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예인들의 1인 기획사 설립을 둘러싼 탈세 논란이 뜨겁다. 1인 기획사는 수익을 독립적으로 관리하며 예술인을 보호하는 새로운 법인 형태이나 그 이면에는 1인 기획사가 조세 회피처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 대중문화예술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논란에 대한 철저한 문제 규명과 1인 기획사의 인정 범위를 정확히 규정하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본 기사를 통해 △1인 기획사의 현황과 문제점△1인 기획사의 법인 제도 악용과 행정적 한계△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 1인 기획사의 현황과 문제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1월 발표한 ‘2025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1인 기획사를 운영하는 대중문화예술인의 비율은 △2022년 2.5%△2023년 4.1%△2024년 4.3%로 집계되며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1인 기획사란 소속 연예인이 한 명인 연예기획사를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법인 형태를 띤다. 연예인들 사이에서 1인 기획사 설립이 증가하는 이유는 연예인 자신이 콘텐츠나 일정 등에서 주체적으로 활동할 수 있고 회사 수익을 직접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방식의 이면엔 세금 추징 논란이 따라붙는다. 가장 큰 문제는 1인 기획사 운영이 절세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한 탈세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법인이 실질적인 업무를 했는지 불명확하고 회사 자금을 사적으로 사용하면 해당 기획사 연예인들은 논란에 휩싸이기 마련이다. 현재 국세청으로부터 200억을 추징받은 연예인 A 씨 외에도 지난해 여러 연예인이 개인 법인을 활용한 거액의 탈세 의혹에 휩싸였다. 모두 연예 활동을 통해 얻은 이익을 법인 매출로 처리해 법인세를 납부한 경우였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수억 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실제로 탈세 의혹을 받고 1인 기획사를 폐업한 사례도 있다. 지난달 배우 B 씨는 1인 법인을 통해 연예 활동 정산금을 받고 자택을 법인 주소로 등록했다. 사내이사와 감사 직위에는 가족 이름을 올려 가족에게 월급을 지급했고 가족 측은 생활비와 유흥비를 법인카드로 결제하거나 법인 명의로 차량을 등록했다. B 씨는 법인을 통해 소속사로부터 1년가량 정산을 받아온 사실을 인정하고 해당 법인을 폐업하는 한편 기존에 낸 법인세와 더불어 개인소득세를 추가 납부하는 등 후속 조치에 나섰다.
◆ 1인 기획사 탈세 논란을 야기하는 구조적 원인
먼저 연예인 개인의 소득을 1인 기획사라는 법인의 수익으로 위장해 세율을 감소시키는 경우가 있다. 현행 소득세법과 법인세법을 비교해 보면 개인소득세는 지방소득세를 제외하고 최고 45%가 부과될 수 있는 반면 법인세율은 최고 25%가 부과될 수 있다. 이처럼 법인을 설립하면 개인사업자일 때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이 부과돼 세금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한국세정신문에 따르면 오미순 국세청 조사2과장은 “여러 가지 조사 사례들을 보면 대부분의 소득을 1인 기획사에 귀속시키고 연예인은 몇백만 원 수준의 소액 보수만 책정해 세금 신고한다”라며 “이는 고율의 개인소득세를 피하고 낮은 법인세율을 적용받으려는 조세 회피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뿐만 아니라 헬프미(Helpme) 법률사무소에 따르면 가족이 임원을 맡는 경우 소득을 분산시켜 종합소득세율을 낮출 수 있다. 가족이 임원일 경우 내부 감시자가 없어 단속이 어려워진다는 문제점 또한 존재한다.
다음으로 실질적인 회사 운영 없이 법인 제도를 남용하기 쉽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머니투데이(Money Today)에 따르면 세무 당국은 “1인 기획사를 설립해 절세 전략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해당 1인 기획사가 실체가 없는 법인이라면 실질과세 원칙에 벗어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세기본법 제14조의 실질과세 원칙은 “형식보다 실질에 따라 과세”하며 “명의와 실제 귀속자가 다르면 실제 귀속자에게 과세”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대해 국세청 출신의 한 세무사는 “실제 용역 제공 여부를 증명해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며 “법인의 실체가 없다면 절세가 아닌 탈세의 영역으로 갈 수도 있다”라고 강조했다. 국세청 관계자 역시 “연예인 개인의 수익을 실체가 없는 법인을 통해 납세하고 비용 처리를 한다면 조세 회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사업상 법인이 필요하지 않아도 세금을 부당하게 감면받기 위해 법인을 설립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는 법인 설립 목적과 상관없이 개인 생활비로 법인카드를 사용하거나 회사 명의로 부동산이나 차량을 취득하여 높은 세율을 피하는 방식이 있다.
