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7일 경상북도 의성군으로 귀농한 A 씨는 자두를 재배하며 생계를 이어 나갔지만 지역 자치활동에 환멸을 느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됐다. 또한 지난 3월 2일 경상북도 상주시에서 귀농 후 과일 농사를 짓던 B 씨도 빚을 견디지 못해 같은 선택을 했다. 실제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귀농 및 귀촌 인구는 약 46만 명에서 약 51만 5천 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지만 다양한 문제로 인해 농촌을 떠나는 소위 ‘역귀농’ 비율이 높아 농촌 인구는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귀농귀촌의 배경과 현황역귀농의 원인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귀농귀촌의 배경과 현황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귀농귀촌 인구는 2016년 49만 6048명에서 2021년 51만 5434명으로 6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지난 2021년 기준 귀농귀촌 인구 중 40세 이하 인구가 45.8%를 차지한단 사실은 청년층이 귀농귀촌 현상을 이끌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청년들이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가는 이유는 다양하다. 먼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엔데믹(endemic) 이후 경기침체가 지속되며 청년들의 취업난이 심화됐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청년 고용 지표에 따르면 최근 두 달 동안 ‘그냥 쉬었다’는 청년의 수가 약 40만 명을 웃돌고 있으며 대졸 실업자는 30만 명이 넘는다. 또한 서울 및 수도권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청년들이 집을 구매하기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뿐 아니라 비싼 등록금과 높은 물가도 청년들이 서울에 사는 걸 꺼리는 이유 중 하나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귀농귀촌 실태조사(이하 통계청 실태조사)에 따르면 귀촌 이유 중 1순위는 직업이었으며 2순위는 주택이었다. 한국일보 기사에 따르면 B 씨는 “지방에서 대학교를 나와 서울에 위치한 중소기업에 취업해 일했지만 고된 직장생활뿐이었다”며 “미래가 없는 서울살이에 염증을 느껴 1년간 준비 끝에 귀농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농촌으로 향했던 청년들은 다시 도시로 되돌아가고 있다. 지난 2019년에 농촌진흥청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귀농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귀농인이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비율인 소위 ‘역귀농률’이 8.6%라고 밝혔다. 제주 지역의 귀농인 C 씨는 농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다들 잘 살아보기 위해 농촌에 오지만 어느새 조용히 사라지고 없다”며 “체감상 귀농인 중 절반이 떠나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역귀농의 원인
귀농귀촌을 선택했던 청년들이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이유는 다양하다. 첫 번째 이유는 낮은 수익성이다. 귀농한 청년들이 농사를 지어 수익을 내기 위해선 일정 면적 이상의 땅이 필요하지만 높은 토지 가격으로 인해 필요 면적 이하의 농지만을 보유하게 되면서 수익성의 하락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귀농한 사람의 평균 정착 자금은 약 1억 3,000만 원으로 한국부동산원에 제시된 지가를 기준으로 경기도 소재의 농지 200평도 사기 어렵다. 수익성 악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청년들은 부업을 병행하거나 특용 작물 위주로 재배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초기 투자 비용이 높아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고가의 설비기후변화복잡한 유통 단계 등도 낮은 수익성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귀농 청년은 초기에 큰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다. 통계청 실태조사에 따르면 귀농 가구의 연간 가구소득은 귀농 이전 3,621만 원이지만 귀농 첫해 2,622만 원으로 약 1,000만 원 감소한다. 이러한 귀농 인구는 귀농한 지 6년이 돼야 연간 가구소득이 3,417만 원으로 상승하며 귀농 이전 소득 수준을 회복하게 된다.
