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에 입학한 후 내가 지내온 삶은 거의 0에 수렴했다. 코로나 학번이었기에 무기력하게 누워 하루를 통째로 날려버린 일도 다반사였다. 때론 ‘청춘이니까’라는 명목하에 미래에 대한 고민 없이 놀기도 했다. 무료한 삶이 반복되는 순간 속에서도 한가지 잃지 않았던 습관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기사 모니터링이었다. 언론에 관심이 많았고 사실관계가 적나라하게 파헤쳐진 신문 기사들을 읽으며 막연히 기자 활동을 동경해왔다. 그러던 와중에 우연히 외대학보 106기 수습기자 모집 공고문을 보게 됐다. 특히 모집 공고를 본 그때의 내 감정은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가슴 속의 울림과 한편으론 기자 활동을 잘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망설임이 공존했다. 지원서 제출 마지막 날이 돼서야 난 고민 끝에 자기소개서를 한 자씩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가 갖고 있는 이 떨림과 열정을 지원서에 최대한 녹여내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수습기자로 선발 될 수 있었다. 며칠 동안은 외대학보의 일원으로서 해나갈 기자 생활에 대한 기대감에 가득 차 들떠 있었다.
수습기자 교육을 마치고 정기자로서 그렇게 고대하던 첫 마감을 해보니 생각보다 강도 높은 학보 활동으로 인해 신체적으로도, 심적으로도 힘들었다. 이러한 고됨은 비단 첫 마감뿐만이 아니다. 학업과 병행하면서 기자로서의 사명감을 지켜내는 것과 매 호 당위성 및 시의성을 모두 갖춘 기삿거리를 찾는 것에 늘 압박받곤 한다. 또한 평생 기사를 읽기만 하고 기사문 쓰기엔 익숙하지 않던 내가 외대학보 스타일에 맞춰가면서 기사를 써 내려가는 것도 고역이었다. 더 정교한 글을 쓰기 위해 밤새도록 고민하고 더 정확한 기사를 내보 내기 위해 늦은 시간까지 취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무엇보다 고심해서 써온 제안서가 반려됐을 땐 실망감으로 휩싸여 당장이라도 학보를 그만두고 싶은 충동이 일은 적도 많았다.
그럼에도 내가 외대학보를 사랑하는 이유는 외대학보만이 전하는 감동이 있기 때문이다. 학보 내에선 사소한 기사 따윈 없다. 어떤 기사든 모두 진심이 담겨있으며 학보 구성원 들은 모두 유의미한 기사를 쓰기 위해 밤을 새우며 퇴고하고 또 퇴고한다. 결코 완성된 기사에 대해 자만하지 않으며 겸손한 자세로 다음 호를 위해 준비할 뿐이다. 난 자극적이지 않고 한결같은 외대학보의 방식이 좋다. 학보사실에서 학내 사안에 대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동료들도 있어 든든하다. 그리고 학내 사안의 본질을 꿰뚫는 국부장단의 안목이 담긴 조언은 모두를 성장시킨다. 외대학보의 기자 생활은 비로소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끔 해준다.
학보로 인해 내가 지내고 있는 삶의 밀도는 높아지고 있다. 물론 삶의 밀도가 촘촘해지면서 감당해야 할 일은 많아지겠지만 학보에서 얻는 가치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현재 난 외대학보에 몰두하는 삶을 살면서 견고한 사람들로 모여진 이 집단의 일원이라는 것이 자랑스럽고 그저 내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잘 해내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하다. 기사 쓰기의 고뇌는 신문이 발행될 때마다 느끼는 그 짜릿함의 기억으로 무마시키고 난 오늘도 외대학보에 정진한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슬램덩크’의 명대사가 떠오른다.
“당신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인가요?” 밀도 높은 삶 속에서 몰두하는 나를 발견한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