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이 막을 내린 후 북중미 월드컵 예선이나 프리미어12 등 다양한 국제대회가 개최되면서 많은 스포츠 팬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국가대표 스포츠 경기가 열릴 때면 대표팀 선수단 구성이나 병역 특례의 정당성에 대한 거의 매번 등장하는 논의 중 하나이다. 남자 선수가 특정 대회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낼 경우 병역 특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체육요원 병역특례△문제점△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예술체육요원 병역특례
우리나라 국적의 남성은 헌법과 병역법에 따라 병역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남성들이 각자의 사정에 따라 군에 입대하거나 보충역으로 복무하는 등 병역의무를 이행한다. 그런데 보충역 중 하나인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되면 일반적인 인식과는 다른 형태로 병역 태무를 수행하게 된다.
예술체육요원이란 예술이나 체육 분야에 특기를 가진 사람으로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추천한 사람을 말한다. 지난 1973년 3월 세계적 선수를 육성하고 문화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병역의무의 특례규제에 관한 법률’ 제정과 함께 도입됐으며 국위선양 및 문화 창달에 기여한 자에게 개인 특기 계발 기회를 부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될 경우 △3주간의 기초군사훈련△34개월간 관련 분야 종사△544시간의 공익복무를 하면 사회복무요원의 복무를 마친 것으로 본다. 군 입대가 경력을 이어나가는 데 큰 걸림돌이 되므로 많은 예체능인들이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해 예술체육요원 자격을 얻고자 한다. 병역 문제 때문에 해외 진출이나 계약 조건 등에서 발목을 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 프로축구 리그 분데스리가(Bundesliga) SC 프라이부르크(SC Freiburg)에서 뛰고 있던 축구선수 권창훈은 병역 문제 해결을 위해 독일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으며 스페인에서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한 이강인에겐 스페인 축구연맹에서 귀화를 제안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술요원은 병무청장이 정하는 35개 대회에서 2위 이내로 입상한 사람이 편입될 수 있으며 체육요원은 올림픽대회 3위 이상이나 아시아경기대회 1위 입상자가 그 대상이다. 병무청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414명이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됐다.
◆병역특례 제도의 문제점
이들은 관련법에 따라 적법하게 편입된 예술체육요원으로서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만 일반 병사와는 복무 형태가 완전히 다르고 강도도 약하다고 여겨져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한다. 특히 최근 정치인이나 연예인 등 공인들의 군 복무에 대해서도 엄격한 잣대가 요구되면서 이 제도에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도 많다. 기초군사훈련을 수료한 후 2년 6개월간 하던 일을 계속 이어가기만 하면 되기에 ‘병역면제’와 동의어로 쓰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비판에 2014년 병역법 개정을 통해 ‘특기를 이용한 544시간의 봉사활동’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9년 국방부가 성인 2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4.4%가 운동선수에게 병역 특례를 주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위와 같은 문제가 발생한 데에는 다음과 같은 요인을 지적할 수 있다. 먼저 군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국정모니터링시스템에 따르면 19세 남자 인구는 2014년 약 351,000명에서 2023년 약 226,800명으로 대폭 줄었다. 또 내년에는 처음으로 군 병력이 40만 명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저출산으로 인한 병력 수급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대체복무제도 축소나 복무기간 연장 등이 검토되고 있으며 병역판정검사도 판정 기준이 강화되고 있다. 가령 신체질량지수(BMI)가 35 이상일 경우 작년까지는 신체등급 4급 사회복무요원 입영 대상이었지만 올해부터 40 이상부터 4급 판정을 받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예술체육요원 제도 또한 축소 압박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위선양에 대한 기준이 애매하다는 지적도 있다. ‘예술체육요원 편입 및 관리규정’에 따라 병무청장이 정한 대회들이 인지도가 떨어지거나 한국인 참가자가 많아 국위선양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이다. 체육요원의 경우도 종목 간 인지도 차이가 커 비인기 종목에서 비슷한 문제가 발생한다. 같은 이유로 예술체육요원 자격을 얻을 수 있는 대회 기준도 변화가 잦다. 월드컵 축구의 경우 2002년 한국-일본 월드컵 흥행에 따라 대회 기간 중 추가됐다가 2008년에 빠졌다.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또한 2006년 대회 창설과 함께 추가됐다가 2년도 안 돼 월드컵 축구와 함께 제외됐다. 이에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여론에 따라 자주 바뀐다는 비판이 있다.
이러한 논의는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 병역 특례 논의가 등장한 후 더 증폭됐다. 방탄소년단이 유명 음원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고 각종 시상식에서 상을 수상하자 이들에게도 병역특례를 줘야 한다는 여론이 생겼다. 방탄소년단 같은 대중예술인도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방탄소년단이 우리 문화를 널리 알리고 국위선양에 기여했기 때문에 병역특례를 주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일각에선 나라를 대표해서 나간 것도 아닌데 병역특례를 주는 것은 과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문제는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도 언급될 정도로 진지하게 논의됐다.
