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질된 동물 외교, 올바른 판단을 해야할 때

등록일 2023년12월06일 22시0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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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선 최근 에버랜드(Everland)의 판다인 푸바오에 큰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판다는 동물 외교의 일환으로 이용되기에 동물 외교 역시 화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동물 외교 중 특히 ‘판다 외교’로 알려진 중국의 판다 소유권 정책은 판다의 중국 외 반출을 엄격히 금지하고 전 세계 모든 판다에 대한 소유권이 중국에 있음을 천명한 정책이다. 현재 이 동물 외교를 둘러싼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표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동물 외교의 현황△동물 외교의 문제점△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동물 외교의 현황

동물 외교는 멸종 위기 동물과 같은 희귀한 동물을 외교적 목적을 위해 상대 국가에 보내는 것으로 현재 전 세계에서 희귀하고 귀한 동물을 외교에 활용하고 있다. 과거 동물 외교에 사용되는 동물의 종류는 주로 친선을 도모하고자 하는 대상 국가 지도자의 취향에 따라 결정됐다. 이후 민주주의가 부상하며 동물 외교의 형태도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호주의 동물 외교가 생물학적으로 희소성을 갖는 오리너구리에서 시민의 호감을 사기 위한 코알라로 집중된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지도자의 기호를 중심으로 하던 동물 외교에서 국민들에게 호감을 얻을 수 있는 귀여운 동물들이 더욱 주목받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지난 2000년 제1차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진돗개와 풍산개 한 쌍을 서로 주고받은 바 있다. 지난 2018년 제3차 남북 정상 회담 땐 문재인 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풍산개 한 쌍을 선물 받았고 퇴임 뒤 사저로 데려 가기도 했다. 이는 한반도의 평화와 협력을 증진하기 위한 동물 외교의 일환이었다.

 

최근엔 중국과의 판다 외교가 국내에서 주목받고 있다. 판다 외교라는 용어는 지난 1972년 중국이 리처드 닉슨(Richard Nickson) 미국 전 대통령에게 중국 방문 기념으로 판다를 선물로 보내면서 본격적으로 사용됐다. 현재 중국은 관계 개선이 필요하거나 자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은 국가에게 판다를 한 쌍씩 대여 해주는 방식으로 총 18개국과 판다 외교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 간의 외교적 관계에서 판다 외교가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 스미스 소니언(Smith Sonion) 국립동물원은 판다 임대 계약 연장을 위해 중국과 협의했지만 실패했다. 이에 일각에선 그동안 평화와 우의를 상징했던 판다가 대중 제재에 대한 보복 수단으로 변했다며 ‘징벌적 판다 외교’ 라는 표현이 나오기도 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ewYorkTimes)는 “판다는 미국과 중국을 연결하는 상징이었다”며 “판다 외교의 시대가 적어도 지 금은 끝났다”고 평가했다. 또한 최근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로 인해 중일 관계 또한 악화된 상황이다.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일본 자유민주당 대표는 “판다는 자국민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으며 국민감정을 완화하는 데 중요한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이 에 차이(Chai)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일원은 “판다가 중·일이 우정을 쌓는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각 나라가 동물 외교를 수행하는 데엔 여러 이유가 존재한다. 기원전 시기엔 권력자들이 자신의 권력과 명성을 과시하기 위해 당시 자국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동물들을 이용했다. 현대에 들어서자 동물 외교는 각 국가 간의 우호 관계 조성을 위한 도구이자 외교적 전략으로써 사용되고 있다. 조동준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동물 외교는 장기적으로 한 나라의 호감을 얻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고 설명했다.

