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프라인 대형마트 폐업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이후 마트 3사(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에서 29곳이 잇따라 폐점했다. 이후 대형마트의 신규 출점은 감소하는 가운데 실적 부진으로 수십 곳이 폐점하며 고객과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졌다. 이에 △대형마트 폐업의 배경과 현황△폐업의 문제점과 원인△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대형마트 폐업의 배경과 현황
최근 오프라인 대형마트의 폐업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대형마트는 오프라인 판매를 줄이는 대신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으나 이커머스(E-commerce) 대표 기업들인 쿠팡(Coupang)이나 마켓컬리(Market Kurly) 등이 빠르게 자리를 잡은 탓에 이마저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와 같은 오프라인 대형마트의 침체 양상은 식품이나 생활 등 주요 판매 부문에서 매출이 상승하고 있는 이커머스와 대조되는 모습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5월 온라인 유통업체의 매출은 △다양한 할인행사△무료배달 서비스△e쿠폰 할인 판매 호조로 서비스/기타와 식품 분야에서 16.5% 증가했다.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의 경우 간편식 및 신선식품 등 집밥 수요가 늘면서 집 근처 편의점과 준대규모점포의 매출은 상승한 반면 대형마트와 백화점은 매출이 하락하며 대형마트 고전의 이유를 뒷받침했다.
일례로 부산에선 2020년부터 지난 2월까지 △롯데마트 금정△이마트 서부산점△홈플러스 가야△홈플러스 서면△홈플러스 연산△홈플러스 해운대가 연이어 문을 닫았고 최근 서면 상권 중심에 자리한 NC백화점 서면점과 수영구 대표 대형마트인 메가마트 남천점 또한 폐점했다. 부산 중동에 거주하는 A 씨는 K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형마트는 옷도 사고 밥도 먹고 모임도 하면서 커피도 마시는 우리에게 많은 편의를 제공한 공간이었다”며 “연세가 많은 분들은 대형마트를 주로 이용하는데 이러한 마트가 사라진다면 불편함이 클 것 같다”고 전했다.
◆대형마트 폐업의 문제점과 원인
이형마트의 폐점은 주변 상권까지 영향을 미친다. 한국유통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대형마트 점포 한 곳이 문을 닫으면 주변 상권을 포함해 모두 1374명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으로 추산됐다. 홈플러스 동대전점의 경우 폐점으로 인해 그 근처에 운영하던 대형마트의 매출이로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홈플러스 동대전점이 가지고 있던 수요를 이마트 대전터미널점이 흡수하지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한 보완업종에선 음식점 및 기타 부문의 매출이로 감소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의 집객효과가 사라짐에 따라 주변 음식점 등의 매출이 타격을 받은 것이다. 강정규 동의대학교 부동산대학원장은 K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형마트 폐업은 중장기적으로는 교통 여건이 약화되고 또 다른 생활문화 시설이 감소되거나 없어진다는 부작용을 야기한다”며 “이로 인해 도시 경쟁력이 저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대형마트 폐업이 발생한 주요 원인은 이커머스의 등장에 있다. 이커머스는 팬데믹 시기를 기점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엔데믹 이후에도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네이버 쇼핑은 막강한 플랫폼의 힘을△컬리는 신선식품을△쿠팡의 경우 로켓 배송으로 대표되는 오프라인 물류 능력을 활용하는 것과 같이 각자의 장점을 활용한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 5월 기준 쿠팡은 지난해 대비 매출 20% 증가 및 6개 분기 영업이익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첫 연간 흑자를 기록했다. 반면 이마트는 지난해 469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이커머스와 대형마트 간 극명한 대비를 보였다.
