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언론의 양극화 심화... 갈등 키우는 보도 행태

등록일 2025년10월01일 14시4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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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Youtube)와 사회관계망서비스(이하 SNS) 등에서 누구나 쉽게 제작하고 대량으로 쏟아낼 수 있는 ‘양산형 콘텐츠’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들 매체는 조회수와 자극적 보도에 치중하며 우리나라 언론을 편향과 깊은 분열의 늪으로 몰아넣고 있다. 정치적 성향에 따라 동일 사건이 다른 관점으로 보도되며 국민은 혼란을 겪고 있고 사회 전반의 갈등과 정치적 양극화 역시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뉴미디어(New Media)△방송△신문의 사례를 통해 △언론의 분열과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위기△공정성 논란과 저널리즘의 무너진 기준△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살펴보자.

 

 

◆언론의 분열과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위기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 언론은 정치적 성향에 따라 극명하게 양분됐다. 같은 사안이 매체마다 전혀 다르게 보도되며 시민들은 각자 다른 현실을 경험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발표한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67.3%가 “언론이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다”고 응답했으며 특히 20대의 절반 이상은 “특정 언론을 아예 신뢰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언론 불신이 특정 세대를 넘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외대학보가 지난달 20일부터 23일까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특정 정치 성향에 따라 언론 보도가 편향적이라고 느낀 적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75%가 “자주 있다”고 답했고 언론의 양극화 현상이 본인의 뉴스 선택이나 정치적 태도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응답자 전원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같은 사건을 두고 언론사마다 상반된 보도를 접한 경험이 있다는 비율 역시 75%에 달했으며 이러한 차이가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킨다는 응답도 75%로 나타났다.

 

언론의 정치적 편향은 보도의 다양성 문제를 넘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문제이기도 하다. 철학자 하버마스(Habermas)에 따르면 공론장은 시민이 합리적으로 토론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공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언론은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공영방송 MBC의 한 뉴스 프로그램에서 기자가 개인적 평가를 곁들인 발언을 내보낸 사건은 언론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원칙인 ‘사실과 의견의 분리’를 위반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러한 문제는 해외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지난 2023년 미국의 Pew Research Center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가운데 보수 성향 유권자 80%는 Fox News를 진보 성향 유권자 70%는 CNN이나 MSNBC를 주요 뉴스 출처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보수층은 △동아일보△조선일보△종합편성채널 등의 언론을 진보층은 MBC와 JTBC를 시청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언론 양극화가 심화될수록 시민들은 공통의 사실 기반을 공유하지 못하고 이에 따라 민주주의적 토론의 장은 점점 협소해진다.

 

현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언론이 정치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언론 신뢰도의 하락은 단순히 언론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갈등 구조를 고착시키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즉 민주주의의 위기를 막기 위해선 언론의 자기 혁신과 시민의 비판적 뉴스 소비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공정성 논란과 저널리즘의 무너진 기준

언론의 공정성 논란에선 공영방송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MBC 뉴스데스크 앵커가 “내란 우두머리 혐의자가 개선장군처럼 웃으며 풀려났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 이 발언은 보도와 논평이 뒤섞여 언론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비판받았다. 지난해엔 기자의 지인과 인턴을 일반 시민인 것처럼 인터뷰에 등장시켰다 뒤늦게 이들이 기자와 개인적 관계가 있단 사실이 드러나 사과하는 사건도 있었다. 이는 공영방송 스스로 정치적 중립성과 공공성을 훼손한 사례들이다.

 

보수 성향 언론에서도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예를 들어 조선일보는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관련 취재에서 “1만 달러를 요구했다”는 내용을 보도했으나 사실 확인이 충분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이러한 사례들은 기자 개인의 관점이나 정치적 시각이 보도에 개입하며 뉴스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시청자들이 언론을 ‘정치 세력의 도구’로 인식할 위험을 높인다는 점을 보여준다.

