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발생으로 물가가 상승하며 식자재의 가격 역시 전반적 으로 인상됐다. 이에 이번 학기부터 우리학교 학생식당 음식(이하 학식)의 가격 또한 서울캠퍼스(이하 설캠) 기준 300원~500원, 글로벌캠퍼스(이하 글캠) 기준 500원~1000원 수준 인상됐다. 학식 가격 인상을 두고 양 캠퍼스(이하 양캠) 학 생들 사이에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학교의 △학식 가격 인상 배경△ 학내 구성원의 엇갈린 목소리△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학교 학식 가격 인상 배경
지난달 24일 우리학교 설캠 제56대 총학생회 ‘이룸’(이하 설캠 총학) 소셜 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학식 가격 인상에 관한 게시글이 올라왔다. 설캠 인문과학관의 학식 가격이 최소 300원에서 500원 오를 것이란 내용이었다. 실제로 학기가 시작된 지난 1일부터 설캠 인문과학관 학식은 △면 요리 2,000원에서 2,500원으로 인상△중식1·석식1 3,500원에서 4,000원으로 인상△중식2·석식2 3,000원에서 3,500원으로 인상△라 면·김밥 1,800원에서 2,100원으로 인상△토스트 1,500에서 1,800원으로 인상됐다. 설캠 교수회관 식당의 식사 가격은 5,500원에서 6,500원으로 1,000원 인상됐다. 우리학교 글캠에도 학식 가격 인상이 적용됐다. 후생복지관 학식(이하 후 생관)은 500원에서 1000원 수준, 후생관 교직원 식당 음식 가격은 1,000원 인상됐다.
이번 학기 학식 가격이 인상되기 전에도 우리학교에선 지속적으로 학식 가격을 인상해왔다. 지난 2018년 우리학교 설캠 인문과학관의 학식 가격은 평균 260원 인상됐다. 글캠 의 후생관 학식 가격은 지난 2018년에 200원에서 300원가량 올랐다.
설캠의 학식 운영처인 후생과 측에선 우리학교 학식 가격 인상에 대한 원인을 △전기·가스비 및 기타 운영비 인상△ 제품 제조원가 상승△최저 시급 인상에 따른 인건비 상승 △품질 유지를 위한 운영 자금 확보로 제시했다. 글캠의 학식 운영처인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 측에선 △식자재 가 격 상승△인건비 상승△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한 캠퍼스 내 유동 인구 감소 등의 문제에 직면해 이번 해 2학 기부터 학식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고 밝혔다.
전반적인 학식 가격 인상의 원인으론 최근 급격한 물가 상승이 꼽힌다. 이번 해 먹거리 물가는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세계적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발발해 국제 곡물 공급에 큰 차질이 빚어지며 곡물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김웅 한국은행 조사국장은 “우리나라는 쌀을 제 외한 식량의 수입의존도가 높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 쟁의 여파로 가공식품 가격과 외식 물가의 오름세가 계속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먹거리 물가를 비롯해 전반적으로 물가가 상승하며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진 경우가 많다. 허유진(아시아·마인어 21) 씨는 “전체적으 로 물가가 상승하는 와중에 학식 가격까지 인상됐다”며 “다 른 생활비 지출이 전부 오른 상황에 필수 지출비인 식비마저 큰 부담이 된다”고 전했다.
이와 같은 학생들의 식비 지출 부담을 우려한 설캠 총학은 지난달 24일 설문조사를 통해 우리학교 학생의 의견을 취합한 후 이번 달 초 우리학교 본부와의 면담을 통해 학식 가격 인상을 저지하려 했다. 그러나 결국 설캠 총학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학식 가격 인상이 결정됐다. 한편 글캠 제43대 총학 ‘외대의 봄’(이하 글캠 총학)은 “물가 인상률 과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은 생협의 재정에 대한 피 해와 운영난이란 결과를 도출했다”며 학교의 학식 가격 인상에 대해 찬성 하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글캠 총학은 “생협 측과 인상된 가격만큼 학식의 질을 향상시키겠단 협의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학식 가격 인상에 엇갈린 목소리
양캠의 학식 운영 측은 학식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단 입장이다. 설캠의 학식을 관리하는 후생과에선 “학생식당의 누적된 적자로 인해 더 이상 가격을 동결할 수 없었다”며 “현재 학식 가격을 올리지 않는다면 학생식당 운 영이 불가능하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글캠의 학식을 담당하는 생협 측에선 “범세계적인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으로 이 어져 최저임금 기준으론 인력 채용이 불가능하다”며 “학내 생협 매장을 운 영할 수 없는 상황까지 도달했고 이에 어쩔 수 없이 학식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고 밝혔다.