지난 2021년 11월 25일 열린 국방위원회 회의에서 김진표 위원은 “방탄소년단 정도로 국위를 선양한 사람은 당연히 예술체육요원에 포함돼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으며 성일종 위원도 “유엔(UN)에서 연설까지 했던 사람들이 이 혜택으로부터 배제된 것 자체가 불공정하다고 생각한다”고 힘을 보탰다. 반면 김병기 위원은 “그러면 군대에 가는 사람들은 아무 능력이 없고 국위선양을
하지 못해서 나라라도 지키라고 가는 건 아니지 않냐”고 반박했다. 국위선양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탓에 이처럼 특정인이 병역특례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축구나 야구 등 팀 단위로 출전하는 종목의 경우 선수마다 기여도가 다르다는 문제도 있다. 경우에 따라선 아예 경기에 출전하지 않고서도 팀이 승리하면 똑같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난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야구 대표팀이 금메달을 획득해 선수단 전원이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됐는데 부상을 이유로 한 번도 출전하지 않은 두산 베어스 소속 투수 곽빈도 포함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와 같은 사례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는 ‘병역이행의 공정성공익성 강화를 위한 대체복무제도 개선방안’에서 “후보 선수라 하더라도 팀의 일원으로서 함께 땀을 흘리며 공동의 목표를 위해 헌신했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또한 공익복무시간을 조작하는 문제도 있다.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되면 34개월 내에 청소년 및 사회적 취약 계층 등을 대상으로 544시간의 공익복무시간을 채워야 하는데 이를 조작하거나 부풀리는 것이다. 축구선수 장현수는 지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예술체육요원 자격을 얻었지만 봉사실적을 조작한 것이 적발됐다. 같은 날 찍은 사진을 여러 번 제출하는 등의 방식으로 복무시간을 부풀린 것이다. 결국 대한축구협회는 벌금 3,000만 원을 부과하고 국가대표 자격을 영구 박탈했다. 한편 SBS는 지난 10월 16일 프로야구 A 선수와 쇼트트랙 B 선수 등 봉사 실적이 현저히 떨어지는 병역특례자들에 대해 보도했다. 한 분기에 24시간을 채워야 하지만 5시간에서 적게는 아예 실적이 없는 선수들도 있었던 것이다. 이에 6일 뒤인 22일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조현재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은 관리 인력을 늘리겠다고 해명했다. 김윤덕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은 SBS에 “최소한의 봉사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성실히 군 복무를 하고 있는 우리 장병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이다”며 “병역특례에 대한 정책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나아가야 할 방향
앞서 언급한 문제들 이외에도 여자 선수와의 형평성 문제나 병역특례 후 국적 이탈 등 많은 문제점들이 논란이 되자 이기식 병무청장은 지난 5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도입할 당시와 비교해 △국민 인식△병력 자원 상황△시대 환경 등의 측면에서 많은 변화가 있다”며 “최적 방안의 기준은 병역 의무 이행의 공정성과 국민의 눈높이다”라며 폐지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예술체육요원 제도가 우리나라의 문화 경쟁력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절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우수한 예체능 자원들이 군 입대를 할 경우 해당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성장이 침체 및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퇴 후에 병역을 이행할 수 있게 하거나 국군체육부대처럼 예술인들이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국군예술부대도 만들자는 의견 등이 존재한다. 특히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국군체육부대 상무 육상단 소속 우상혁 상병이 4위를 기록하고 같은 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선 우리나라 육상 종목 최초로 은메달을 획득하는 등 성과를 보여준 것을 근거로 국군예술부대의 실효성을 주장하는 의견이 많다.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 소속 국가 중에서 국위 선양 등을 근거로 병역특례를 주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OECD 소속이 아닌 국가 중에선 이란이 운동선수들의 성과에 대해 병역특례를 주는 제도가 존재한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18개월에서 24개월간 의무적으로 군 복무를 하도록 하는 이란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은 물론 세계선수권대회 등도 병역특례 대상이다. 마수드 솔타니파르(Masoud Soltanifar) 전 이란 체육청소년부 장관은 병역특례를 아시안컵에도 확대 적용하자며 선수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대만 또한 대만 헌법 제20조에 따라 징병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운동선수들에게 병역특례를 제공한다. 병역특례를 받은 선수는 4개월의 병역의무를 12일로 줄일 수 있다. 특히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됨에 따라 2005년 이후 출생자부터 복무 기간이 1년으로 늘어났기에 더욱 큰 동기부여로 작용하고 있다. 이집트 또한 학력 등에 따라 3년까지 복무해야 한다. 특례 제도는 따로 없으나 이브라힘 마흘랍(Ibrahim Mahlab) 전 총리가 축구선수 모하메드 살라(Mohamed Salah)에게 직접 나서서 병역 특례를 주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징병제는 헌법소원도 몇 차례 이루어졌을 정도로 최근 우리 사회의 쟁점 중 하나로 급부상했다. 헌법재판소는 세 차례의 헌법소원에서 모두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판결문에서 모병제 전환이나 여성 징병제를 언급하기도 하는 등 변화를 암시하기도 했다. 특히 공인 남성의 병역 미이행에 대한 대중의 시선은 날카로워졌다.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다면 병역기피자라는 낙인과 싸늘한 눈초리를 피해갈 수 없게 되었다. 국가대표를 영웅시하는 풍조는 사라진 지 오래며 그 자리에는 공정을 중요시하는 추세가 대신 자리잡았다. 해를 거듭할수록 떨어지는 스포츠 국제대회 시청률이 이를 방증한다. 즉 아무리 국가에 기여한 인물일지라도 합리적 이유 없이 특혜가 주어지는 것은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 예술체육요원 제도가 도마 위에 오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자 휴전 중인 국가로서 관련 방안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백승준 기자 08seungjune@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