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받아봤을 ‘[국외발신]’으로 시작하는 스팸문자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하 KISA) 조사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휴대전화 스팸 건수는 총 2억 8,041만 건으로 지난해에 비해 무려 68%나 증가했다. 스팸문자는 투자사기 및 스미싱(smishing) 범죄로 이어져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으며 특히 최근 급증한 음란성 문자의 경우 청소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이와 관련해 △스팸문자 문제 현황△스팸문자 문제 원인△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스팸문자 문제 현황    

한국인터넷진흥원(이하 KISA)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휴대전화 스팸 건수는 총 2억 8,041만 건으로 지난해에 비해 무려 68%나 증가했다. 2년 전에 비해선 10배 이상 폭증한 모습이다. 더불어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와 KISA가 함께 발표한 ‘2023년 하반기 스팸 유통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1인당 한 달 평균 스팸문자 수신량은 2022년 대비 3.2건 증가한 10.38건이다. 이중 휴대전화 음성 불법 스팸은 1.47건으로 2022년 대비 0.48건 줄었으나 문자 불법 스팸 수신량은 8.91건으로 오히려 3.68건 증가한 모습이다. 나아가 지난해 스팸 문자 발송량은 총 41억 2,801만 건으로 2019년에 비해 4년 만에 3배 이상 증가했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스팸문자의 유형은 △도박(47.4%)△불법대출(20.7%)△금융(11.5%)△성인(6.5%)△부동산(4.8%)△스미싱(3.4%)△대리운전(2.2%)의 순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발송지의 경우 국내 발송 비중은 81.2%로 2022년에 비해 4% 감소했지만 국외 발송 비중은 16.7%로 2022년(9.9%)에 비해 6% 이상 증가했다. 

 

스팸 문자량의 증가와 함께 스팸 신고 건수도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방통위는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월 평균 스팸 신고 건수가 3,372만 건이라고 발표한 바 있는데 이 또한 지난해에 비해 약 36.9% 증가한 양상을 보였다. 특히 성인광고 스팸 신고의 경우 4년 전 51만 4,254건에서 지난해 976만 1,355건으로 폭증했다.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들어온 성인광고 스팸 신고는 총 996만 7,534건으로 지난해 성인광고 스팸 신고 건수를 진작에 넘겼다. 이와 맞물려 스팸문자로 인한 피해 건수도 함께 증가했다. KISA에 따르면 지난해 문자 결제 사기 피해 건수는 1,673건으로 4년 전에 비해 8배 늘어났으며 피해 금액은 무려 144억 원에 달했다. 

 

스팸 문자는 귀찮음과 더불어 투자사기 및 스미싱 범죄 피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에 오늘날 중요한 사회 문제 중 하나로 다뤄지고 있다. 이정민(통번역독일어 23) 씨는 “하루에 스팸문자를 10개 이상 받아본 적 있다”며 “중요한 연락인 줄 알고 확인했다가 기분만 나빠졌다”고 스팸문자로 인한 고충에 대해 언급했다. 최근 들어 급증한 성인광고 스팸문자는 연령대에 상관없이 발송되고 있어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송예인(C&T투웰 24) 씨는 “초등학교 저학년인 사촌동생에게도 성인광고 스팸문자가 발송된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고 전했다. 

 

 