정부는 청년들의 귀농귀촌을 장려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8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청년창업농 영농정착지원사업(이하 영농정착사업)’은 만 40세 미만의 청년창업농을 선발해 최대 3년간 월별로 최대 100만 원을 지원한다. 또한 농협을 통해 농업인에게 시중금리보다 낮은 연 1.5%의 고정금리로 최대 3.75억 원을 지원해 준다. 이 외에도 농어촌 구조개선자금농축산경영자금축산발전기금 등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귀농귀촌종합센터을 운영해 귀농귀촌 교육농식품 분야 일자리 박람회농업 맞춤형 통합플랫폼실태조사 등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의 실효성이 떨어진단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실제로 농촌진흥청이 지난 2020년 영농정착사업에 선정된 청년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만족도는 5점 만점에 2.94점을 기록했으며 특히 ‘농지 취득 및 임대 관련 소개’ 항목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또한 통계청에서 지난 2023년 ‘귀농 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조사한 결과 ‘관련 정보를 얻기 어렵다’ 항목이 28.4%로 1위를 차지했으며 ‘지원 자격이 너무 까다롭다’ 항목은 20.8%로 2위를 차지했다. 즉 다양한 제도가 있지만 미흡한 홍보 방식과 복잡한 지원 절차로 인해 제도를 활용하는 사람은 적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환의 충남 홍성귀농귀촌지원센터장은 농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지원책을 낼 뿐 아니라 제도들을 정교하게 전달할 체계 구축에 힘써야 한다”며 “역귀농을 막으려면 심리적지리적 거리를 좁힌 맞춤형 지원을 제공해 귀농인들이 ‘관리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귀농한 청년들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성공적으로 농사를 지었다고 해도 농산물을 적정 가격에 납품하기란 매우 어렵다. 이미 농산물을 납품하는 경로가 고정돼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납품 경로를 만들기 위해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하지만 청년 귀농인이 인구가 적고 연령대가 높은 농촌에서 이를 구축하기란 어렵다. 따라서 청년 귀농인은 납품 경로나 네트워크 형성을 도와주는 청년 단체에 가입해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로 인한 부작용도 있다. 경상북도 의성군으로 귀농한 29살 A 씨는 한겨레 신문에서 “농촌 사회의 이면에 신물이 난다”는 말을 남기고 지난 2월 7일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A 씨는 농업 자금 및 네트워크를 위해 참여했던 청년 단체에 시달린 것으로 밝혀졌다. 관련해 D 씨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원래부터 그 지역에 살지 않았던 이주 청년은 그 지역의 오래된 단체에 가입하고 활동해야만 농업과 사업을 이어 나갈 수 있다”며 “이런 관계 안에서 갈등을 겪을 경우 외지인 입장의 이주 청년은 고립된다”고 언급했다.
농촌의 보수적인 문화를 접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 농촌은 지난 40년간 빠르게 고령화됐고 그러다 보니 문화도 보수적으로 변했다. 최성일 전 홍천군청 토지주택과장은 이슈인팩트에서 “농촌의 전통적 및 보수적인 문화는 농업으로 인한 구조적 특성이다”며 “현장에서 목격한 민원이나 애로사항의 대부분은 도시와 시골의 정서가 서로 불일치한 결과였다”고 언급했다. 또한 농촌의 성차별로 인해 여성 귀농인이 겪는 고충도 크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2021년 11월 기준 전국의 기초자치단체 이장 중에서 남성의 비율이 90%를 넘었다. 또한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농림축산식품부의 ‘2018년 여성농업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 농업인의 지위가 남성보다 낮다고 대답한 비율은 81.1%에 달한 반면 남성과 같다고 대답한 비율은 6.4%에 그쳤다. 사실상 농촌에서 성평등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여성 농업인 E 씨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30세라고 해도대 미혼 남성을 내게 계속 소개하는 분도 있었다”며 “이외에도 성차별적인 행동이나 발언이 많았다”고 언급했다.
◆나아가야 할 방향
정부는 지금처럼 농촌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홍보해 청년들을 유도하기보단 귀농인의 현실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보완하는 정책을 만들 필요가 있다. 현재 정부는 1년 단위로 귀농귀촌한 인구 수만 집계할 뿐 이들이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비율인 역귀농률은 집계하지 않는다. 유일한 조사는 농촌진흥청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4~2018년까지 진행한 ‘귀농귀촌 정착실태 장기추적조사’가 전부다. 이를 측정하지 않는 이유는 귀농귀촌 정책의 핵심이 농촌 인구 증가에 목표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를 철저히 조사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청년들은 귀농귀촌에 대한 가능성을 더욱 진지하게 고민할 것이다.
또한 농촌으로 내려간 청년들이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선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가 필요하다. 상술했듯 농업은 1~2년 이내에 수익을 내기 어려운 사업이므로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없다면 청년들이 버티기 어렵다. 또한 정착 이후에도 귀농 청년들을 괴롭히는 농촌의 고정된 농산물 납품 경로와 보수적인 문화 또한 해소해야 한다. 실제로 의성에 귀농한 청년 F 씨는 한겨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청년 귀농 프로젝트 설계는 훌륭하지만 지역 주민과 교류하거나 주민의 인식을 변하게 할 세심한 정책은 없다”며 “주소를 이전했으니 더 이상 지원은 없다는 식이다”고 언급했다. 물론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귀농 정책의 문제점으로 ‘일회성 지원에 그침’이라는 답변을 선택한 귀농인의 비율은 9.5%에서 7%로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긍정적 모습으로 변화하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농촌진흥청의 ‘농어업인 복지실태조사’에서 농업인들은 가장 먼저 필요한 정책 1위로 기초소득보장을 꼽았다. 청년 귀농인들은 많은 것들을 바라지 않는다. 기초적인 소득 보장과 현실에 적합한 지속적인 지원만 있다면 많은 청년들이 귀농귀촌을 포기하고 좌절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농촌의 소멸을 막을 마지막 기회가 사그라들지 않길 바란다.
박진하 기자 08jinha@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