마지막으로 1인 기획사의 등록 의무 미이행과 관리 주체 부족으로 인한 과세 파악의 어려움이 있다.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등록’은 해당 법인이 연예인의 매니지먼트와 계약 및 정산을 실제로 담당하는 주체인지를 행정적으로 확인하는 장치로 이를 미이행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다수의 연예인들이 해당 절차를 수행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조선일보는 “매니지먼트 업무 범위가 명확해지고 △계약 체계△운영 구조△인력 구성 역시 일정 수준 이상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한 세무서에 따르면 1인 기획사가 관련 업종을 등록하지 않은 경우 과세당국 입장에서는 해당 법인이 독립적인 사업체로 기능했는지 판단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 기획사 관리는 지자체 소관이며 주무 부처인 문체부는 기획사 현황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권한이 없어 직접적인 감시가 어려울 수 있다.
◆나아가야 할 방향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남경 한국매니지먼트연합 사무국장이 “무엇이 합법적인 경영이고 무엇이 불법적인 일탈인지를 가릴 수 있는 정교한 기준을 만드는 게 핵심 과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처럼 1인 기획사 법인과 개인 소득자 사이의 명확한 기준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고소득자의 조세 회피는 조세 징수에 대한 신뢰도를 낮출 수 있으므로 탈세 창구로 악용되는 1인 기획사를 파악하고 규제할 필요가 있다.
먼저 가족 법인을 규제하고 무분별한 법인 설립을 단속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족 임원 등재 시 실제 근로 제공 여부를 엄격히 심사하고 사내에 부당하게 쌓아둔 자본은 개인 소득으로 간주해 소득세를 부과하는 명확한 법률 개정이 요구된다. 이에 대해 지난 11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연예인 1인 기획사 탈세 논란과 관련해 조세 전문 변호사인 이전오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는 1인 기획사가 정상적인 법인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계약 주체 명확화△기존 소속사와의 역할 구분△기존 소속사 이외에 1인 기획사의 실질적인 역할 유무△인적 및 물적 설비 보유 여부△제작비용 투자 및 리스크 부담 여부 등을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예 사업이 발달한 다른 국가의 제도 또한 참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론아웃 코퍼레이션(loan-out corporation) 제도’에 따르면 연예인은 지분의 전부 혹은 대부분을 보유한 1인 기업을 설립하여 계약을 해당 법인 명의로 체결할 수 있다. 연예인은 법인의 △대표△주주△직원으로서 근로계약을 맺으며 법인이 활동 대금을 수령하고 비용을 처리한 뒤 급여나 배당 형태로 소득을 지급한다. 세무사신문에 따르면 이 제도는 연예인 등 고소득자가 1인 인적 서비스 회사를 설립해 제작사와 계약하는 방식을 합법적으로 인정하면서도 연예인과 1인 법인 간 소득 비중을 과세당국이 재분류해 세율을 조정하는 등 조세 회피 목적 법인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일본 또한 유사한 목적으로 ‘특정동족회사 과세제도’를 설립했다. 법률신문에 따르면 해당 제도는 소수의 주주에 의하여 지배되는 특정동족회사의 사내 유보금*에 과세하는 제도로 주주의 소득세 회피를 방지하는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문체부가 1인 기획사를 직접 관리하도록 규정하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지난달 김유미 문체부 대중문화산업과장은 “대중문화예술산업법 제정 이후 10년간 등록 제도가 사실상 신고제에 가깝게 운영되다 보니 관리 측면에서 조금 부족한 측면이 있었다”라며 “3월과 4월 중 집계되는 광역 지자체의 현황 조사 및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기획업 등록 요건 세분화 등 법 개정 작업을 검토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지난 1일 발의된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기획업자가 해마다 등록 및 영업 현황을 문체부 장관에게 보고하고 문체부가 종합 관리하는 조항이 새롭게 포함됐다. 이를 통해 지자체가 처리한 사항도 문체부가 파악해 연예기획사의 불투명한 운영과 탈세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 또한 문체부가 실시한 미등록 기획사 실태조사를 토대로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협조에 불응할 시 엄벌 조치하는 방식으로 개편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결론적으론 1인 기획사가 탈세를 위한 도피처가 아니라 예술인을 보호하고 우리나라 대중문화예술산업을 발전시키는 새로운 형식의 법인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세당국의 철저한 감시와 조세 제도 보완을 통한 투명한 납세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빈번하게 일어나는 1인 기획사의 탈세 논란 없이 연예인들의 책임 의식을 바탕으로 한 건강한 연예산업 생태계가 완성되길 기대한다.
*사내유보금: 회사의 영업(이익잉여금)이나 재무 활동(자본잉여금)으로 생긴 이익 중 배당이나 투자를 하지 않고 회사 내에 쌓아둔 자금
송주원 기자 11juwo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