외대학보에선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학식 가격 인상에 대한 학우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최근 인상된 학식 가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설캠 학생 20%와 글캠 학생 28.6%가 학식 가격 인상이 적절하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물가 및 인건비 상승 등 경제변동에 따른 불가피한 상황이기에 이를 이해한단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우리학교 학생의 대다수는 학식 가격 인상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설문조사에서 설캠 학생들의 80%와 글캠 학생들의 71.4% 가 학식 가격 인상이 적절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학식 가격 인상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더 높았던 점을 보여주듯 실제로 학생들의 학식 이용 횟수도 전반적으로 줄어들었다. 설캠 학생의 60%와 글캠 학생의 57.1%가 학 식 가격 인상 후 학교식당에 방문하는 빈도수가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또 한 학식 가격 인상이 적절하지 않다고 응답한 설캠 학생들은 △저렴한 가격이란 학식의 장점이 사라져서(66.7%)△학식 가격 인상만큼 서비스나 품질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에(25%)△학식 사업에서 발생한 적자를 학교의 다른 수익 사업으로 충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4.2%) 학식 가격 인상이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학식 가격 인상이 적절하지 않다고 응답한 글캠 학생들은 △학식 가격 인상만큼 서비스나 품질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에(60%)△저렴한 가격이란 학식이 장점이 사라 져서(30%)△학식 사업에서 발생한 적자를 학교의 다른 수익 사업으로 충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10%) 학식 가격 인상이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음식의 종류가 한정돼 있는 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있었다. 김예림(경상·GBT 20) 씨는 “학식 가격이 올랐음에도 돈가스 등 특정 종류의 음 식만 제공돼 아쉽단 친구들의 의견이 많았다”며 “학식에 다양한 종류의 음식이 제공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나아가야 할 방향
학식 가격 인상에 대한 논의는 전국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는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에서 열린 학식 가격 인상 반대 및 천원의 아침밥 확대 촉구 기자회견에서 “학식은 단순 식당 운영이 아닌 대학생 의 식비 부담을 줄이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최소한의 복지에 속한다”며 “대학 재정이 악화된 상황에선 △ 교육부△농림축산식품부△대학이 협업해 대학가의 식비 부담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표명했다.
서울대학교(이하 서울대)의 경우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1,000원의 식사’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1,000원 식사의 가 격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서울대 대학본부 장학복지과에 서 1,000원 식사를 위한 지원금을 1년에 3억 원씩 발전기금 형태로 학생식당에 전달하기 때문이다. 원가는 2,200원이지만 학생이 1,000원을 지불하고 나머지 1,200원은 학교가 부 담하는 것이다. 성균관대학교에서도 현재 ‘천원의 아침밥’을 운영하고 있다. 원가 일부분을 △교직원△재학생△학교 동 문△학부모 등에게 후원을 받아 충당하고 있다. 3,500원의 원가가 드는 음식의 비용 중 2,500원은 후원금을 통해 충당하고 1,000원은 학생들이 지불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학교 설캠과 글캠의 학생식당은 앞으로 합리적인 학식 가격으로 양질의 학식을 제공하겠단 입장이다.
설캠 후생과 측은 “학식 운영 사업에서 발생하는 적자를 △기념품△매점 △서점 등의 수익으로 최대한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며 학식 가격 동결을 위해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김태동 우리학교 생협 사무국 기획홍보팀 대리는 “학식 가격이 인상된 만큼 식사의 질을 개선하고 높은 만족도의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설캠 총학 측은 “학식 가격 문제를 단순 식당 운영이 아닌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학생식당 운영에서 적자 가 발생하는 문제는 학생이 부담하기보다 학교본부가 책임져야 할 사항이다”고 피력했다. 특히 “저소득층 학우의 경우 학식 가격 변동에 따른 타격이 더 클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이에 설캠 총학 측은 “학생식당 운영에 대해 대학 본부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단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글캠 총학 측은 “앞으로 합당한 가격과 준수한 품질의 학식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매달 정기적으로 식사와 식단표를 점검할 예정이다”며 “이를 통해 생협과 지속적 으로 학식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학식 가격 인상에 대한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학식 가격을 논의해야 할 때다.
조수빈 기자 05subi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