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에선 층간소음에 대한 문제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층간소 음 문제는 피해자에게 단순히 불쾌감을 주는 수준을 넘어 보복 범죄와 같은 2 차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존재해 심각성이 더해지는 상황이다. 우리학교 학 생들 역시 기숙사·자취 등 층간소음에 취약한 환경에 놓여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계속된 층간소음 문제에도 불구하고 층간소음에 대한 개선 및 대비책이 미비해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층간소음의 현황△우리 학교 학생들이 겪는 층간소음 피해△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 우리나라 층간소음의 현황
우리나라에선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24 일 한국환경공단의 발표에 따르면 층간소음 관련 민원이 2019년 2만 6,257 건에서 지난해 4만 6,596건으로 1.8배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환경 부에서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고자 설립한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방문 상담이나 소음측정을 의뢰한 현장 진단 요청도 6만 9,272건에 달했다.
층간소음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보복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냄새 보복△소리 보복△폭행 등이 있다. 2020년 6월 경상남도 양산에선 층간소음 문제로 다툼을 하던 아랫집이 스피커를 천장에 붙여 대응 소음을 유발하자 윗집 남성이 찾아와 폭행을 가했고 이에 대해 벌금 70 만 원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2월 경상북도 포항에선 윗집 층간소음 보복 과정으로 복수 소음을 사용하는 일도 있었다. 매일 밤 11시부터 다음 날 오 전 10시까지 유튜브(Youtube) 영상을 이용해 개 짖는 소리 및 발 구르는 소리와 같은 생활 소음 영상을 최대 음량으로 트는 소리 보복을 가했다. 최근엔 냄새로 보복하는 방식도 등장했다. 화장실 환풍기 등을 통해 △담배 △모기향△소독약과 같은 독한 냄새를 윗집으로 전달시키는 것이다. 부산 연제구에 사는 A 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층간소음에 불편함을 느껴 화장실 환풍기 밑에 불을 붙인 담배를 꽂은 페트병을 두는 식으로 냄새 보복에 나 섰다. 이처럼 층간소음은 단순히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는 수준을 넘어 보복 범죄로 이어질 정도로 우리 사회에서 심각한 사안으로 여겨진다.
대한의사협회 환경건강분과위원회에 따르면 층간소음의 원인은 크게 △ 구조적 요인△인적 요인△제도적 요인 세 가지로 구분된다. 인적 요인은 소통을 통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으나 구조적 요인은 개인이 해결하기에 한계가 있다. 구조적 문제는 국내 아파트의 85%를 차지하는 벽식구조 아파트가 실내 소음 차단에 취약하단 점에서 기인한다. 이번 해 공동주택 규정 개정 전까지만 해도 주택건설 등에 관한 규정은 소음에 취약한 구조 였다. 바닥 두께를 150~210mm로 만들거나 바닥 충격음 기준을 경량 58dB 과 중량 50dB로 준수하는 등 둘 중 하나만 충족하면 통과했기 때문이다. 공동체 의식의 부재 또한 층간소음 분쟁의 주요 원인이다.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할 제도가 미흡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 우리학교 학생들이 겪는 층간소음 피해
지난달 우리학교 글로벌캠퍼스(이하 글캠)에선 인근 원룸에서 층간소음으로 인한 사건에 우리학교 재학생이 연루되는 등 층간소음 문제는 우리학교 학생들에게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사안이다. 이에 관하여 외대학보 에선 ‘층간소음에 대한 우리학교 학생들의 인식과 피해 사례’에 관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우리학교 학생들은 층간소음을 경험한 빈도가 △주 1회 이상 2회 이하(54.5%)△주 3회 이상 4회 이하(27.3%)△주 5회 이상 6회 이 하(18.2%)인 것으로 나타났다. 글캠 주변 원룸에서 자취하는 이보현(국제 지역·인도 19) 씨는 “우리학교 근처 원룸 대부분 방음이 잘되지 않을뿐더러 술을 마시고 늦게까지 놀고 떠드는 소음 때문에 생활하는데 힘들었다” 고 토로했다. 이어 “밤과 새벽엔 밖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잠에서 깨기를 반복했다”고 심각성을 전했다.
