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학교의 군 E-러닝 제도에 대한 여러 취약점이 발견돼 군 복무 중인 장병들의 학습권 보장과 관련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군 E-러닝(e-learning)이란 국방부와 국내 대학들이 협력해 군 복무 중인 장병들에게 온라인 강의를 제공하는 제도로 2021년 기준 171개 대학이 참여 중이다. 우리학교 군 E-러닝 제도의 현황 및 문제점제도 개선을 위한 다양한 노력과 한계점나아가야할 방향을 알아보자.
◆우리학교 군 E-러닝 제도의 현황 및 문제점
지난 6월 13일 우리학교 재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에는 군 E-러닝 제도에 대한 불만을 담은 글이 게시됐다. 작성자는 해당 글에서 “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를 대면으로 진행한다는 사실을 교수가 뒤늦게 공지했고 나는 휴가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레포트와 같은 대체 시험이 가능한지 교수에게 문의했지만 불친절한 답변 뿐이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해당 과목의 교수는 이번 사안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다. 이외에도 다수의 학생들이 군 E-러닝 제도의 미흡함에 대한 불만을 제기함에 따라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이하 총학)도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러한 군 E-러닝은 군 복무 중인 장병들이 온라인 강의를 듣고 공부할 수 있도록 국방부가 강의료공부시간온라인포털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해당 제도의 목적은 장병들의 커리어가 군복무 기간에도 유지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실제로 병역법 제73조는 장병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있으며 해당 법에 따라 2007년부터 군 E-러닝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현재 장병들은 해당 제도를 통해 부대 내에서 대학 강의 및 일반 강의를 온라인으로 수강할 수 있으며 대학 강의의 경우 수강료의 80%를 국방부에서 지원해주고 일반 강의는 전액 무료로 수강할 수 있다. 일반 강의는 검정고시어학자격증취업顰T/OA와 관련된 강의가 있으며 국방부와 계약을 맺은 업체가 제공한다.
우리학교도 2020년부터 군 E-러닝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먼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군인들이 수강할 수 있는 온라인 강의지만 기말시험이 대면이거나 대체 시험을 허락해주지 않는 일부 교수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다. 군인들은 근무비상상황훈련 등의 이유로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기 어렵다. 따라서 군 E-러닝 강의의 시험 형식이 대면이라면 이에 맞춰 휴가 사용이 어렵기에 성적에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물론 우리학교에서 제공하는 대부분의 군 E-러닝 강의는 대체 시험 및 온라인 시험을 시행하고 있지만 최근 논란이 된 해당 강의의 A 교수는 ‘대체 레포트 제출 시 C 학점만을 부여한다’고 통지했을 뿐 다른 구제 수단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에 군 복무 중인 일부 학생들은 성적에 대한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장병들이 수강할 수 있는 군 E-러닝 강좌의 수가 매우 적다. 우리학교 홈페이지에 게시된 ‘2024-1학기 군 복무 중 원격수업 학점인정 안내’에 따르면 장병들이 들을 수 있는 강좌는 정규학기 온라인 강좌다. 즉 강의시간표에 온라인으로 표기돼 있는 강좌를 수강할 수 있다. 그러나 2024년도 2학기 서울캠퍼스의 온라인 강좌 개수는 교양 강의 2개며 각각 동유럽발칸 문화의 이해와 체육(운동과 건강)이다. 한편 2024년 2학기 글로벌캠퍼스의 온라인 강좌 개수는 교양 강의 4개며 각각 동아시아의남북문명교류의 이해미시세계의 과학아프리카 문화의 이해언어학과심리실험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나라사랑포털에서 참고한 연세대학교(이하 연세대)의 사례를 보면 2024년 1학기에 개설된 군 E-러닝 강좌 개수는 16개에 달했다. 실제로 서울권 주요 10개 대학의 군 E-러닝 강의 수는 평균 약 18개로 우리학교보다 약 6배 정도 많다. 이러한 실정에 대해 군 복무 중인 권민혁(상경경제 23) 씨는 “개설된 강의 수가 너무 적어서 수강신청 시 많은 군인들이 몰린다”며 “사실상 군 E-러닝 강의 신청에 성공하기 어렵고 선택의 폭도 좁다”고 언급했다.
