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은 무언가에 대한 △관심△사고 과정△수면 등 전반적인 정신 기능이 지속적으로 저하돼 일상생활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러한 우울증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이후 개개인의 삶에 파고들어 이젠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질병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청년층의 경우 우울증 환자의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년층 사이에 만연하게 퍼진 우울증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조속히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본 기사를 통해 △청년층 우울증 문제의 현황△청년층 우울증의 원인△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청년층 우울증 문제의 현황
최근 몇 년 사이 청년층의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20대 우울증 환자 수는 지난 2017년 7만 8,016명에서 지난 2021년 17만 7,166명으로 4년 만에 127.1%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었으며 전체 평균 증가율(35.1%)의 약 3배에 달하는 수치였다. 지난 2023년 기준으론 2030 우울증 환자는 전체 우울증 환자의 36%를 차지했는데 이는 지난 2018년 대비 약 10%p 상승한 수치이다. 우울증 치료제 처방 또한 증가했다. 지난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연령대별 마약류 및 향정신성의약품 처방 현황에서 20대는 2.6배 증가했으며 전 연령대에서 청년층만이 유일하게 불안 및 우울증 치료를 받은 환자 수가 늘어났다. 이처럼 청년층에 퍼지는 우울증은 다른 연령대보다 빠르게 악화되고 있단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대학 내 심리 상담 수요 증가는 이러한 현황을 뒷받침한다. 김혜진 서울대학교 경영대 학생 상담센터 상담교사는 매일 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2년 전부터 상담 신청자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며 “상담교사가 매일 다섯 건씩 꽉 채워 상담해도 학생들이 한두 달은 기다려야 한다”고 밝혔다. 서선아 우리학교 상담센터 상담교수 또한 “현재 우리학교도 상담 수요가 높은 편이다”며 “상담 대기기간이 평균 1~2개월이어서 학생들을 위해 대기기간을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여전히 대기가 많은 편이다”고 밝혔다. 또한 “상담 수요 부분에선 대부분의 대학교 상담 심리센터가 수요가 높은 상황이라고 인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심리 상담에 대한 수요 증가는 현재 대학가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는 공통된 현상이다. 우리학교 재학생 A 씨의 경우 “상담 신청을 겨우 성공했다”며 “주변에서 들어보니 늦게 신청한 사람은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안내 받았다”고 전했다.
이러한 청년층의 우울증은 개인의 정신 기능 저하뿐 아니라 생명과도 직결되는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지난 2015년부터 2023년까지 국내 자살사망자를 대상으로 한 심리 부검 결과 86.3%가 정신 질환을 앓았을 것으로 추정되며 이 중 74.5%는 우울 장애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청년층에서 증가하고 있는 우울증은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단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청년층 우울증의 원인
청년층 우울증은 △과도한 경쟁 스트레스△미래에 대한 불안△외로움 등이 개인의 심리적 요인과 깊게 연관돼 있으며 사회관계망서비스(이하 SNS)에 자주 노출되는 청년층은 우울증에 더 취약하다. 이중 가장 자주 언급되는 원인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한 불안감’이었다. A 씨는 “학업 스트레스와 취업 준비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부담감으로 인해 상담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우리학교 재학생 B 씨는 “다가올 미래에 대해 상상하다 보면 불안해지고 이로 인해 우울해지는 것 같다”고 전했으며 우리학교 재학생 C 씨 역시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당장 졸업이 다가와 현실을 외면하고 싶은 마음에 우울증에 걸리게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러한 반응들은 청년들이 느끼는 미래 압박이 청년층 우울증으로 직결됨을 보여준다.
과도한 경쟁 스트레스 역시 청년층 우울증 심화 현상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KBS 뉴스에 따르면 우영섭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원장은 “청년기는 계속 뭔가 성취를 해야 하고 주변 환경의 변화에 대처해야 하기에 스트레스를 더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우리나라는 청소년기부터 과도한 스트레스가 누적되고 그로부터 보호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신체적 활동이나 사회적 교류가 부족해 청년기에 우울증이 더 늘어난다고 볼 수 있다”며 경쟁 심리로 인한 압박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의 부재에 대해 지적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SNS로 인한 비교 심리와 외로움을 청년층 우울증의 급증 원인으로 지목했다. 김선영 이대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하 김 교수)는 K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SNS에서 타인의 좋은 모습만 보고 확대 해석하거나 온라인 위주의 단절된 인간관계 때문에 외로움을 많이 느끼게 된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배성만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년층의 우울증은 △사회적 고립△유년기와 성인기의 불행한 경험△외로움과 긴밀한 연관성을 보였으며 이중 외로움은 특히 우울증과 가장 강력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이러한 청년층의 우울증 심화 문제는 개인의 어려움을 넘어 여러 사회 구조적 문제와도 맞물려 있단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단기 계약직이나 플랫폼 노동시장의 확대로 청년들이 고용 불안정에 시달리게 된다”며 불안정성이 청년들을 무기력하고 우울하게 만드는 핵심 구조적 문제임을 강조했다. 한국보건사회원에서 실시한 ‘2022년 청년 삶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들은 취업과 소득 등 경제적 불안정을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으로 꼽아 구조적 요인이 청년층 우울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 보여준다.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은 코로나-19 이후 더욱 심화됐다. 코로나-19로 인해 △개개인의 미래 불확실성의 증대△사람들 간 상호작용의 저해△위축된 취업 시장이 개인의 우울증 위험을 높인 것이다.
◆나아가야 할 방향
청년층 우울증의 증가는 더이상 개인의 심리적 문제만으로 치부될 수 없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선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국가 정책 적용이 필요하다. 예방 체계 강화와 치료 접근성 개선이 핵심 과제로 지적되는 가운데 특히 청소년기부터 누적된 과도한 스트레스가 청년기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선 초기 단계부터 체계적인 스트레스 관리가 이루어지고 지속적인 지원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정비해야 한다.
치료 접근성과 관련해선 해외의 프로그램들을 참고해 볼 수 있다. 영국 국립보건서비스(NHS)가 운영하는 IAPT(Improving Access to Psychological Therapies)는 성인의 주요 우울 및 불안 장애 환자의 심리치료 접근성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지난 2008년부터 약 120만 명 이상이 IAPT를 통해 치료를 시작했고 약 46%의 회복률을 기록하며 그 효과를 입증했다. 특히 지난 2016년부터 디지털 치료기기인 DET(Digital Enabled Therapy)를 도입해 치료 접근성과 효율성 향상을 목표로 해 운영 중이다. 이는 무료 접근성과 온라인 치료 도입이란 점에서 그 장점이 있다. 미국 기업 렌더버(Rendever)는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해 노인 대상의 우울 증상 완화를 돕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회적 고립을 완화하고 정서적 교류를 촉진하는 방식으로 효과를 받은 만큼 이러한 기술 기반 치료 모델은 온라인 활동에 익숙한 청년층에게도 맞춤형 해법이 될 수 있다. 청년층 우울증의 심각한 현황과 복합적인 원인은 더 이상 경시할 수 없는 문제다. 우울증은 한 개인의 차원을 넘어서 한 세대에게 영향을 주는 문제이며 청년들의 정신 건강 회복은 곧 우리 사회의 활력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중요한 걸음이 될 것이다.
현재우 기자 10jaewoo@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