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브레이크가 없는 픽시 자전거(Fixed Gear Bike)를 타던 중학생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픽시 자전거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18일에는 위험 주행을 반복한 청소년의 보호자가 방임 혐의로 입건되는 사례도 발생했다. 픽시 자전거는 뒷바퀴와 페달이 고정돼 있어 페달을 멈추면 바퀴도 멈추는 고정 기어 자전거다. 가볍고 빠른 속도와 묘기 수행의 용이성으로 청소년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제동장치 없이 주행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사고 위험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픽시 자전거 문제 현황△픽시 자전거 문제 원인△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픽시 자전거 문제 현황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간 이뤄진 한국소비자원이 실시한 안전 실태 조사에 따르면 픽시 자전거 이용자의 42.8%가 사고를 경험했거나 사고 직전의 위험을 겪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13.8%는 실제 사고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사고 원인으로는 △급제동△과속△브레이크 미장착△조작 미숙 등이 꼽혔다. 학생들이 픽시 자전거를 자주 타는 공원 근처에서 거주 중인 이서준 씨는 외대학보와의 인터뷰에서 “공원에서 산책하던 중에 중학생 여러 명이 픽시 자전거를 타며 행인들을 위협하는 상황을 마주했고 이를 피하려다 넘어진 적이 있다”며 픽시 자전거로 인한 피해 경험을 밝혔다. 지난 2월 23일 경찰청에서 발표한 ‘픽시 자전거 단속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지난 1월까지 총 4개월간 전국 픽시 자전거 단속 건은 721건으로 하루에 약 5건꼴로 발생했다.
픽시 자전거는 일반 자전거에 비해 제동거리가 최대 6.4배까지 길어지기에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서울 관악구에서 한 중학생이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가 갖춰지지 않은 픽시 자전거를 타고 내리막길을 내려가다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에어컨 실외기에 부딪혀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지난해 8월 19일에는 대전 서구에서 갑자기 등장한 픽시 자전거와 청색 신호에 주행 중이던 택시가 충돌해 픽시 자전거 운전자인 10대 청소년이 중상을 입기도 했다. 픽시 자전거는 운전자뿐만 아니라 주변 행인들에게도 피해를 주고 있다. 지난달 18일 인천 남동구 도로에서 픽시 자전거를 타고 주민들을 위협한 중학생 2명의 보호자가 아동복지법상 방임 혐의로 입건되기도 했다. 또 지난 2월 1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의 자전거 연습장에 모인 청소년들이 픽시 자전거를 타고 자전거도로를 질주했고 이를 지나가던 행인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들이 출동하는 과정에서 청소년들이 경찰관들이 세워 둔 경찰차를 픽시 자전거로 둘러싸고 발길질하거나 바퀴로 옆문을 찍는 등 위협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픽시 자전거 문제 원인
픽시 자전거로 인한 피해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원인은 사회 구조와 운전자 개인의 주행 방식의 영향이 있다. 사회 구조적 차원에서 봤을 때 첫째로 브레이크 제거 및 불법 유통 구조에 있다. 픽시 자전거는 뒷바퀴와 페달이 고정돼 있기 때문에 사실상 사고 위험 상황에서 급제동을 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게다가 최근 고의로 뒷바퀴를 미끄러트려 마찰로 속도를 줄이는 제동 기술인 스키딩(skidding)이 청소년들 사이에 유행하며 일부러 브레이크를 제거한 채로 픽시 자전거를 타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도로교통법 제48조 제1항에 명시돼 있는 제동장치 조작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처벌 대상이 된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실제 이용 중인 픽시 자전거 54대의 브레이크 장착 상태를 확인한 결과 그중 47대가 브레이크 장착이 제대로 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많은 청소년들이 브레이크를 제거한 픽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데에는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않은 픽시 자전거가 관리 및 감독의 사각지대 속에서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데 있다. 온라인으로 안전 확인 대상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선 판매자가 온라인 홈페이지에 안전 확인 정보를 게시해야 하나 실제 픽시 자전거 판매 사이트를 조사한 결과 판매업체 12개 중 3개는 제품의 안전 확인 신고 번호를 표기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적으로 자전거는 앞바퀴와 뒷바퀴를 각각 제동하는 브레이크와 레버가 장착돼야 안전확인시험을 통과할 수 있으나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시중에 판매 중인 픽시 자전거 중 75%는 브레이크가 제대로 장착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중 55%는 앞바퀴와 뒷바퀴 중 하나에만 브레이크가 있었고 20%는 아예 브레이크가 제거된 상태였다.