물론 교양강의와 전공강의를 합하면 군 E-러닝 가능 강좌의 수는 2024년 2학기 기준 서울캠퍼스 7개와 글로벌캠퍼스 12개로 약간 늘어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전공 강의는 교양 강의에 비해 시험 및 과제의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일과를 수행하는 장병들이 수강하기엔 적합하지 않다. 또한 자신의 전공이 아닌 강의는 수강 자체가 불가능하기에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권 씨는 “장병들이 훈련을 받으며 전공 과목을 공부하는 것은 벅차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군복무 중 군 E-러닝 강좌를 통해 수강할 수 있는 최대 학점이 너무 적다는 비판이 있다. 지난달 30일 우리학교 학사종합지원센터에서 공지한 내용에 따르면 이번학기 군 E-러닝 최대 수강가능학점은 6학점이다. 타 대학의 사례를 보면 고려대학교는 18학점서울대학교는 12학점시립대학교는 12학점연세대는 24학점중앙대학교(이하 중앙대)는 12학점이며 또한 총학이 지난 6월 28일 인스타그램(instagram)에 게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주요 10개 대학 평균은 11.25학점이었다. 즉 대부분의 서울 소재 대학교들이 우리학교보다 군 E-러닝 최대 수강가능학점이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제도 개선을 위한 다양한 노력과 한계점
지난 학기 군 E-러닝 제도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총학은 ‘군 E-러닝 개선 사업’을 시행했다. 먼저 군 E-러닝 제도를 이용했거나 이용할 예정인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했으며 이후 학교 부처 및 교수와 면담을 진행했고 현재는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는 중이다. 총학은 “지난 학기의 경우 먼저 우리학교의 군 E-러닝 제도가 가진 문제점을 찾고자 노력했다”며 “이를 위해 관련 규정을 분석하고 타 대학 현황과 비교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우리학교 학사종합지원센터 또한 군 E-러닝 제도의 개선 방안에 대해 여러 방면으로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노력에도 군 E-러닝 제도의 개선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병역법 제73조의 취지와는 달리 우리학교 학칙엔 군 E-러닝 제도를 통한 장병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특히 장병을 대상으로 한 대체 시험이나 시험 연기를 의무화한 별도의 학칙이 없다는 점에서 원칙적으로는 해당 교수의 잘못이라고 할 수도 없다. 즉 군 E-러닝 제도를 이용하는 장병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구체적인 기준이 없기에 현재로선 교수 개인의 재량에만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다.
또한 군 E-러닝 제도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다는 문제도 있다. 실제로 군 복무 중인 마채운(아시아이란어 22) 씨는 “군 E-러닝이라는 제도를 최근 처음 알았다”며 “군 복무 중인 군인이 아니라면 남학생들도 알기 어려운 제도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총학은 “군 E-러닝 제도가 제아무리 개선돼도 교수와 학생 구성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면 허물만 좋은 제도로 퇴색될 것이다”고 밝혔다.
◆나아가야할 방향
먼저 서울캠퍼스 기준 교양 강의 2개와 글로벌캠퍼스 기준 교양 강의 4개에 불과한 군 E-러닝 강의의 개수를 늘릴 필요가 있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 우리학교의 군 E-러닝 강의 수는 타 대학에 비해 현저히 적다. 이로 인해 수강신청 경쟁률이 매우 높고 수강을 원하더라도 듣지 못하는 장병들이 많아 학습권의 침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또한 불가피한 상황에 한해 군 복무 중인 수강생에게 대체 시험 및 시험 연기를 허가하는 규정이 신설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총학은 “관련된 규정이 신설되기 위해선 학교 및 교수 측의 의견이 먼저 종합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한편 열린사이버대학교(Open Cyber University of Korea, 이하 OCU)를 활용하는 것은 군 E-러닝 강좌 확대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우리학교는 학기 중에 개설되는 온라인 강의를 군 E-러닝 강의로 지정한다. 그러므로 군 E-러닝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선 별도로 우리학교 온라인 수업을 수정해야 하므로 여러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시립대학교(이하 시립대)는 OCU와 계약을 체결하고 개설된 강의 중 시립대가 인정하는 강의만 수강 신청할 수 있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OCU는 2001년에 국내 최초로 설립된 사이버대학으로 온라인으로 대학 강의를 제공한다. OCU에서 제공하는 모든 강의는 온라인 강의기 때문에 시험이나 과제와 관련된 제도들이 체계적으로 정비돼 있다. 따라서 시립대는 OCU를 통해 군 E-러닝 강의를 제공함으로써 강의 개수비용수강신청인원 등 많은 면에서 학생들에게 편리함을 주고 있다. 이미 우리학교는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한 군 E-러닝 제도 개선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지난 3월 10일 작성된 중대신문 기사에 따르면 중앙대는 작년에 군 E-러닝 수강정원이 총 400명으로 매우 많았음에도 올해 장병들의 군 E-러닝 수요가 증가하자 수강정원을 480명으로 늘렸다고 밝혔다. 이처럼 군 생활 중에도 학업을 이어가려는 장병들의 요구에 맞춰 대학들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실효성 있는 군 E-러닝 제도가 되기 위해선 우리학교도 학생들과 교수들의 목소리를 듣고 제도 개선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박진하 기자 08jinha@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