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ENA에서 방영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많은 관심 속에 종영됐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최종회에서 17.5%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인기를 누렸다. 이에 따라 드라마 의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자폐스펙트럼장애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우리학교에서 ‘특수교육의이해’를 강의하고 있는 양현규 강사를 만나 자폐스펙트럼장애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Q1.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인기를 끌며 자폐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커졌습니다.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정의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자폐스펙트럼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는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이 협회에서 DSM-5*를 통해 자폐스펙트럼장애에 대한 진단기준을 제시하고 있어요. 자폐스펙트럼장애에서 스펙트럼이란 단어가 쓰이는 이유는 자폐가 자폐적 성향의 연속선상에 나타나기 때문 입니다. 자폐인들이 보이는 특성의 유사도에 따라 △경도△중등도△중도 로 장애 정도가 구분돼요. 지금까진 자폐스펙트럼장애란 용어보다 ‘전반적 발달장애(Pervasive Developmental Disorder)’란 용어가 더 널리 사용돼 왔습니다. 하지만 이 용어는 발달수준의 특이성만을 강조한단 점에서 부적절한 측면이 있어요. 해당 단어 속에 자폐를 가진 이들의 발달수준은 어떤 연령대의 사람에게 서도 찾아 볼 수 없단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죠. 이에 현재 교육계를 비 롯한 많은 분야에서 자폐스펙트럼장애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국내의 장애 관련 법에선 자폐성장애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어요. 이에 반해 자폐스펙트럼장애는 법적 용어가 아닙니다. 주로 의학계와 교육계에 서 사용되는 용어이며 국내에서 자폐인들은 자폐성장애로 등록되고 있죠.
Q1-1.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원인은 무엇이며 어떻게 발 견되나요?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자폐 증상은 전형적으로 3세 이전에 발생하지만 드물게 3세 이후에 나타나기도 해요. 자폐 유아들은 대부분 3세 이전에 부모와 눈맞춤이 어렵고 부모의 얼굴에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어떠한 사물이나 사건에 자신 외에 타인 또한 함 께 주의를 기울이고 있단 점을 인지하는 걸 ‘공동주의집중’이라고 하는데, 이를 보이지 않으면 자폐가 있단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Q2.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증상과 양상은 어떻게 되나요?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겪는 이들은 사람을 상대하지 않으려 한단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비언어적 요소와 언어적 요소에 결함이 발생해 의사소통이 불가능해지는 것이죠. 이런 사회적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의 결 함을 ‘사회적 의사소통장애’라고 부르는데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전부 이 사회적 의사소통장애를 동반합니다. 사회적 의사소통장애 외의 특징으론 제한적이고 반복된 관심이나 활동 을 들 수 있어요. 이 특징은 자폐인들마다 매우 다른 행동과 언어사용으로 나타납니다. 어떤 이들은 팔을 상황에 맞지 않게 반복해서 흔들거나 특이 한 어구 혹은 타인의 말을 의미도 모른 채 따라 말하는 반향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죠. 또 어떤 이들은 동일한 음식이나 의례적 패턴과 같이 동일성 에 집착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 외에 색다른 대상에 강한 애착을 보이거나 일반적인 주위 환경의 자극에 강한 혐오감을 갖는 경우도 있습니다.
Q2-1.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우영우’에게서 확 인할 수 있는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증상 및 특성은 무엇인가요?
사회적 의사소통장애와 관련한 특성으로 우영우는 눈맞춤이 안 되고 특히 말을 할 때 상대방의 얼굴을 보지 않습니다. 그리고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 하기 어려워하고 사회적 상황 및 비유를 이해하지 못해 다른 사람의 설명 을 들어야 하죠. 이외에도 말의 △강세△높낮이△리듬 패턴 없이 기계적 으로 말하는 특징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무표정인 상태로 말을 하는 점은 비언어적 요소인 표정을 언어적 요소와 통합하지 못하는 것으로 볼 수 있어요. 제한적이고 반복된 관심이나 활동에 대한 특성을 살펴보면 우선 자신의 이름을 소개할 때 거꾸로 읽어도 동일한 단어들을 나열하는데, 이는 상황 에 맞지 않는 특이한 어구를 사용하는 동시에 의례적 패턴을 사용해 동일 성에 집착을 보이는 행동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른 방에 들어가기 전 머뭇 거리는 행동은 갑작스런 환경 변화에 대한 대처가 어렵단 의미예요. 또한 고래에 남다른 애착을 보이는데 이는 색다른 대상에 대한 강한 애착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영우란 인물은 드라마 전개에 적합하게 창조해낸 가상 인물이 란 사실을 인지해야 합니다. 앞서 자폐스펙트럼장애엔 사회적 의사소통장 애가 포함된다고 했는데 이는 의사소통의 자발성이 결여돼 있어야 함을 의미해요. 하지만 우영우의 경우 이것이 일관적이지 않습니다. 또한 자폐 스펙트럼장애로 판정 받았다면 우영우처럼 언어 능력이 뛰어날 수 없어요. 자폐스펙트럼장애인들은 △기억△암산△음악△퍼즐 등 특정한 부분에서 우수한 능력을 보이는 ‘서번트증후군’이 나타날 순 있지만 우영우처럼 암 기와 더불어 이해와 적용까지 하는 경우는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Q3. 자폐스펙트럼장애인에 대한 우리나라의 교육 정책 엔 어떤 게 있나요?