둘째로 픽시 자전거에 대한 제도적 공백에 있다. 현행법상 픽시 자전거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을 때 이를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픽시 자전거가 주행 중인 자동차나 행인을 위협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했지만 이에 대한 처벌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운전자가 실제로 처벌받은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8일 위협적으로 픽시 자전거를 운전하던 중학생 두 명도 그들의 부모가 아동복지법상 방임 혐의로 입건됐을 뿐 운전자의 픽시 자전거 주행 자체에 대해선 혐의를 묻지 못했다. 이처럼 현행법상 픽시 자전거 주행에 대한 명확하고 구체적인 규정이 없기 때문에 강제 귀가 조치 외엔 별다른 처벌이나 징계를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경일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에 따르면 브레이크를 달지 않고 주행하는 것 또한 단속 대상이지만 주행 중인 픽시 자전거의 브레이크 유무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어 단속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픽시 자전거를 단속하는 경찰 인력이 부족한 것 또한 단속 사각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경찰이 픽시 자전거뿐만 아니라 △과속△신호위반△음주 운전 등 다방면의 단속을 동시에 하고 있기 때문에 픽시 자전거에 대한 단속은 기타 대형 교통사고 관련 업무에 밀려 뒷전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18일 여의도공원에서 픽시 자전거 관련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청소년들로부터 위협당한 경찰관들에 따르면 제한된 인원으로 픽시 자전거를 단속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무리를 지어 픽시 자전거를 타기에 경찰이 출동하면 순간적으로 흩어지면서 경찰을 따돌리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운전자 개인의 차원에서 봤을 때 픽시 자전거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는 이유는 안전 인식 부족과 보호장구 미착용에서 찾을 수 있다. 픽시 자전거를 타는 많은 청소년들이 필수 보호장구인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채 주행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조사 결과 주행 중인 픽시 자전거 24대의 운전자 전원이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았다. 그중 18대는 보도나 횡단보도에서 주행하는 등 기본적인 규칙조차 지키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픽시 자전거의 경우 제동이 어려워 사고 발생 가능성이 일반 자전거보다 높기에 부상 및 사망 위험이 더 증가한다.
◆나아가야 할 방향
픽시 자전거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온라인 판매업체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지난달 17일에 한국소비자원은 온라인 판매업체에 대해 제품 상세 페이지 내 △부적절한 홍보 이미지 삭제△브레이크 장착 여부의 명확한 표시 추가 등의 개선을 권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안전확인신고번호 표기 역시 의무화하도록 유도하고 관계 부처에는 브레이크가 장착되지 않은 픽시 자전거의 판매와 도로 운행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유럽연합의 경우 자전거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판매 자체가 금지되는 등 사전 규제가 엄격하게 이뤄지고 있다.
다음으로 픽시 자전거 이용과 관련된 구체적인 법적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 지난달 25일 인천시의회에선 픽시 자전거 사고를 예방하고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픽시 자전거 이용 안전 증진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했다. 해당 조례안은 개인의 취향보다 시민의 안전을 우선 가치로 두고 있으며 이를 위한 지자체의 안전한 환경 조성 책임과 이용자의 안전 수칙 준수 의무를 명시한다. 또한 매년 △이용 현황 조사 관련 기관과의 협력체계 구축 방안△청소년과 초보자를 대상으로 한 맞춤형 교육△체계적인 사고 예방 및 안전 증진 계획 수립 지시도 포함했다. 해당 조례안이 통과될 경우 그동안 제도권 밖에서 방치됐던 픽시 자전거 이용 문제를 개선하고 시민들의 도로 안전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선옥 인천시의회 의원은 “픽시 자전거가 구조상 사고 발생 시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조례를 통해 안전한 자전거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의회에서도 제동장치가 없는 픽시 자전거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관련 조례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개정안은 브레이크가 없는 자전거의 운행 제한 구역을 명확히 규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도시공원△일반 도로△자전거도로△한강공원 등에서 해당 자전거의 운행을 제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같은 구체적 법률안을 지자체 차원을 넘어 국가적 차원에서 마련해 시민들 간의 혼란도 줄어들고 더 큰 인명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국가 및 학교 차원의 체계적인 안전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 특히 구조상 제동장치가 없거나 제한적이기 때문에 일반 자전거보다 높은 숙련도와 안전 의식이 요구되나 우리나라에서는 이에 대한 교육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안전 교육 프로그램을 정규 교육과정이나 방과후 활동에 포함시켜 올바른 이용 방법과 위험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독일에선 학교와 지역 경찰이 협력해 자전거 운전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때 학생들은 교통 법규와 안전 수칙을 학습한 뒤 시험을 통해 일정 수준의 주행 능력을 검증받는다. 이는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실제 상황에서의 대응 능력을 키운다는 점에서 사고 예방에 효과적이다. 픽시 자전거는 오늘날 청소년 문화 중 하나로 자리 잡았지만 그 이면에는 여전히 심각한 안전 공백이 존재한다. 픽시 자전거의 특성상 주행과 제동이 일반 자전거보다 어려운 만큼 안전모 착용과 같은 운전자의 안전 수칙 준수가 우선시돼야 한다. 동시에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실효성 있는 관리와 감독△올바른 이용 문화 정착△촘촘한 제도 마련이 병행될 때 픽시 자전거는 비로소 달리는 폭탄이라는 오명을 벗고 안전한 자전거 문화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장은솔 기자 12eunsol@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