공동생활을 하는 우리학교 기숙사의 경우 층간소음으로 인한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나타난다. 우리학교 서울캠퍼스(이하 설캠) 기숙사 국제학사 사생 수칙 19항과 글로벌홀(Global Hall) 사생 수칙 18항에 따르면 사내 소란 및 소음성 물질을 사용하는 행위가 있을 경우 벌점 10점이 부과된다. 글캠의 기숙사 훕스돔(Hufs Dorm)도 마찬가지로 기숙사 생활 규정 4번 항목 에 따라 사내 난동 행위 및 공동생활에 부적합한 자는 퇴사 및 영구 입사 불가란 징계가 내려진다. 이어 기숙사 내 소란으로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는 행위도 마찬가지로 퇴사 징계가 내려진다.
이러한 규칙이 있음에도 기숙사 내 층간소음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국제학사에 거주하는 한민서(상경·국통 21) 씨는 “다른 학우가 새벽마다 전화하는 소리에 불편을 겪은 경험이 있다”고 밝히며 호소했 다. 훕스돔에 거주하는 서수혁(국제지역·브라질 22) 씨는 “훕스돔 내에서 술에 취한 학우들의 난동 때문에 시끄러워 잠을 자는데 불편을 겪은 경험 이 있다”고 불편함을 토로했다. 이어 “소음으로 인한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강력한 조치가 취해지면 좋겠다”고 전했다.
◆나아가야 할 방향
정부는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음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공동주택 층간소음 기준을 강화하는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 및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직접 충격 소음 기준이 이전 주간 43dB과 야간 38dB에서 주간 39dB, 야간 34dB로 4dB씩 강화된다.
층간소음으로 인해 관리사무소에 신고를 했음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분쟁 해결을 신청할 수 있다.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는 피해자의 신청에 따라 전문가가 △상담△소음측정△중재를 대신 진행해 객관적인 감정 자료를 남길 수 있다. 만약 이러한 노력이 있었음에도 층간소음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법적 소송도 가능하다. 층간소 음 기준을 초과한 고의적인 소음 유발 행위는 형사적으로 경범죄 처벌법 제3조 제21호 인근 소란 혐의에 해당해 처벌받을 수 있다.
또한 정부에선 층간소음을 대비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번 해 8월에 밝힌 바에 따르면 층간소음 저감 성능이 입증된 소음저감 매트를 집에 설치할 경우 시공 비용을 지원할 계 획이다. 또한 새로 지어질 주택의 층간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해당 주택 입주민에게 층간소음 검사 결과를 개별 통지하도록 의무화해 입주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할 방침이다.
한편 우리학교 측 역시 층간소음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를 해결하 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제학사 관리팀 관계자 B 씨는 “최근 층간 소음에 대한 민원은 없었지만 민원이 발생하면 경비원을 통해 해결하는 게 방침이다”고 전했다. 글로벌홀 운영팀 관계자 또한 “층간소음과 관련된 민원이 있을 경우 경비원이 직접 사실관계를 확인 후 경고하는 방식으로 조치가 취해진다”고 밝혔다. 이어 “경고 후 층간소음 피해가 재발하는 사 례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홀에선 학생들의 불편함을 줄이고자 소음에 관한 기숙사 이용 수칙을 게시판에 부착해둔 상황이다. 이와 비슷하게 글캠 훕스돔 시설관리팀 관계자 C 씨는 “층간소음이 일어날 경우 학생 들 간의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비원이 개입하며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항상 신경 쓰고 있다”고 전했다.
층간소음 예방 및 불편 없는 주거 생활을 위해 우리학교 학생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원준 기자 05wonju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