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부터 우리학교는 유사 학과 통폐합을 추진해왔다. 이에 학교 측은 유사 학과의 통폐합 정원으로 여러 학과를 신설했다. 다만 강의 폐강 및 교강사 부족 문제로 인해 학생들의 수업권들이 보장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등록금 축소 및 졸업학점 축소 등 폐과된 학과 소속 학생들의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어 모든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도 전가되고 있다. 신설된 학과들 역시 수강 신청 당시 교강사 미배정 및 비체계적 학사 운영 등 많은 문제들로 인해 학생들의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통폐합 및 신설 학과의 현안△학과 구조 조정 배경 및 현황△이를 두고 엇갈리는 반응△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통폐합 및 신설 학과의 현안
우리학교는 지난 2022년부터 통번역대학 및 국제지역대학 소속 학과 중 일부를 폐과하고 글로벌자유전공학부 등을 신설하는 등 학과 구조 조정을 시행해왔다. 2022년 당시 글로벌캠퍼스(이하 글캠) 총학생회(이하 총학)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통폐합 당시 △글캠 총학△국제지역대학 학생회△통번역대학 학생회와 총장 및 학생처장 간의 면담에서 학교 측은 폐과 대상 학과들에게 여러 방안을 담은 수업권 보장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수강 신청 당시 △과목별 제한 인원이 11명에서 1명으로 감소△기존 교강사 이탈△전공교과목이 한 과목당 기존 6개 개설에서 3~4개로 축소 개설되는 등 다방면에서 통폐합 이전보다 적은 혜택을 누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통폐합 대상 학과 사무실에선 다른 학과 학생들에게 수강 신청을 부탁해 수강 취소 기간에 취소하게끔 하는 등 폐강 방어 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강의가 폐강됐다. 심지어 수강 신청 변경 기간이 돼서야 교강사가 배정된 사례도 존재했다. 이에 통폐합 대상 학과의 재학생들은 △등록금 축소△수업권 보장△전공 필수 교과목 축소△졸업학점 축소 등의 요구안을 학교 측에 전달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요구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은 실정이다.
신설 학과에서도 비체계적인 학과 운영과 교강사 배정 문제로 학생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학기 수강 신청 당시 투어리즘&웰니스 학부(이하 투웰) 소속 학생들은 수강신청 변경기간까지 담당 교강사가 배정되지 않아 학업 계획에 차질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지난 학기에 비해 축소 개설된 전공 강의에 혼란을 빚었다. 특히 일부 신설 학과는 기존 학과와의 커리큘럼 차별성이 부족하단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디지털콘텐츠학부(이하 디콘)의 커리큘럼이 기존의 융합인재학부(이하 융인)의 세부 모듈과 매우 유사해 융인 소속 교원들이 겸임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례로 디콘 신설 당시 융인의 문화산업콘텐츠 모듈과 유사하다는 의견이 많이 존재했고 이에 융인 소속 교수 측에선 학점교류가 가능하도록 허용한 바 있다. 또한 융인의 해당 모듈 담당 교수가 디콘의 학부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는 일부 신설 학과들이 뚜렷한 방향성을 설정하지 못한 채 신설됐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학과 구조 조정 배경 및 현황
우리학교가 학과 구조 조정을 시행하고 있는 데엔 여러 이유가 있다. 과거 외대학보 1080호 내용에 따르면 우리학교 기획조정처 관계자가 “이 같은 변화는 학령인구 감소와 4차 산업혁명 등의 여파로 대학교 구조 개혁이 필수적인 상황에 다다랐기 때문이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른 신설학과 설치를 위해선 입학정원 및 전공교원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입학정원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는 한정된 수도권 대학교의 총 입학정원을 학교가 임의로 늘릴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수도권정비계획법에 의거해 수도권 지역 인구 과밀 현상을 막기 위한 입학정원 증원 제한을 실시하고 있다. 다만 교육부가 발표한 ‘2024학년도 학생정원 조정계획’에 따르면 최근 3개년 평균 결손 인원 범위 내에서 첨단분야 학과 신설에 한해 입학정원 증원이 가능하다. 이에 우리학교는 기존 학과의 입학정원 감축 및 유사 학과 폐과존치를 통해 신설학과의 입학정원을 확보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이 충분한 논의 없이 학교 측의 일방적인 방식으로 진행되며 학생 및 교수진의 불만을 초래했다. 통번역대학 소속 학생 A 씨는 “지난해 소속 학과 통폐합이 논의되고 있을 당시 통번역대학 소속 학생회가 단합해 총장님과의 면담을 잡았다”며 “그러나 면담 며칠 전 학교 홈페이지에 입시 모집 요강 관련 공지가 새로 올라왔는데 그 공지엔 통번역대학이 제외돼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이는 학교 측의 일방적인 통보였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우리학교 박상원 교무처장은 “학교에서 모집하지 않기로 결정했기에 모집요강에서 제외하게 됐다”고 밝혔다.
