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한강 작가가 우리나라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우리나라에서 문학과 독서에 대한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우리나라 청년층의 독서량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국민 독서 실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절반 이상이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청년층의 독서 현황△청년층 독서량 감소 원인△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청년층 독서 현황
문체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층 종합독서율은 43%으로 지난해 대비 4.5%p 감소했으며 종합 독서량은 3.9권으로 지난해 대비 0.6권 감소했다. 해당 조사 결과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청년 독서량의 경향성을 보여준다. 실제로 명형택 우리학교 도서관 학술정보팀장은 “도서관 근무 경험에 비춰 봤을 때 분명히 과거와 비교하면 도서관의 대출량 및 독서량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학교 학생들의 독서량 부족 현상 문제를 인식하고 있음을 밝혔다. 독서 토론 형식의 강의를 진행하는 유주현 우리학교 독일어통번역학과 교수는 “긴 분량의 글을 읽는 것에 거부감을 표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며 “검색만 해도 간단요약이나 일반적인 해석이 쏟아지는 시대라 그런지 시간을 들여 전체를 읽어나가는 ‘독서’ 자체를 수고로운 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더불어 “핵심 메시지 이해에만 국한해 독서를 하는 경우가 더러 있어 책의 주제만 알게 되면 책을 다 읽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청년층의 독서 태도에 대해 지적했다.
외대학보에서 지난달 28일부터 29일까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학교 학생들의 독서 목적은 △학업에 필요해서(41.4%)△지식과 정보 습득을 위해서(31%)△책 읽는 것이 재미있어서(13.8%)△마음의 성장과 위로를 위해서(10.3%)의 순으로 나타났다. 즉 우리학교 학생들이 독서를 하는 가장 큰 목적은 ‘학업’이란 것이다. 실제로 독서 토론을 중심으로 하는 강의를 수강하는 우리학교 학생 A 씨는 “수업 전에 책을 읽어가야 수업 때 토론에 참여할 수 있는데도 대부분 학생들이 잘 읽어가지 않는다”며 “보통 수업 전에 △유튜브(Youtube)에서 책 요약 영상 시청△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검색△챗 지피티(Chat GPT)활용 등을 통해 대략적인 줄거리만 알아보고 간다”고 밝혔다.
◆청년층 독서량 감소 원인
청년층 독서량이 계속해서 감소하는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 번째 원인은 일이나 학업 등으로 인해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문체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 24.4%가 ‘일이나 학업에 밀려 독서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이지선(경상嘧BT 24) 씨는 “책을 읽고 싶지만 △과제△아르바이트△학교수업으로 인해 독서할 시간이 없다”며 “현실적으로 휴식 시간 자체가 워낙 부족하다보니 시간적 여유가 생겨도 그 시간에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잘 들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와 같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여가시간이 독서량 감소의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학술지 ‘보건사회연구’에 실린 논문인 ‘일-생활 균형시간 보장의 유형화’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노동시간은 가장 긴 반면 여가 시간은 31개국 중 29위에 그쳤다.
두 번째 원인은 매체의 다양화에서 찾을 수 있다. 책 외의 다양한 매체들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이전처럼 책을 통해 재미를 추구하거나 책에서 지식을 얻는 청년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게 됐다. 현대사회에선 영화나 게임을 통해 책보다 더 쉽고 빠르게 재미를 추구할 수 있게 됐으며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정보 및 지식을 얻을 수 있게 됐다. 특히 스마트폰을 통해 △온라인 게임△유튜브나 넷플릭스(Netflix) 같은 영상매체△포털 사이트 등을 시공간의 제약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책에서 흥미 요소나 지식 정보를 찾으려 하지 않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이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에서 실시한 ‘2023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스마트폰 과의존위험군은 무려 23.1%에 달했다. 이 중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대인관계 갈등이나 일상의 역할 문제 및 건강문제 등이 심각하게 발생한 상태를 말하는 고위험군은 4.2%에 달했다. 이러한 경향은 우리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외대학보의 설문조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설문조사에선 응답자의 65.5%가 네이버나 구글 등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습득한다고 답한 반면 종이책과 전자책을 모두 포함한 책을 통해 정보를 습득한다고 답한 비율은 20.7%로 비교적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김도현(사회정외 23) 씨는 “필요한 정보를 어떤 책의 어느 부분에서 찾아야 할지가 막막하다보니 책에서 정보를 얻기는 힘들다”며 “반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내가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면 정확히 그 정보에 관련된 요소들만 볼 수 있어 더 애용하게 된다”고 전했다.
