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에의 강요> - 잘못된 인정 욕구와 파멸 -

등록일 2022년11월23일 16시5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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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파트리크 쥐스킨트(Patrick Suskind)’(이 하 쥐스킨트)는 1949년 독일 암바흐(Ambach)에서 태어나 뮌헨대학교(University of Munich)에서 역사학을 공부했다. 그는 젊은 시절부 터 작가로 활동해 여러 단편 소설을 썼으며 1984년에 출간된 작품 ‘콘트라베이스’ 를 통해 크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1985년에 출간된 소설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는 쥐스킨트의 여러 작품 중 가장 잘 알려져 있고 국제적으로도 많은 찬사를 받은 책으로 꼽힌다. 이 작품은 2,000만 부 이상의 판매기록을 달성했으며 2006년 영화화되기도 했다. 쥐스킨트는 독일어 언어권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 중 한명이지만 △구텐베르크 문학상△투칸 문학 상△F. A. Z 문학상 등 유수의 문학상 수상을 거부하고 인터뷰와 사진 찍히는 일조차 피하며 오직 작품을 통해서만 독자와 소통하고 있다. 

1995년에 출간된 단편집 ‘깊이에의 강요’는 총 4편의 짧은 단편으로 구성돼 있다. △깊이에의 강요△승부△장인 뮈사르의 유언△ 문학의 건망증은 우리의 삶에 항상 존재하는 가벼우면서도 무시할 수 없는 문제를 우회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 중 ‘깊이에의 강요’ 는 여섯 쪽 정도의 짧은 글이지만 독자로 하여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정 받고자 하는 욕구에 대해 긴 시간 동안 곱씹어보게 만든다. 소설 속 실력 있는 젊은 화가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깊이가 없다’고 말한 한 평론가의 평가로 인해 좌절한다. 화가는 깊이를 갖기 위해 여러 서적을 읽고 다른 작가의 예술 작품을 연구하며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지만 결국 깊이를 찾아내는 데 실패한다. 더 이상 작품 활동을 이어갈 수 없다고 판단한 화가는 스스로 삶 을 끝낸다. 이 소식을 접한 평론가는 그제야 그녀의 작품 속에 깊이가 보인다고 평가하며 책은 마무리된다. 깊이가 없단 평론가의 말 한마디로 인해 화가가 죽고 난 이후에야 똑같은 작품에 의미와 깊이를 부여하는 평론가의 모습은 모순적이고 슬프기까지 하다. 

이 짧은 소설은 △다른 사람의 평가에 대한 불안△말이 가지는 힘△잘못된 인정 욕구란 여러 주제를 독자에게 던져준다. 우린 살아가면서 원하지 않아도 수많은 사람의 평가를 마주하게 된다. 다른 사람의 평가를 두려워하면서도 동시에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는 쉽게 떨쳐지지 않는다. 살아가면서 일정 수준의 인정 욕구는 필요하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평가와 말에 쉽게 흔들리고 무너지는 잘못된 인정 욕구는 소설 속 화가의 삶처럼 비극으로 이어질 것이다. 깊이에의 강요를 읽고 우리의 마음속에 항상 존재하는 인정 욕구에 대해 생각해보길 바란다. 

 

 

양진하 기자 04jinha@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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