이와 더불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테무(Temu)와 알리익스프레스(Ali Express) 등의 해외 이커머스도 대형마트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의 경우 지난해부터 국내에 1,000억원을 투자하며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더불어 향후 3년간 1조 5,000억원을 한국에 투자할 계획이다. 또한 배송 경쟁에서의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국내 통합 물류 센터 건립을 계획 중이다. 그러나 대형마트의 경우 전국 지점이라는 좋은 물류 센터 시스템이 구축돼 있음에도 새벽배송 금지 등의 규제로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통시장과 상생방안의 일환으로 대형마트 규제가 지속되는 것 또한 침체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이 제도를 시행한지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전체 유통시장에서 전통시장과 중소유통매체가 차지하는 매출비중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리서치 정기조사 ‘여론 속의 여론’에 따르면 식재료나 생필품 등 구입을 위해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에 동네식료품점을 이용한다는 응답은 46%였으며 전통재래시장을 이용한다는 응답은 32%로 나타났다. 반면 응답자의 37%는 온라인으로만 이용이 가능한 업체(이하 온라인 쇼핑몰)를 사용하고 33%는 편의점을 이용한다고 답했다. 즉 대형마트 규제로 인한 반사이익을 중소유통매체가 오롯이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 쇼핑몰과 편의점 등이 상당 부분 흡수하고 있었던 것이다. 위와 같은 수치는 해당 정책의 본래 주인공이었던 중소유통매체들이 오히려 정책의 허점으로 인해 소외되고 있다는 문제로 해석된다.
◆나아가야 할 방향
먼저 대형마트 폐업으로 인해 타격을 받은 소상공인들과 근처 주민들의 상권 활성화 계획이 수립돼야 한다. 나아가 지원 상권을 설정한 후 소비 장려를 위한 상권 환경 개선 및 디자인 마케팅 사업 운영 등의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대형유통사와 소상공인 간의 협업을 통해 축제 및 활성화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며 외부 인구 유입을 위해 주차환경 개선 등 접근 편의성을 도모할 수 있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대형마트 차원에서 시설의 변화를 통해 소비자 유입을 이끌어내는 과정이 요구된다. 이마트 죽전점의 경우 고객이 가장 많이 찾는 1층 중앙 공간에 공연을 즐기거나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아울러 2층 아동복 매장 옆에는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 마트에 편하게 찾아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고 이를 통해 체류 시간을 늘리는 전략을 펼쳤다. 경기도 광주시에 거주하는 최 씨는 SBS 뉴스에서 “아이들이랑 같이 와서 즐기는 곳도 있어 놀면서 같이 쇼핑하기 좋다”고 답했다. 이러한 사례들과 같이 오프라인에서만 누릴 수 있는 고객 경험을 강조한 변화를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전영승 단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SBS뉴스의 인터뷰에서 “소비자들은 주로 편리함을 위해 구매 시 온라인을 주로 이용하다보니 오프라인 매장에선 좀 더 차별적이고 매력적인 새로운 공간을 많이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휴일영업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하거나 폐지한다면 오프라인 매장과 더불어 인근 상권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1월 22일 민생토론회에서 정부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의 공휴일 지정 원칙을 폐지하고 영업제한시간인 새벽시간대에 온라인배송을 허용하는 등 여러 규제 개선 방침을 발표했다. 토론회 이후 서울 동대문구는 서초구에 이어 두 번째로 대형마트 평일휴무를 시행했고 부산 16개 구‧군도 의무휴업을 평일로 전환했다.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경동시장은 대형마트 휴일영업으로 매출감소를 우려했으나 오히려 주말 대형마트를 찾은 소비자들이 주변 전통시장의 저렴한 가격과 더불어 풍부한 볼거리와 먹을거리 등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하면서 전통시장은 다양한 세대가 즐겨 찾는 곳으로 변모했다. 실제로 강경성 산업통상지원부 1차관은 지난 3월 27일 경동시장을 방문해 “경동시장은 서울에서 면적이 가장 크고 △과일△수산물△채소△한약재 등의 다양한 상품군과 저렴한 가격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 시장이다”며 “최근 대형마트 휴일영업으로 대형마트 방문객이 경동시장에 추가 유입되면서 상생효과가 크다고 평가했다”고 말한 바 있다.
대형마트가 무너진다면 이를 애용했던 사람들과 직장인들의 불만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마트의 잇따른 폐업을 멈추기 위해서 다른 업계와의 균형을 맞춰 서로 성장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대형마트의 올바른 사업 계획을 통한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봄날을 기대해 본다.
한소영 기자 09soyoung@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