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으로서 세 번째 호를 맞이하며 처음으로 빈의자 앞에 앉았다. 처음 앉아보는 이 빈의자가 주는 무게감은 남다르다. 이전에는 그저 읽어내려갔던 빈의자를 나의 시선과 문장으로 따뜻하게 채워나가고 싶기 때문이다. 설렘과 책임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학내외의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학우들과 나누고자 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레 첫 페이지를 연다.
3면에선 인성 교육 교과목의 평가 방식 전환에 따른 논란을 다룬다. 우리학교는 최근 기존 P/NP 방식이던 인성 교육 과목을 상대평가로 변경했다. 도덕적 가치를 상대평가로 줄 세워 평가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방향인지에 대한 학생들의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학사 제도 개편과 과목의 특수성 사이에서 발생한 충돌인 만큼 단순한 성적 나누기를 넘어 △평가 방식의 타당성 △체험형 수업의 특수성 반영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인성 교육의 본래 취지를 잃지 않으면서도 합리적인 평가 기준이 마련되길 바란다.
이어지는 5면에선 제59대 총학생회 ‘박동’의 임기 마무리와 함께 그간의 성과와 아쉬움을 짚어본다. 출범 당시 내세웠던 청사진을 바탕으로 △사전 수강 신청 제도 △최우등 졸업 제도 △학점 포기제 도입 등 교육 정책 부문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이행하지 못한 공약들에 대한 학우들의 아쉬운 목소리도 분명 존재한다. 이번 임기 종료가 단순한 끝이 아니라 긍정적인 성과는 계승하고 부족했던 점은 보완하여 앞으로의 학생 자치가 한 단계 더 발전하는 밑거름이 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8면에선 방탄소년단의 광화문 공연을 둘러싼 명과 암을 조명한다. 당초 예상했던 26만 명에 크게 못 미치는 4만 명의 인파가 모이면서 특수를 기대했던 인근 상권은 교통통제로 인해 오히려 매출 하락 등의 손실을 떠안아야 했다. 대규모 도심 행사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과 상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단순한 행사 개최를 넘어 이익 공유제 도입과 목적형 관광도시 구축 등 제도적이고 혁신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문화적 파급력을 살리면서도 지역 사회와 상생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마지막으로 9면에선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행정통합특별시 논의를 다룬다. 광주·전남을 비롯해 여러 지자체에서 행정통합을 추진 중이나 복잡한 정치적 이해관계와 기득권 문제로 난항을 겪는 곳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최창수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 아테네 교양학부 교수는 행정통합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선 단순한 구역 통합을 넘어 실질적인 재정 분권과 광역 교통망 연계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더불어 지역 사회와의 충분한 공감대 형성과 우리 사회 전반의 인식 전환이 선행되어야 함을 역설한다.
당면한 과제들을 들여다보는 일은 때로 벅차고 외면하고 싶은 순간을 동반하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의식을 느끼는 그 묵직한 불편함이야말로 우리 캠퍼스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겪어야 할 값진 진통이다.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의 위치에서 목소리를 내고 해결책을 모색할 때 막연해 보이던 혁신은 비로소 구체적인 현실이 될 것이다. 새롭게 쓰일 2026년 우리 학교의 역사 속에서 학우 여러분 모두가 의미 있는 변화의 마중물이 되어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백채린 기자 11chaeli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