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이 우리나라의 △문화△예술△전통을 자국의 것이라 주장하며 예속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신 동북공정’ 혹은 ‘문화공정’으로 불리는 현 사태는 우리나라의 △김치△설날△태권도△판소리△한복 등 다양한 문화 예술 분야에 걸쳐 발생해 우리나라와 중국 누리꾼 사이 치열한 공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양국 간 문화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임대근 우리학교 융합인재학부 교수(이하 임 교수)와 이상환 우리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이하 이 교수)를 만나 현 사태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Q1. 현재 중국의 문화 예속이 중국 정부가 ‘전파공정’을 통해 조직적으로 추진하고 있단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파공정이란 무엇인가요?
임 교수: ‘‘중화 문명 전파공정’에서 ‘전파’는 ‘알린다’는 뜻을 지닙니다. 이는 지난 2016년 중국 사회과학원의 왕웨이 연구원이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제시한 개념으로 중국의 고고학적 성과를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만들어 해외에 알린단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는 △교과서 편찬△방송 제작△전시회 개최 등을 통해 중국의 고대 문명을 해외에 알리려 했습니다. 이후 중국 정부는 2017년 △국민 교육△문화유산 전승 및 보호△대외 문화교류 추진 등의 계획을 담은 ‘중화 우수 전통문화 전승 발전 공정에 관한 의견’을 발표했어요.
Q1-1. 중국이 전파공정과 문화를 예속시키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 교수: 국력엔 국방력, 경제력 같은 물질적 자원의 ‘경성국력’과 외교력, 문화력 같은 비물질적 자원의 ‘연성국력’이 있습니다. 중국은 21세기 들어 경성국력의 강화로 국제사회에서 지배적 위치와 권력을 얻었어요. 그러나 연성국력 측면에선 아직 지도국과는 거리가 멀죠. 중국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국제사회에서 이미지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Q2. 아시아에서 중국과 비슷한 전통과 문화를 가진 나라가 많은데, 과거에 중국이 우리나라 문화 말고도 다른 문화를 예속시키려던 사례가 있나요?
임 교수: 중국 내 소수민족인 조선족과 몽골족의 문화를 예속시키려 했습니다. 중국은 여러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국가예요. 55개의 소수민족 중 조선족과 몽골족은 중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 뿌리를 두고 있어요. 그러나 현재 이 소수민족의 무형문화유산 대부분이 중국의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습니다. 몽골족의 △공연△문학△음악△춤 등과 조선족의 △가야금△그네뛰기△씨름△장구△추석△한복△혼례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 교수: 베트남의 ‘아오자이’와 일본의 ‘기모노’가 중국에서 유래된 복식 문화라 주장하며 패권적 중화사상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중국의 이런 태도는 과거엔 부각되지 않았어요. 하지만 최근 중국의 위상이 높아지며 중화사상은 노골적인 형태로 드러났고 주변국들과 갈등을 빚고 있죠.
Q3. 이전의 ‘동북공정’*과 달리 현재 중국과의 문화 갈등에 대해 우리나라 정부는 뚜렷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까닭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임 교수 : 최근 우리나라와 중국 사이에서 벌어지는 문화갈등은 과거의 동북공정과는 다릅니다. 동북공정은 중국 정부가 나서서 공식적으로 추진했기에 우리도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했어요. 그러나 최근의 갈등은 정부 차원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외교적으로 대응하기가 쉽지 않아요. 외교적 대응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국익을 면밀히 고려해야 하기에 섣불리 입장을 표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이 교수: 우리나라 정부는 이 사건에 집중해서 얻을 이점이 없기에 중국 정부와 불필요한 외교적 마찰을 피하려고 합니다. 중국의 동북공정 논쟁에 대한 노무현 정부의 적극적 대응과 달리 이번 논쟁에 대해선 다른 차원의 대응을 준비하고 있으리라 봅니다.
Q3-1. 현 사태에 대해 한국 정부는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임 교수: 우리나라와 중국은 건강한 문화교류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마침 두 나라는 다음 해 한중수교 30주년을 앞두고 이번 해와 다음 해를 ‘한중 문화교류의 해’로 선언했어요. 이를 기회로 그간 멀어졌던 양국 간 문화교류를 복원하고 새로운 소통의 장을 열어나가야 합니다.