통번역대학 및 국제지역대학 몇 개 학과의 통폐합 이후 우리학교엔 다수의 학과가 신설됐다. 서울캠퍼스(이하 설캠)엔 첨단기술을 다루는 학과인 Language & AI 융합전공과 Social Science & AI 융합전공을 설립하고 글로벌캠퍼스엔 총 2개의 단과대학(△디콘△투웰)과 4개의 신설학과(△기후변화융합전공△반도체전자공학부△AI데이터융합학부△Finance & AI 융합학부)를 설립했다다.
◆이를 두고 엇갈리는 반응
외대학보는 지난달 26일부터 29일까지 통폐합 및 신설학과 처우 문제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에 따르면 통폐합 시점 이후로 불편함을 겪은 통폐합 학과 소속 학생들은 95.7%에 달했다. 이들이 겪은 불편함엔 △수업권 미보장(72.7%)△교강사 부족(13.6%)△학과 생활 불가로 인한 학교에 대한 흥미 저하(4.5%)△기타(9.2%) 등이라 답했다. 현재 학교 측에서 통폐합 학과들에 대한 처우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부정 응답 비율이 100%에 달했다. 우리학교 재학생 B 씨는 “즐거운 학교생활을 하기 위해 입학했는데 입학하자마자 소속 학과가 폐과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후배들이 들어오지 않기도 하고 학과 학생회가 제대로 운영될 수가 없어 학교 생활에 대한 흥미가 저하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5월 통번역대학 측에선 구조조정 대상 학과들을 대상으로 공포한 보상안 관련 규정에 대해 규정 내의 보상안이 학생들의 학교생활 개선에 대한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통번역대학 학생들의 의견을 수합해 이번 학기에 학교 측에 추가 발의안을 피력한 바 있다. 그러나 학교 측에선 본 발의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이에 대해 우리학교 박상원 교무처장은 “폐과와 등록금은 아무런 상관 관계가 없는데 수업권 보장과 무관한 문제를 들고 왔다”며 “학생들이 입학할 때의 조건대로 강제로 교육 및 수업을 유지하는 것이 기본 방침이고 그에 따라 등록금과 졸업학점은 연계되고 있는 것이다”고 밝혔다. 또한 “예를 들어 폐강 기준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강제로 폐강하지 않는 것은 하나의 수업에 비용이 더 많이 드는데 등록금을 축소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며 “즉 수업권과 등록금 및 졸업학점은 연계가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반면 신설학과 소속 학생들 중 불편함을 겪은 학생들은 93.8%에 달했다. 이들이 겪은 불편함엔 △비체계적인 학과 운영 방식(62.5%)△수강 신청 당시 교강사 미배정(18.8%)△기타(18.7%) 등이 있었다. 익명의 투웰 소속 C 씨는 “통번역대학에 버금가는 높은 등록금을 내면서 전공 수업은 하나밖에 열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작 투어리즘 관련 과목은 존재하지도 않았다”며 “전공 교수님이 정해져 있지 않아 담당 교수님께 상담을 받을 수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소식이 많이 올라오는 타 학과 홈페이지에 비해 우리 학과 홈페이지는 텅텅 비어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투웰 소속 D 씨는 “기존 커리큘럼은 트랙 하나만 선택하는 것이었지만 이번 학기부터 원하는 전공교과목을 선택해서 듣는 것으로 변경됐다”며 “졸업 요건도 아직도 미정인 데다 다른 신설 학과에 비해 학과 관련 활동에 대한 지원을 전혀 해주지 않는다”고 답했다. 실제로 외대학보가 투웰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결과 졸업에 필요한 이수학점 및 외국어 강의 필수 수강에 관한 내용만 있었을 뿐 졸업 시험과 졸업 논문 등의 내용은 확인할 수 없었다. 이에 박상원 투웰 임시 학부장은 “지속적으로 우수한 교원을 확보하려고 하고 있고 현재 진행중이다”며 “투어리즘과 웰니스 두 가지 분야에 대해 필요한 교육 등을 이번 학기에 로드맵을 만들고 있고 최종적으로 완료되면 학교 홈페이지에 게시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또한 “졸업 요건의 경우엔 학교에서 마련하는 학칙으로 마련돼 있는 기본 졸업요건으로 한다”며 “학과에서 요구하는 졸업 요건이라 학과 교수진이 어느 정도 마련되면 정하면 되는 것인데 지금 당장 1학년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뿐만 아니라 기존에 관련 학과를 이중전공으로 하던 학생들 또한 피해를 받고 있다. AI 융합전공 중 Software & AI을 세부트랙으로 이수하고 있는 D 씨는 “지난 학기부터 Software & AI 세부트랙을 이수 중인데 듣고 싶은 과목이 열리지 않아 이번 학기 수강신청을 기다렸지만 이번에도 열리지 않았다”며 “AI데이터융합전공이 신설되면서 한 학기에 열리는 교과목이 줄어들어 현재 이중전공 변경을 고려 중이다”고 전했다. 또한 AI 융합대학이 신설되면서 기존 AI융합전공 중 Language & AI 세부트랙이 폐지되고 하나의 전공으로 신설됐다. 기존에 Language & AI를 세부트랙으로 이수하려던 학생들은 이중 변경 기간 직전에 갑작스럽게 이 소식을 통보받았다. 