◆스팸문자 문제 원인

스팸문자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스팸문자를 발송하는 문자재판매사들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스팸문자 발송은 불법 스패머*가 문자 발송을 의뢰하면 이를 문자재판매사가 대량 문자 발송 서비스를 통해 문자중계사를 거쳐 발송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방통위의 조사에 따르면 스팸문자의 97.9%가 이러한 대량 문자 발송 서비스를 통해 발송된다. 이후 스팸 문자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을 땐 문자중계사가 문자재판매사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계약을 해지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개인의 통신 내용을 타인이 감청하거나 엿보는 행위를 금지하는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할 수 있기 때문에 문자재판매사가 발송하는 모든 문자 내용과 이용자 동의 여부를 문자중계사가 확인하는 건 불가능하다. 문자재판매사는 불법 스패머와 문자중계사 사이에서 불법 스패머가 보내고자 하는 문자가 스팸문자로 분류되지 않도록 조정해주며 이익을 취하고 있다. SBS의 취재에 따르면 문자재판매사는 실제로 통신사에 문자를 보냈을 때 발송이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 점검해주며 스팸 문자의 내용을 스팸 차단에 걸리지 않도록 수정해주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심지어 스팸 차단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띄어쓰기나 맞춤법에서 일부러 오류를 내는 단순한 방식이었다. 이러한 문자재판매사는 방통위 조사에 따르면 현재 등록된 회사 수가 1,200여 개로 최근 들어 특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김장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이하 김 의원)이 방통위로부터 보고받은 내용에선 “특정 문자중계사의 불법스팸 신고가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등 부적격 사업자의 일탈 행위가 지속되고 있다”며 “수익을 위해 불법 스패머들과 결탁한 업체가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특정 문자중계사의 스팸 신고 비중은 2022년 14.99%에서 지난해 54.33%로 증가했다. 단순한 과정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 속에서 수많은 문자재판매사들이 스팸문자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현재 제정돼 있는 관련 제도 및 법률의 미비점 또한 스팸문자 증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량문자전송사업자 전송자격인증제(이하 전송자격인증제)△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은 스팸문자로 인한 피해를 근절하기 위해 등장했지만 각자의 미비점으로 인해 그 역할을 제대로 다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먼저 전송자격인증제란 인터넷망을 이용해 다량의 문자 전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문자재판매사가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에 문자중계사업자로부터 전송자격인증을 받아야만 문자를 전송할 수 있는 제도로 스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시행한 제도이다. 해당 제도에 따르면 문자중계사는 문자재판매사의 신청 정보 일치 여부와 문자전송 시스템 구비 등의 자격 요건을 점검해야 한다. 방통위는 오는 30일까지 모든 문자재판매사들의 인증을 완료하고 본격적으로 제도를 시행하려 했으나 현재 인증 신청 단계에서부터 문자재판매사들의 비협조적 태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방통위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19일을 기준으로 인증 신청을 한 문자재판매사는 전체 1,174개 중 94개로 약 8%밖에 되지 않는다. 지난달 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연간 불법 스팸 신고만 3억 건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민간 자율규제 방식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니 제도 시행 자체가 가능할지가 미지수”라며 해당 제도의 문제를 꼬집었다. 연합뉴스의 취재에 따르면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전에 막바지 대량 불법 스팸 문자를 발송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다음으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은 전기통신사업의 △규제△등록△신고 등을 다루는 법률로 특히 전기통신사업자의 운영 요건과 관리 감독을 규정한다.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제29조에선 문자재판매자를 전기통신사업자 중 특수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들은 ‘특수부가통신사업 등록법’의 규정을 준수해야한다. 이에 따르면 문자재판매사들이 특수부가통신사업 등록 시에 일정한 서류를 갖춰 과기정통부에 제출해야 하지만 기관에서 직접 사업자 주소지를 방문해 관련 규정의 충족 여부를 확인하거나 등록 후 자본금 보유 여부를 확인하는 규정이 없다. 이로 인해 문자재판매사들은 등록 직후부터는 자본금이 0원인 상태로 영업을 해도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는다. 즉 자본금이 없는 사람도 특수부가통신사업 등록 시 필요한 금액만큼만 잠시 빌려 등록하는 편법행위로 문자재판매사를 차릴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재등록과 관련한 규제의 부재로 인해 이미 불법스팸 문제로 폐업한 업체가 재등록을 한다고 해도 이를 막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정보통신망법은 정보통신망의 이용을 촉진하고 이를 통해 수집되는 개인 정보와 데이터의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이다. 해당 법률은 불법 스팸을 전송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혹은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란 처벌을 정해두고 있다. 하지만 이는 스팸으로 얻는 사업자의 수익에 비해 미약한 수준이다. 이에 관해 방통위는 김 의원에게 “현 벌칙체계로는 불법스패머와 불법스팸에 동조하는 문자 사업자의 실질적 감소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했다. 또한 방통위 자료에 따르면 스팸문자 발송으로 부과된 과태료의 징수율은 △2021년 68.7%△2022년 67.8%△2023년 65.9%로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모습이다. 즉 과태료 부과로 인해 얻는 손실보다 불법 스팸을 통해 얻는 이득이 더 큰 구조이기에 많은 문자재판매사들이 계속해서 불법 스팸을 발송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제도적 미비점으로 인해 스팸문자 문제 해결 현황은 여전히 제자리걸음 중이다.

 

 

◆나아가야 할 방향

스팸문자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제도적 차원에서 국가 및 주요 기업의 개선이 필수적이다. 우선 국가는 문자재판매사에 대한 더 강한 규제를 바탕으로 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문자 발송 사업자가 불법 문자 메시지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필터링 시스템을 사용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해당 시스템은 문자를 발송하기 전에 메시지를 필터링해서 광고나 불법 행위로 간주될 수 있는 문자는 전송되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문자재판매사의 의심스러운 활동도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다.

 

또한 국가는 스팸 문자의 신고 제도를 개선하고 현행보다 신속한 대응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스팸 문자의 불법 여부를 신속하게 판별하고 필요에 따라 수사기관과 협력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연방통신위원회가 불법 스팸 신고를 접수받아 처리하고 있는데 시민들이 이를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편리한 형태의 플랫폼을 제공한다. 실시간 신고와 신속한 처리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시민들이 신고한 스팸의 불법 여부를 빠르게 판별하고 수사기관과 협력해 조치를 취하는 것이 미국 스팸 신고 시스템의 특징이다. 우리나라 또한 접근성이 높고 편리한 형태의 플랫폼(Platform)을 마련해 신고자들의 편의를 높인다면 스팸 문자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업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Big Data) 분석을 통해 스팸 필터링 기술을 강화해야 한다. 스팸 문자 방지에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을 적용해 스팸 패턴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필터링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다. 구글(Google)은 빅데이터를 통해 다량의 문자 메시지의 패턴을 분석하고 학습해 새로운 스팸 유형을 빠르게 감지하는 인공지능 기반 필터링 시스템을 이미 활용 중에 있다. 인공지능은 스팸 발송자들의 패턴을 학습하면서 그들의 변화에 따라 필터링 기준도 함께 개선할 수 있다. 이를 적절히 활용해 진화하는 스팸 문자의 형태에도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 이러한 필터링 기술을 우리나라 대형 이동통신사 3사(△에스케이텔레콤(SK Telecom)△엘지유플러스(LG U+)△케이티(KT))에서 도입해 자체적으로 문자를 필터링(Filtering)한다면 스팸 문자로 인한 피해 규모를 확실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스팸 문자 문제는 겉으론 사소한 문제처럼 보이나 우리 삶과 직결되는 문제다. 하루에도 몇 건씩 스팸 문자를 받다보면 작은 스트레스가 쌓여 삶의 질을 저해한다. 게다가 조금만 방심해도 누구나 피해를 입을 수 있기에 적절한 해결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

 

 

*불법 스패머: 불법 스팸메일을 보내는 사람

 

 

장은솔 기자 09eunsol@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