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청년인데도 여전히 부모 품에… 캥거루족의 현실과 남은 과제는

등록일 2025년10월01일 14시4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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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경제△사회적 문제란 삼중고로 청년들의 독립이 점점 요원해지며 일명 ‘캥거루족’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엔 부모의 경제적 지원에 기대 독립하지 못한 청년을 비판적으로 일컫는 말이었지만 오늘날엔 경제적 자립 여부와 관계없이 부모와 동거하는 모든 청년을 통칭하는 말로 의미가 확장됐다. 청년 독립 문제는 개인의 삶뿐 아니라 사회 구조적 현실과도 맞물려 있다. △캥거루족의 현황△캥거루족 확산의 원인△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캥거루족의 현황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만 19세에서 34세 청년 중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비율은 52.5%로 절반을 넘었다. 조선경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탁하는 20대의 비율은 81%였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이하 OECD)의 평균인 50%의 1.6배에 달하는 수치로 36개국 중 1위였다. 

 

이는 청년들이 대학 졸업 후에도 안정적인 거주지를 확보하지 못했거나 구직에 실패해 부모의 집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구직에 성공해도 여전히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청년 또한 적지 않다. 독립을 꿈꾸기보다 부모 품에 머무르는 현실이 일반화되고 있다. 독립한 후에 다시 부모 집으로 돌아가는 ‘리터루(Returoo)족’ 현상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국무조정실에서 발표한 ‘2022년도 청년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부모 동거 청년의 67.7%가 독립 계획이 없다고 답했으며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여건 부족(56.6%)이었다. 이러한 신조어의 사용은 방송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예능 프로그램 ‘다 컸는데 안 나가요’는 부모님과 함께 살아가는 연예인들의 일상을 관찰하는 프로그램으로 캥거루족이란 용어를 직접 사용했다. 이처럼 캥거루족은 용어 지칭 범위의 확장과 더불어 그 사용 빈도 역시 늘어나는 추세다. 

 

해외에서도 캥거루족과 유사한 현상이 나타난다. 일본에선 부모에게 얹혀살며 생활비를 받아 쓰는 독신 자녀들을 패러사이트 싱글(Parasite Single)이라 지칭하고 있다. 미국에선 독립하지 않은 청년들을 청소년기와 성인기 사이에 낀 세대란 의미로 트윅스터(Twixter)라고 지칭한다. 그 외에도 오호영 한국노동연구원 소속 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각국의 비독립청년들은 △독일 네스트호커(Nesthocker)△이탈리아 맘모네(Mammone)△영국 키퍼스(Kippers)△캐나다 부메랑 키즈(Boomerang kids)로 불리며 전 세계적으로 논의되는 문제다.

 

 

◆캥거루족 확산의 원인

청년년들이 독립하지 못하고 캥거루족으로 남는 이유론 다양한 경제 및 사회적 원인이 지목된다. 특히 높은 주거비와 물가로 인해 야기된 경제적 부담은 청년 독립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장벽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서울의 청년 1인 가구의 평균 월세는 보증금 1천만 원 기준 77만 원으로 갓 취업한 청년의 초봉으론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물가 또한 마찬가지로 청년의 독립 부담을 심화한다. 실제로 지난 6월 우리나라 음식료품 물가 수준은 OECD 38개국 중 2위였다. 이런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부족한 여건에서의 독립 시도는 오히려 개인의 경제적 상황을 악화시켜 빈곤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불안정한 고용 현실도 캥거루족 확산의 원인이다. 우리나라 청년 실업률은 OECD 평균보다 높다. 취업하더라도 단기 계약직이나 저임금 직종이 주를 이룬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청년층 고용률은 지난해 5월부터 지난 8월까지 16개월간 연속적인 하락세였으며 국가통계포털에 기재된 전국 청년고용률은 45.7%로 절반을 채 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경제적 원인들이 소득 불안정으로 이어지며 독립 후 생계 유지 가능성에 대한 불안을 야기한다. 자립 시 닥쳐오는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청년들은 어쩔 수 없이 계속 부모와 함께 살 수 밖에 없는 현실인 것이다. 지난 2022년 서울연구원의 ‘서울청년 패널 기초분석 결과’에 따르면 서울 거주 청년의 자산 빈곤율은 55.6%에 달했으며 청년 1인 가구의 경우엔 62.7%로 7.1%p 높게 집계됐다. 특히 저소득 가구의 경우 해당 문제가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지난해 발표된 서울연구원의 ‘서울시민의 생애과정 변화에 따른 빈곤 위험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부모의 소득수준이 청년 자녀의 독립에 미치는 영향은 소득수준에 따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즉 저소득 가구 자녀일수록 독립 시의 경제적 부담이 커져 이들의 독립이 더욱 어려우며 독립하지 못한 자녀를 양육해야 하는 부모의 노후 안정성까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적 문제가 해소되더라도 정서적 이유로 독립을 주저하는 청년들 역시 적지 않다. 26세의 A 씨는 왜 독립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독립해 봤자 고생이고 혼자 생활할 자신이 없다”며 “아직 부모에게 의지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는 캥거루족의 증가가 단순히 경제력 문제만이 아닌 정서적 독립 준비 부족과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청년의 독립심 부족은 사회적 활력의 감소로도 이어질 수 있다. 강현선 전주대학교 객원교수는 ‘성인기자녀의 부모의존 동거에 대한 사례연구’에서 청년의 심리 및 정서적 비독립으로 현실에 대한 안주와 부모에 대한 의존은 청년들의 성인으로서의 정체성 확립을 방해하며 부모 의존 성향이 강화돼 사회 진출이 곤란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모의 과보호도 하나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일부 가정에선 경제 및 정서적 독립 준비가 된 성인 자녀가 부모의 반대에 부딪혀 독립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자녀의 삶에 지나치게 개입하거나 통제하려 드는 일명 ‘헬리콥터 부모(Helicopter Parent)’들은 헬리콥터처럼 자녀의 머리 위를 맴돌며 자녀의 자기 주도적인 독립 의지와 정신적 성장의 기회를 차단시킬 수 있다. 임영주 임영주부모교육연구소 박사는 경기대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성세대의 ‘청년들은 부모 도움 없이는 안 돼’란 가치관과 정서적 독립을 두려워하는 현 청년세대의 가치관이 맞물려 캥거루족 현상이 발생하고 자립 연령이 늦어진다고 설명했다.

