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세계의 도시화율은 50%에 달한다. 심지어 우리나라는 인구 10명 가운데 8명 정도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해 아는 것이 얼마나 될까? 책 ‘보이지 않는 도시’의 저자인 ‘임우진’ 건축가는 우리나라에서 30여 년, 프랑 스 파리(Paris)에서 20여 년을 생활하며 두 문화권을 모두 경험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의 문화와 다른 나라의 문화를 비교하 며 각 나라의 사람들에게는 익숙해서 보이지 않았던 도시의 숨겨 진 이면을 보여준다.
다양한 민족이 섞여 다문화 환경을 형성해온 서구의 도시 건축과 우리나라의 도시 건축은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역사적으로 다양한 생활 방식과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지내온 서양의 경우 모두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다양성을 존중한다. 반면 단일 언어와 단일 민족의 영향으로 오랫동안 공동체주의 문화를 경험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른 사람도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생각의 차이는 도시 문화 를 형성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친다. 서구의 도시에서는 각자의 가 치관이 다르기에 사회 구성원 모두가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고 생 각하지 않는다. 이러한 점은 자신과 다른 특성의 인간을 쉽게 신뢰 하지 않는 서구의 문화적 특징을 만들었다. 이는 도시 건축에서 확 인할 수 있다. 지하철역 내부 벤치의 경우 우리나라는 여러 명이 자 율적으로 앉을 수 있는 긴 평상 형태이지만 영국은 오직 정해진 수 의 사람만 앉을 수 있도록 팔걸이로 자리를 구분한다. 길거리 무단 주차와 관련해서도 우리나라는 이를 강하게 규제하기보다는 주차 단속원이나 단속 카메라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운전자를 감시하는 정도에 그친다. 반면 유럽의 대도시는 보도의 턱을 높여 불법 주정 차가 불가능한 구조를 적용해 시도 자체를 막는 강한 규제를 시행 한다. 이러한 도시 문화의 차이는 공동체에 대한 신뢰와 인간에 대 한 기대의 여부로부터 비롯된다.
문화는 비단 도시 건축에만 영향을 주지 않는다. 우리의 공동체 주의 문화는 언어에도 영향을 미쳤다. 문화권에 따라 같은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다른 단어를 사용한다는 사실이 이 점을 명확히 보 여준다. 예를 들어 개인이 속한 국가를 표현할 때 우리나라 사람들 은 ‘우리’나라라고 하지만 영어로는 ‘my’ country라고 한다. 우리나 라를 칭할 때 ‘나의’ 나라라고 칭하는 우리나라 사람은 없으며 외국 인이 ‘our’ country라고 표현하는 것 또한 부자연스럽게 들린다. 이 처럼 문화는 다양한 방면에서 차이를 만들어낸다. 익숙해서 보이지 않는 우리 문화를 다른 나라의 문화와 비교해보면 이를 더욱 객관 적으로 인지할 수 있다. 변화하는 사회에 맞는 새로운 문화를 창조 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 문화에 대한 객관적 인식이 필요할 것이 다.
김예주 기자 05yejoo@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