세 번째 이유는 청년층이 긴 글을 기피하는 현상 자체에서 나타난다. 문체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 간 경험한 읽기 관련 주요 활동에 대해 청년들은 인터넷 검색 정보 읽기(77.0%)나 소셜 미디어 글 읽기(42.0%) 순으로 답변했다. 이렇게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얻는 정보나 소셜 미디어 속 글은 책을 통해 접하는 글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다는 특징이 있다. 이로 인해 짧고 간결한 문장에 핵심만 전달하는 이른바 ‘짧은 단위의 읽기’에 익숙해진 청년층은 긴 글을 회피하는 경향을 갖게 된 것이다. 과기정통부의 조사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에는 ‘숏폼(Short Form)’의 영향도 크다. ‘숏폼’이란 △유튜브 숏츠(Shorts)△인스타그램 릴스(Instagram Reels)△틱톡(TikTok) 등 짧은 분량의 영상매체를 말한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과의존위험군은 숏폼 이용률이 일반사용자군보다 높게 나타났다. 실제로 박찬혁(서양어독일어 23) 씨는 긴 글 읽기를 기피하게 된 이유에 대해 “숏츠나 릴스처럼 짧은 영상 위주로 보다보니 해당 매체만을 찾아보게 되고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도 짧고 간결한 글을 선호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나아가야 할 방향
이러한 청년층의 독서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도서관 차원에선 디지털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종이책만 고집하기보다는 전자책이나 오디오북 같은 디지털 콘텐츠를 확충하고 이용자가 도서관을 더 편히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어플리케이션(Application)을 개발해 접근성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싱가포르에선 국가 전역에 걸친 공공 도서관 네트워크를 통해 종이책뿐만 아니라 전자책도 쉽게 빌릴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나아가 독서 모임 및 행사를 활성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청년층의 흥미를 끌 수 있는 △독서 모임△북토크(Book Talk)△저자와의 만남 같은 특별한 행사를 꾸준히 열어 책을 읽고 서로 공유하는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경우 네덜란드 리드(Nederland Leest)라는 대규모 독서 캠페인을 매년 11월에 네덜란드 전역에서 진행하고 있다. 이 캠페인에서는 이달의 주제를 선정해 관련 도서를 무료로 배포하고 독서 관련 행사를 주최해 청년층의 독서량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을 시행 중이다. 특별한 형태의 독서 공간을 제공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기존의 틀에 박힌 도서관과 다르게 청년들이 선호하는 창의적인 분위기의 독서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독서 공간이 ‘힙한 공간’이 되도록 청년층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실제로 경기 오산시 세교동의 ‘꿈두레 도서관’에선 전국 최초로 ‘독서 캠핑장’을 운영하고 있다. 독서 캠핑장에선 가족 혹은 친구들이 함께 모여 단칸방처럼 생긴 캠핑하우스(Camping House)에서 책을 읽고 밤을 보낼 수 있다.
교육기관 차원에서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청소년기에 받는 독서 교육은 이후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이 때 기존의 정형화된 독서 교육에서 벗어나 청소년들이 보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교육 과정 차원에서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이 핵심이다. 핀란드에선 교과서 외에도 다양한 도서를 제공하는 독서 교육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청소년기 독서 습관이 형성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독서 관련 평가를 도입하는 방법도 있다. 교육과정에서 단순히 책을 읽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학생들이 함께 읽은 내용에 대해 서로 토론하거나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주면서 독서를 심화 학습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다. 미국의 일부 학교에선 독서 동아리 활동을 평가의 일환으로 포함시켜 학생들이 독서를 지속적으로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개인적 차원에서의 노력 또한 물론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상 속에서 꾸준한 독서 습관을 형성하는 것이다. 전자책이나 오디오북처럼 시공간적 불편함을 극복할 수 있는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부족한 여가시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실제로 평소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전자책을 즐겨 읽는 장은수(C&T투웰 24) 씨는 “버스나 지하철에서 휴대폰으로 전자책을 읽다보면 낭비하는 시간도 줄이고 짐도 줄일 수 있어서 애용하고 있다”며 전자책의 이점에 대해 언급했다. 이러한 장점에 힘입어 우리나라 최대 전자책 플랫폼인 ‘밀리의 서재’는 지난해 566억 원의 매출과 104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최고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앞서 언급한 다양한 원인으로 인한 청년층의 독서량 감소 현상은 청년층이 깊이 있는 사고와 사고력 증진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우려를 자아낸다. 미국의 작가 마크 트웨인이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읽을 수 없는 사람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듯 독서의 중요성을 재조명하고 청년층이 다시 책과 가까워질 수 있도록 새로운 독서 환경과 문화를 조성해야한다.
장은솔 기자 09eunsol@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