 

 

◆나아가야 할 방향

청년의 안정적인 경제 및 정서적 독립을 위해선 △개인△사회△제도 차원의 다각적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청년들의 주거 불안을 완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공공임대주택이나 청년 전용 기숙사 확대 등 실질적인 주거 지원 제도를 보완하고 확대해나가야 한다. 대표적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청년 매입임대주택과 기숙사형 청년주택과 같이 청년층 주거비 부담 완화를 위한 지원 제도가 있다. 서울시의 청년안심주택 또는 청년월세지원 정책처럼 임차보증금과 월세 보조를 결합한 프로그램 또한 즉각적인 부담 경감을 제공한다. 이와 같이 정책적 지원을 통해 선택지를 늘리는 방안은 많은 청년들의 주거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 또한 초기 자금 지원으로 부담을 낮추는 전세자금대출 지원과 함께 금융과 임대 계약 교육을 병행하는 단계적 자립 로드맵(Road Map)을 설계해 청년의 자립 역량 강화형 지원으로 보완할 수 있다. 아울러 개인 상황에 따라 맞춤형 패키지를 안내하는 청년 자산 통합 플랫폼(Platform)을 구축해 정책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소득△자산 수준△주거 형태△취업 상태와 같은 개인의 상황을 입력해 맞춤형 패키지로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안내해 주는 것이다. 영국의 유니버셜 크레딧(Universal Credit) 제도 또한 참고할 만하다. 해당 제도는 여러 복지 및 지원 제도를 통합 관리함으로써 효율적인 사회 보장 지급 체계를 구축했다.

 

안정적인 일자리 확보 역시 핵심 과제다. 단기 아르바이트 위주의 노동 구조를 개선하고 청년이 실무 경험을 쌓아 장기적 경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신속하고 실질적인 일자리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직무훈련과 현장형 교육을 연계해 실무인력 양성을 촉진한다면 청년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로 안착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할 수 있다. 유럽연합의 유스 개런티(Youth Guarantee)처럼 △교육△견습 기회△일자리 등을 보장해 청년 취업률 개선에 기여했던 청년지원제도를 참고해 신속하고 질 높은 일자리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청년 스스로도 자립 의지를 다지고 생활 역량을 길러야 한다. 민현주 교수와 임영주 박사는 경기대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청소년기부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주도적으로 삶을 꾸리는 연습이 필요하고 경제 및 정서적 안락함에 안주하면 성인으로서 독립된 삶을 살기 어렵다는 위기감도 느껴야 한다”며 청소년기 자립심 형성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를 위해선 자발적 금융 및 자산 형성 교육을 토대로 한 독립심 증대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코넬대학교(Cornell University)의 연구에 따르면 금융 지식과 재정 문해력 교육은 개인의 △부채 관리△저축 및 투자의 참여도△지출 습관과 재정 건전성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 또한 영국의 경우 Lifetime ISA* 제도를 운영하면서 청년층의 장기적 자산 형성을 유도하고 효율적인 자립심 개발을 이끌고 있다. 이는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준단 점에서 좋은 참고안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청년 독립은 부모 세대의 역할과도 직결되기에 부모는 자녀를 끼고 사는 습관에서 벗어나 자립을 격려하는 동시에 안정적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 성인 자녀의 자립을 위해 세대 간의 일방적 책임 공방보단 함께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가족 단위 자립 지원과 교육 또는 공동 재테크 프로그램을 도입해 상호 자립을 지향할 수 있다. 

결국 캥거루족 문제는 개인과 사회의 종합적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캥거루족 문제가 개인의 나태를 넘어 사회구조적으로도 바라볼 수 있도록 인식을 개선해 가야 한다. 청년들이 각자의 상황에서 독립과 성장을 실현할 수 있도록 개인과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Lifetime ISA(Individual Savings Account): 영국 정부가 2017년 도입한 장기 저축 제도로 만 18세부터 39세 청년이 가입할 수 있으며 매년 일정 금액을 저축 및 투자하면 정부가 25%의 보조금을 추가 지원하는 방식이다.

 

 

백채린 기자 11chaeli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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