현재우(중국중외통 23) 씨는 “원래 Language & AI를 세부트랙으로 이수하려고 했는데 이중 변경 기간 직전에 이 같은 소식을 통보받게 돼 당황스러웠다”며 “Language & AI 융합학부를 이수하려면 이중 변경을 해야 하는데 신청 자격이 24학번 대상이라 이수를 못 하게 돼서 난처하다”고 전했다. 이에 학사종합지원센터 측은 “Language & AI 트랙은 설캠 Language & AI 융합학부 및 ELLT학과에서 이수하도록 처리되는 등 AI융합전공의 세부트랙의 교과목 이수의 처리를 진행했다”며 “교과목이 축소돼 불편함을 겪고 있다는 말엔 상당 부분 동의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AI융합전공 폐지는 AI데이터융합전공의 신설관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현재 학교 측의 부족한 지원으로 인해 학생들은 수업권 보장뿐만 아니라 학교생활의 전반적인 부분에서 많은 피해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다.
◆나아가야 할 방향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학교와 비슷한 사안을 겪은 다른 대학교의 사례가 주목받는다. 지난 2021년 경희대학교(이하 경희대)에서 신설학과 관련 소통 부족이 논란이 됐다. 경희대 설캠 경영대학에 빅데이터응용학과가 신설된다는 소식에 일부 학생들은 해당 학과의 성격이 경희대 설캠의 순수학문 지향성과 맞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또한 해당 학과가 국제캠퍼스의 산업경영공학과나 소프트웨어융합학과와 중복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그러나 학생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은 빅데이터응용학과의 설립을 강행했다. 이후 학교 측은 학생들과의 소통 간담회 등을 통해 학과 커리큘럼을 재정비해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앞선 설문조사에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하는지에 대해 통폐합된 학과 응답자들은 △등록금 및 졸업학점 축소(81.8%)△수업권 보장과 관련한 학교 측의 제도 개선(18.2%)의 비율로 답했다. 신설 학과 응답자들은 △수업권 보장과 관련한 학교 측의 제도 개선(37.5%)△학과 지원 확대(25%)△커리큘럼 강화(25%)△대체 교강사 미리 확보(12.5%)의 비율로 답했다. 등록금 및 졸업학점 축소와 관련한 질의에 우리학교 박상원 교무처장은 “현재는 관련 내용을 검토하고 있지 않는 상태다”고 전했다. 또한 신설 학과에 대한 처우와 관련한 질의엔 “학교가 학생들에게 지원할 수 있는 제일 중요한 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 확보△대외활동△우수한 교수진 확보 등이 있다”며 “신설학과를 우선적으로 교수진을 뽑고 있지만 교수가 오지 않는 건 해당 교수가 포기하거나 분야가 맞지 않는 것이다”고 밝혔다. 추가로 “우수한 교수진 확보는 핵심 사항으로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고 공간 확보의 경우엔 어문학관과 교양관에서 공간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있다”며 “그 공간 안에 들어오는 기자재 등이 필요할 텐데 예산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PC 영상장치 소프트웨어 등을 확보해주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학교의 통폐합 및 신설학과 관련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선 학생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선 학생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공청회와 대학평의원회를 적극적으로 운영해 학생들의 요구를 수렴하고 이를 기반으로 구체적인 보상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특히 통폐합으로 인해 피해를 본 학과의 학생들에게는 수업권 보장을 포함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에 우리학교 박상원 교무처장은 “수업권은 어떤 상황이 돼도 보장하겠다”며 “그에 대한 절차와 방식을 만드는 것이 대원칙이며 당분간은 학생이 많이 있으니 현 체제로 유지할 것이다”고 밝혔다. 기존 학과와 신설학과 간의 차별성을 명확히 확립하고 이에 따른 커리큘럼을 재정비해야 할 필요성 또한 요구된다. 뿐만 아니라 신설학과 설립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기존 학과 학생의 수업권 침해 우려 역시 학교 측이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 학생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는 구조 속에서 실질적인 대안을 모색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장휘영 기자 07hwio@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