이 교수: 우리의 유·무형 문화유산이 상품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브랜드화△상표권△제품의 품질 개선 보호와 같은 체계적인 대처가 필요합니다. 공공외교 차원의 홍보도 중요하죠.
Q4. 중국의 문화 예속화 시도가 국제법에 저촉되지 않는지 궁금합니다.
임 교수: 최근 문제가 되는 부분은 주로 무형문화유산과 관련 있어요. 무형문화유산의 국적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하는 문제는 △역사△전승△현재 상황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해야 합니다. 국제법상에서도 이런 문제를 단언해서 정리하긴 어려울 거예요. 따라서 이런 문제에 대해 학자들이 나서서 연구 결과를 공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교수: 유형문화유산 소유권 관련된 문화재 반환 법안은 20세기 중반 유네스코(UNESCO)를 중심으로 마련되긴 했지만 잘 이뤄지진 않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무형의 문화 예속은 이를 판정하고 시정할 실효성 있는 제도적 장치도 없는 것이 현실이죠.
Q4-1. 우리나라와 중국의 문화 갈등을 중재해줄 만한 국제기구나 기관이 존재하나요?
임 교수: 문화와 관련된 사안을 다루는 가장 큰 국제조직으론 유네스코가 있어요. 유네스코는 세계문화유산을 △보호△전승△증진하는 업무를 수행합니다. 2003년엔 ‘무형문화유산 보호 협약’을 채택해 국제적 협력도 규정했죠. 그러나 유네스코에서 국가 간 문화갈등을 의제로 다루진 않습니다. 의제가 분쟁을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에요.
이 교수: 문화 갈등과 관련된 국제제도가 존재하나 이를 실효성 있게 중재할 권한이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결국 분쟁 당사국끼리 해결할 수밖에 없어요. 이번에 김치와 파오차이 논쟁의 경우는 국제표준화기구에서 중국의 절임 채소인 파오차이가 국제표준 인증을 받은 것에서 비롯됐어요. 하지만 국제표준화기구는 파오차이가 김치와는 다른 음식이란 점을 적시한 바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갈등이 해결되지 못하고 이어지게 된 것입니다.
Q5. 해외에선 우리나라와 중국 간의 문화 갈등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임 교수: 중국과의 문화갈등에 대해 맹목적으로 중국 편을 드는 경우는 드뭅니다. 최근 중국의 자국 중심적 성향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도 감정적 상처를 받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죠. 김치와 파오차이 논쟁이 불거졌을 때 많은 외국인이 ‘김치는 한국의 것’이란 입장을 보여줬어요.
이 교수: 중국의 패권 전략에서 비롯된 충돌로 보고 있어요. 중국이 주변국들을 역사적으로 중국 영토의 일부로 규정함으로써 오늘날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정당화하려 한단 것입니다. 대륙 세력으로서 우리나라를 자국의 영향권 아래 두려는 중국의 무리한 추진 전략은 국제사회의 거부감을 야기하고 있죠.
Q6. 우리나라 대학생은 중국과의 문화 갈등을 어떤 태도로 바라봐야 할까요?
임 교수: 특정 문화가 고정불변의 국적을 가질 수 있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요. 우리가 중국의 한자와 유가를 수용해 우리 식으로 재해석한 것처럼 우리 문화도 해외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수 ‘방탄소년단’의 노래가 우리나라 전통 음악이 아니라 서양 팝(POP) 음악에 바탕을 두었지만 전 세계에서 케이팝(K-pop)이란 장르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사례만 봐도 알 수 있어요. 최근 문화 갈등은 대체로 그것의 기원과 국적에 관한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문화의 기원도 중요하지만 오늘날 문화가 어떤 모습으로 △보존△전승△재해석되는지도 중요합니다.
이 교수: 중국의 문화 예속을 간과해선 안 됩니다. 우리나라 대학생은 글로벌 문화 인식공동체의 리더로서 온·오프라인에서 역할을 다해야 해요.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이하는 다음 해엔 양국 간 인도주의에 부합하는 가치가 공유되길 바랍니다.
*동북공정: 중국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중국 역사로 만들기 위해 2002년부터 중국이 추진한 동북쪽 변경지역의 역사와 현상에 관한 연구 프로젝트
임세은 기자 02seeu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