우리나라에선 학생의 자폐스펙트럼장애가 교육적 성취에 불리함을 준다 고 판단되면 특수교육을 통해 적절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교육계에선 이러한 학생들을 ‘자폐성장애학생’이라 칭합니다. 이 학생들은 장애 정도에 따라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거나 특수학교에 서 분리교육을 받을 수 있어요. 자폐성장애학생들을 위해선 교육과정과 관련해 기본교육과정을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발달장애인으로서 자폐성장애학생들은 일반교육과정을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준에 맞는 교육과정을 사용할 수 있도록 국가 수준에서 별도로 교육과정을 준비해두고 있는 것이죠.
Q4. 자폐스펙트럼장애인에 대한 우리나라의 경제·사 회적 지원 정책엔 어떤 게 있나요?
우리나라에선 장애인으로 등록이 돼야 장애인으로서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장애 등록은 장애인복지법을 통해 이뤄집니다. 이 제도를 통해 장애인 으로 등록이 되면 △보조견의 훈련·보급 지원△산후조리 도우미 지원△생 산품 구매 지원△생업 지원△의료비 지급△자금 대여△자녀 교육비 지원 △자립훈련비 지급△장애유형·정도별 재활 및 자립 지원 서비스△장애 수 당 지급 등 다양한 복지 혜택을 제공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 장애 등급이 폐지됐는데 이에 따라 자폐성장애인은 중증에 해당하는 서비스를 제공 받고 있어요. 더불어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장애인으로 인정되지 않지만 지원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학습장애는 장애인복지법 상에서 장애로 등록 되지 않아 장애인으로 인정되지 않지만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선 해당 장애와 관련해 교육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Q5.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처럼 미디어에서 자폐가 소재로 다뤄지는 데에 따른 긍정적인 영향은 무엇인가요?
긍정적인 측면은 장애인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인식이 개선됐단 점을 들 수 있습니다. 특히 자폐스펙트럼장애인은 현실에서 마주할 기회가 거의 없죠. 이런 상황에서 드라마 인물을 통해 자폐스펙트럼장애의 특징을 알고 장애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제공됐단 게 매우 긍정적이에요. 이러한 드 라마나 영화 한 편을 보는 게 장애인식개선교육을 몇 번 받는 것보다 효과 적일 수 있습니다.
Q5-1.‘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처럼 미디어에서 자폐가 소재로 다뤄지는 데에 따른 부정적 영향은 무엇인가요?
자폐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심어 줄 수 있단 점이 우려됩니다. 우영우는 드 라마를 위해 창조된 인물이고 그와 같은 이들이 실재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자폐인도 노력하면 우영우와 같은 사람이 될 수 있단 비현실적인 기대를 가질 수 있죠. 그렇게 되면 자폐인들과 그 가족들 은 자칫 노력을 하지 않는단 오해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탓하는 사람도 생길 수 있어요.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드라마 제작을 위해 장애인의 특성을 바꾸는 게 아니라 우리 주변에 실재하는 장애인의 특성을 잘 드러내는 드라마를 제작할 필요가 있습니다.
Q6. 자폐스펙트럼장애인과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엔 어떤 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자폐인들이 스스로 살아가는 게 불가능하단 사실을 인지해야 합니다. 더 불어 자폐는 스스로 극복할 수 없기에 이들이 장애를 스스로 극복하길 바라선 안 돼요. 평상시에 이들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자폐스펙트럼장 애를 장애라기보다 다양성 측면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이런 태도와 인식 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지면 자폐인들과 매우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 것 입니다.
*DSM-5: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약칭 DSM)의 2013년에 나온 다섯번째 개정판으로 미국정신의학협회(APA)에서 발행한 정신질환 분류 및 진단 절차
김예주 기자 05yejoo@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