 

디지털 네이티브(Native) 세대는 유튜브와 SNS 등 대안 미디어를 주요 뉴스 출처로 활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이러한 플랫폼은 사실 검증 체계가 취약하고 특정 성향만 강화하는 필터 버블(Filter Bubble)* 문제가 심각해 또 다른 위험을 안고 있다. 앞서 언급한 외대학보 설문조사에서 ‘한국 언론 전반에 대한 신뢰도’ 평균은 5점 척도에서 2.5점에 그쳤다. 가장 신뢰하는 매체 유형은 온라인 매체(37.5%)로 공영방송(25%)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전통 언론이 신뢰 기반을 잃어가며 디지털 플랫폼이 대체재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학교 재학생 A 씨는 “언론 보도를 볼 때 사실보다 기자의 해석이 먼저 전달되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며 “언론을 전적으로 신뢰하긴 어렵지만 시민 스스로 다양한 매체를 비판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결국 저널리즘의 기본을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 더불어 공영방송 내부의 편집권 독립과 인사 운영 방식이 개선되지 않는 한 낙하산 인사와 정치권 개입은 앞으로도 뉴스의 객관성을 훼손할 것이며 시민들을 대안 미디어로 내몰게 될 것이다.

 

 

◆나아가야 할 방향

그렇다면 우리나라 언론은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야 할까. 앞서 언급한 우리학교 재학생 대상 설문조사에선 △정치적 편향을 최소화하고 사실 전달에 충실해야 한다(50%)△하나의 사안을 다양한 관점에서 다뤄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해야 한다(25%)△유튜브나 SNS 등 새로운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12.5%) 등의 응답이 기록됐다. 이는 언론에 대한 불신 속에서도 시민들이 여전히 공정성과 균형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긴단 사실을 보여준다.

 

해외의 사례는 우리나라 언론이 참고할 수 있는 다양한 방향을 제시한다. 유럽 공영방송의 경우 공적 기금과 수신료를 통해 운영되며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잘 마련돼 있다. 영국의 BBC와 독일의 ZDF는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독립성을 유지해왔고 이러한 구조적 안정성은 곧 시민의 신뢰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언론이 공정성을 회복하기 위해 지켜야 할 기본 원칙으로 △검증된 정보의 우선 보도△사실과 의견의 분리△이해관계 충돌 회피를 강조한다. 이를 바탕으로 보도와 논평의 경계를 명확히 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며 시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우리나라 언론이 회복해야 할 부분은 명확하다. 사실 보도와 논평을 철저히 구분하고 정치권력과 자본으로부터 편집권을 독립시킬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언론인의 전문성과 윤리 의식 제고 또한 중요하다. 최근 언론 현장에서 발생한 여러 논란은 개별 기자의 태도나 취재 관행의 문제에서 비롯되기도 했다. 이를 볼 때 언론사 내부의 교육 및 훈련과 더불어 자율규제 기구의 실질적 기능 강화 역시 필요하다.

 

디지털 환경에 맞는 새로운 윤리 규범을 마련하는 것도 시급하다. 가짜 뉴스와 유튜브 중심의 선동적 콘텐츠는 전통 언론의 신뢰를 더욱 약화시키고 있다. 조회수에 매몰된 기사 생산 구조에서 벗어나 사실 검증과 맥락 제공에 충실한 보도 기준이 새롭게 세워져야 한다. 인공지능 기술이 언론 제작에 활용되는 시대인 만큼 알고리즘이 왜곡이나 편향을 확대하지 않도록 하는 ‘디지털 저널리즘 윤리’ 또한 요구된다.

 

언론과 시민은 함께 변화해야 한다. 언론이 공정성 회복에 나서도 시민이 비판적 사고 없이 편향된 뉴스만을 소비한다면 결국 갈등은 해소되기 어렵다. 다양한 매체를 접하고 서로 다른 관점을 비교 및 검증할 때 시민은 ‘식견 있는 유권자’로서 민주주의를 지탱할 수 있다. 언론이 공정성을 회복하고 시민이 주체적으로 언론을 감시할 때 비로소 건강한 공론장이 복원될 수 있다. 이러한 상호적 변화가 뒷받침될 때 민주주의의 위기를 극복하고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다. 한국 언론의 미래는 언론인과 시민 모두의 선택과 실천에 달려있다.

 

 

*필터 버블(Filter Bubble): 인터넷 정보 제공자가 사용자의 성향, 검색 기록, 사용 패턴 등을 분석해 맞춤형 정보만을 선별적으로 제공하는 현상

 

 

이나경 기자 10leenagyeong@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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