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뮤니티 내 혐오표현, 이대로 괜찮은가

등록일 2022년06월08일 08시3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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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이하 커뮤니티)란 공통의 관심사나 환경을 가진 이들이 소통하 는 웹사이트로 이용자 수의 지속적인 증가에 따라 사회 내 영향력 역시 커지고 있다. 최근 커뮤니티 내 특정인이나 집단에 대한 혐오표현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피해자가 늘면서 그 심각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우리학교 재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에서도 혐오표현과 관련된 게시글이나 댓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커뮤니티 내 혐오표현의 심각성△우리학교 에타 내 혐오표현△혐오표현 없는 커뮤니티 사용을 위한 방안에 대해 알아보자.

 

◆커뮤니티 내 혐오표현의 심각성

이번 해 2월 김인혁 삼성화재 블루팡스 배구선수(이하 김 선수)가 악플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김 선수가 평소 화장을 하고 남자를 좋아한단 거짓 소문이 퍼졌고 이에 대한 혐오표현의 댓글이 지속적으로 달렸다. 이는 김 선수의 극단적 선택의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트위치(Twitch) 개인 방송 진행자 잼미님(이하 잼미님) 또한 악플에 시달리다 이번 해 2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잼미님은 남성을 혐오하는 제스처를 취했단 의혹 이후 혐오표현이 가득한 악플에 시달렸다.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유튜브(Youtube) 등 익명으로 활동할 수 있는 커뮤니티의 사용이 증가하면서 혐오표현으로 인한 유명인의 극단적인 선택도 늘어나게 됐다. 이번 해 2월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21 년 사이버 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청소년 9,000명 중 20.8%와 성인 7,500명 중 12%가 △성별△장애△종교 등의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 에 대해 혐오를 표현하는 사이버 폭력에 대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커뮤니티 내 혐오표현의 심각성은 꾸준히 논란이 됐다. 지난 2020년 10월 우울증을 앓고 있던 한 학생이 위로를 얻기 위해 서울여자대학교 에타에 글을 올렸지만 몇몇 이용자가 근거 없는 혐오표현의 댓글을 달기 시작하면서 피해 학생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당시 유가족은 악성 댓글 게시자를 경찰에 고소했고 경찰은 해당 이용자를 모욕 혐의로 기소했다. 이 사건 으로 인해 에타 내에서 범람하는 혐오표현의 심각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를 계기로 혐오표현을 규제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찾기 위해 에타 측에 자율규제 강화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청년참여연대를 포함한 25개 의 청년단체가 기자회견을 여는 등 많은 노력이 이어졌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커뮤니티 내의 혐오와 차별적 표현은 여전히 문제가 되고있는 상황이 다.

 

◆우리학교 에브리타임 내 혐오표현

우리학교 에타 역시 혐오표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달 23일 에타에 ‘현수막 훼손 제보를 기다립니다’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로벌캠퍼스(이 하 글캠)에 게시된 우리학교 성소수자 인권 동아리 ‘외행성’의 성소수자 혐오 반대 현수막이 누군가에 의해 찢겼고 이에 대한 목격자를 찾는단 글이었다. 게시글엔 ‘누군진 몰라도 잘 찢었네’와 ‘성소수자 너무 싫어’ 등 성소수자에 대 한 조롱과 혐오의 댓글들이 달렸다. 또한 지난해 10월 외행성이 중앙동아리 가인준에 실패해 에타에 연대 요청문을 올렸을 때도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의 댓글과 게시글이 지속적으로 달렸다. 에타 내 게시판이 혐오표현으로 가득 찼던 때는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학교 중복학과 폐과존치 문제가 제기됐던 때도 양 캠퍼스(이하 양 캠) 학생들이 서로를 비하하고 혐오하는 내용의 자극적인 게시글이 인기 게시판을 꾸준히 차지했다. 지난해 10월 방역 수칙을 어긴 우리학교 홍보단체 ‘새로미’에 대한 혐오표현의 글도 며칠에 걸쳐 지속적으로 올라오기도 했다. 외대학보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번 달 3일까지 우리학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커뮤니티 내의 혐오표현’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에브리타임 게시물이나 댓글에서 혐오표현을 본 적이 있나’란 질문에 응답자 중 96.8%가 ‘본 적 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93%의 응답자가 ‘지나친 혐오표현으로 인해 에타 사용이 꺼려진 적이 있나’란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반정민(자연·통계 20) 씨 는 “양 캠 학생들이 서로 도를 넘는 비하 발언을 주고받는 게시물이 인기 게시판을 장악해 에타에 들어가기 꺼려졌다”며 중복학과 폐과존치 사건 당시 의 에타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보였다. ‘에타에서 가장 많이 접한 혐오표현은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엔 ‘양 캠 학생을 조롱하는 혐오표현’이 50%를 차지했고 △‘남녀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혐오표현’△‘소수자를 향한 혐오표현’△‘정치적 성향에 관한 혐오표현’이 각각 △20%△13.3%△10%로 그 뒤를 이었다. ‘최근 에브리타임 내 혐오표현 사용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 생각하나’란 질문엔 ‘매우 심각하다’가 83.3%를 차지 했고 ‘심각하지만 다른 조치가 필요할 정도는 아니다’가 16.7%를 차지했다. 유다은(아시아·마인어 21) 씨는 “에타를 사용하다 보면 다양한 분야의 심각한 혐오표현을 보게 되고 눈살이 찌뿌려질 때가 많다”며 우리학교 에타 내 혐오 표현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혐오 없는 커뮤니티 사용을 위해

‘에타 내 혐오표현을 줄이기 위해 학교 측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란 질문에 응답자 중 87%는 ‘엄밀한 가해자 조사와 처벌’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에타 내 혐오표현을 학교 측이 규제하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도 존재한다. 정 은재(상경·국통 21) 씨는 “커뮤니티 활동을 저해하는 도배 혹은 이유 없는 인격 모독적 비난과 같은 문제에 대해선 관리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학교 측에 서 커뮤니티 내의 특정 단어나 말을 검열하고 규제하는 과정에서 애매한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고 전했다.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중앙집행위원회인 인권연대국은 단과대학 학생회와 공동 주최로 인권 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또한 매년 초 오리엔테이션에서 새내기와 기존 재학생을 대상으로 인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월 8 일 개최된 새맞이 인권포럼에선 커뮤니티 내 혐오표현의 심각성과 올바른 커뮤니티 사용을 위한 태도에 대해 함께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편 글캠 총학은 “아직까지 혐오표현 관련 인권교육을 진행한 적은 없지만 많은 학우들의 요구가 있을 경우 학교 관련 부처와 협력해 실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차별과 혐오 없는 커뮤니티 사용을 위해 혐오표현에 대한 커뮤니티 이용자 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단 의견 또한 존재한다. 혐오표현을 발설하고도 표현의 자유나 재미를 이유로 자신이 혐오표현을 사용했단 인식조차 하지 못하 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민정 우리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이 하 김 교수)는 비난하거나 모욕하는 표현만이 혐오표현이 아님을 강조했다. ‘여성은 예쁘게 차려입어야 한다’나 ‘장애인은 착하다’와 같은 차분하고 온건 한 방식의 표현도 모두 혐오표현에 해당된단 것이다. 김 교수는 “세련된 말이라도 소수자와 약자 차별을 강화한다면 혐오표현이 될 수 있다”며 혐오표현 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져야 한단 입장을 전했다. 과거에 비해 커뮤니티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만큼 혐오표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위해 학내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양진하 기자 04jinha@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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