고 책을 덮을 때쯤 그 세상이 우리가 지금 살고있는 지구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의 작가인 김초엽 씨는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세계를 마침내 재건하기로 결심하는 사람들과 그 마음에 대해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의 노력에도 코로나19는 쉽사리 물러서지 않고 있지만 언젠간 이 바이러스는 종식될 것이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 세계를 재건하기로 다짐하는 모든 사람들을 응원한다.
양진하 기자 04jinha@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