 

◆동물 외교의 문제점

동물 외교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그 이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중국이 대외적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판다를 이용한다는 지적은 오래됐다. 특히 신장 위구르 지역의 인권이나 타이완 문제 등을 가리기 위해 판다를 활용한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에 따르면 희귀 동물은 보호 연구 목적으로만 외국으로 반출될 수 있다. 이에 중국은 번식연구기금 명목으로 약 13억 원 내외를 받고 대여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중국이 자국의 동물 외교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명분은 번식이다. 현재 멸종 위기 등급이 ‘취약’으로 한 단계 내려갔지만 전 세계에 약 1,800마리 정도밖에 남지 않아 특별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여한 판다가 갑작스럽게 죽는 경우엔 외교 갈등으로 번지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5월 태국 치앙마이(Chiang Mai) 동물원에 있던 판다가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건강에 별다른 이상 징후가 없던 판다가 갑자기 죽자 중국 내에선 치앙마이 동물원 측이 판다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직접 유감을 표하고 양국이 공동 부검해 자연사 여부를 확인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론 동물원의 관리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판다의 죽음에 대해선 태국이 중국에 약 6억 원을 보상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 외교가 멸종 위기 동물 복원 사업에 중대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졌지만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은 “대왕 판다의 멸종 위기 등급이 취약 단계로 낮춰진 건 외교를 통한 인공 번식 프로그램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전했다. 캠퍼스 플러스(Campus Plus)는 “진정으로 동물을 생각한 다면 멸종위기를 막기 위한 방안이라고 포장하는 것보다는 자연에서 잘 살아가도록 내버려 두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송혜경 동물행복연구소 공존 대표(이하 송 대표)는 “실제로 동물 외교를 통해 판다를 받은 동물원들이 판다의 서식지 외 보전을 위한 인공 번식 연구에 상당 부분 기여했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멸종된 동물 중 하나였던 따오기를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으로부터 국내로 들여와 번식에 성공시킨 ‘따오기 외교’의 사례도 있다.. 이처럼 동물 외교는 생물 종 보존성을 증가시키고 있다. 이에 플래닛 키퍼스는 “동물 외교는 멸종 위기 동물 복원 사업과 생물다양성 증가 등의 분명히 긍정적인 부분이 있지만 대개 문화 교류와 국제 협력을 촉진하는 목적으로 이뤄진다”며 “그러나 목적이 달성하는 결과와는 별개로 동물의 복지와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나아가야 할 방향

중국이 판다 임대를 통해 경제적 외교 관계를 형성하는 일이 잦아지자 이를 일컫는 ‘판다노믹스(Pandanomic)’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나면서 중국은 판다를 외화벌이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동물권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며 동물외교는 동물의 의사와 상관없이 인간의 필요에 의해 낯선 환경으로 동물을 보내는 행위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미국에서 판다에 대한 학대 혐의까지 제기되자 동물보호단 체(PETA)가 나서서 “판다와 같은 동물을 강제로 서식지에서 떨어뜨려 선물처럼 주고받아선 안 된다”며 “사회적인 동물인 판다를 인간의 이해를 위해 주고받는 물건처럼 여겨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우동걸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연구원은 “국민들에게 멸종 위기종의 존재와 보존이 필요함을 알린다는 점에서 동물 외교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며 “다만 원래 서식지와 전혀 다른 환경으로 이동하면 해당 개체에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에 생태 특성을 고려해 동물 외교를 시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송 대표는 “동물 외교는 앞으로 신기한 동물을 선물로 보낸다는 의미보다 멸종 위기 동물 보전을 위한 국제적인 협력의 차원으로 이해돼야 할 것이다” 라고 전했다. 중국의 판다 외교에 대해선 “외교라기보다는 종 보전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밝혔다. 제이슨 베이커(Jason Baker) 동물보호단체 (PETA) 아시아지부 부회장은 “동물을 나라 사이에서 기증하고 기증받는 것은 전적으로 불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며 “각국이 외교 목적으로 야생 동물을 착취하는 대신 이들을 밀매하는 움직임에 맞서 싸우고 보금자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동물 외교는 멸종위기동물 복원 사업과 생물다양성 증가 등의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일차적으로는 문화 교류와 국제 협력을 촉진하는 목적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외교적 필요와 별개로 동물의 복지와 권리를 보호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이는 국제적인 도덕적 책임이기에 관련 국가 및 기관들은 이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동물 외교가 국제적인 멸종 동물 보전과 동물 복지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동물 보호와 권리를 증진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귀추가 주목된다.

 

 

장휘영 기자 07hwio@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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