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며 정부와 민간의 지원 역시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다양한 지원에도 고등학교 졸업 직후에 홀로서기를 시작한 청년들의 자립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자립준비청년의 개념과 현황△자립준비청년이 겪는 어려움△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자립준비청년의 개념과 현황
자립준비청년은 △공동생활 가정△양육시설△위탁가정에서 보호되다가 18세 직후 또는 보호기간 종료 후 사회에 진출하는 청년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선 매년 약 2,000명 이상의 자립준비청년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다. 이들은 자신들의 선택에 따라 최대 24살까지 시설의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이후엔 무조건 사회로 나와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정부와 각종 민간 단체에서도 이러한 자립준비청년들의 상황을 인식해 여러 가지 지원을 마련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한 주요 자립 지원은 △경제적 지원△심리적 지원△정서적 지원△주거 지원△진학 지원△취업 지원 등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는 아동복지법 제39조의 2항에 따라 자립준비청년 맞춤형 자립 지원 서비스 제공을 위해 지난 2022년부터 전국 17개 시도에 자립지원전담기관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정책이 마련되고 제도가 개선됐지만 이들의 효과는 미비하며 자립준비청년들의 삶은 여전히 나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등학교 졸업 직후 보호가 종료된 자립준비청년은 시설 출신이란 점과 고졸이란 이유로 낮은 임금의 불안정한 직업을 갖거나 사회적 차별을 경험하기도 한다. 설령 보호기간을 연장해 대학 졸업까지 마쳤다고 하더라도 평범한 가정에서 성인기를 맞은 청년들의 기반과 비교하면 이들의 상황은 매우 열악하고 위태롭다.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사회보장정보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자립 수당을 받는 자립준비청년 9천 958명 중 4천 86명(41%)이 기초생활수급자였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이고 민간 차원에서도 경제적 지원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립준비청년이 겪는 어려움
자립준비청년들이 처음 사회에 나왔을 때 겪는 어려움은 매우 다양하다. 이러한 각종 어려움 중 심리 및 정서적 어려움과 경제적 어려움은 그들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먼저 자립준비청년은 심리적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자립준비청년 삶의 만족도와 교육 수준 등 전반적인 자립 여건 개선을 목적으로 ‘자립 지원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 따르면 자립준비청년 중 평생 한 번이라도 자살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2.8세 평균 46.5%였다. 이 중 심각한 자살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2.8세 평균 18.3%로 조사됐는데 주된 이유로 △우울증 등 정신과적 문제(30.7%)△경제적 문제(28.7%)△가정생활 문제(12.3%)△학업 및 취업 문제(7.3%)가 제기됐다. 이상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하 보사연) 아동정책 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은 “보호 종료 후 3~4년 차에 삶의 만족도가 가장 낮고 자살 생각 경험 비율이 높다”며 “특히 자립준비청년의 심리 및 정서적 취약성이 두드러지는데 보호 종료 후 자립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정서적 지원체계와 사회적 네트워크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2022년 광주에서 두 명의 자립준비청년이 자살했고 지난해 6월과 7월에도 천안에서 20세와 24세의 자립준비청년이 잇따라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자립준비청년들은 경제적 측면에서도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다. 경제적 측면에 관한 각종 지원을 바탕으로 △디딤씨앗통장 정부 매칭금△자립 수당 지급액△자립정착금이 인상됐고 자립 수당 지급 기간이 연장되는 등 다양한 경제적 지원이 확대되었지만 실제로 이들이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가기엔 역부족인 실정이다. 실제로 ‘자립 지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다시 시설이나 위탁가정에서 생활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한 이유 중 ‘경제적으로 어려워서’가 28.0%로 1위를 차지했다. 또 병원 진료가 필요했지만 받지 못했던 이유 역시 ‘진료비가 부담되어서’가 58.5%로 가장 컸다. 지파운데이션(GFOUNDATION)의 자립준비청년 지원 캠페인 인터뷰에서 세은 씨는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으면 당장 생활비를 해결할 수 없다”며 “공부할 시간까지 줄이면서 일을 해야만 돈을 모을 수 있다”고 전했다.
◆나아가야 할 방향
자립준비청년들의 건강한 홀로서기를 위해선 더 적극적인 심리적 지원 방안이 담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정영일 동강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는 청년일보에서 “약간의 자립지원금만 쥐어준 채 시설 아동들을 사회로 떠미는 식의 정책으로는 앞으로도 같은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며 “시설 아동들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외로움이 훨씬 큰 만큼 금전적 접근보단 멘토나 사회적 기구를 통해 이들을 이해하고 지속적으로 보살피려는 절실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강은미 전 국회의원은 헬스경향과의 인터뷰에서 “자립준비청년의 마음을 돌볼 수 있는 심리적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자립준비청년이 심리 및 정서적으로 안정적인 삶과 건강하게 자립할 수 있도록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자립준비청년들의 사후관리를 위한 방안도 필요하다. 보호 종료 후 자립 지원 관련 담당자와의 관계가 단절되면 여러 자립 지원 도움을 받기가 어렵다. 이처럼 사후관리가 중요함에도 5년 이내에 보호가 종료된 자립준비청년 5명 중 1명은 연락이 두절돼 사후 관리망에서 벗어나 행방을 알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들이 사후 관리에서 배제되거나 사회에서 고립되지 않기 위해선 필요한 자원을 제때 제공받을 수 있는 보다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먼저 자립지원 통합관리기구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 즉 현재 분절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자립지원 체계 간의 연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 보호 유형별 격차 해소 등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지원을 현실화하는 방안도 있다. 이를 위해선 그룹홈과 가정위탁 보호 아동 및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자립지원 강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 자립지원전담기관에서는 시스템과 행정 데이터를 활용해 체계적인 사후관리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한편 사회적 인식 변화 또한 필요하다. 자립준비청년을 향한 차별적 시선과 사회적 낙인을 없애기 위한 노력은 물론 각종 후원과 캠페인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재단법인 청년재단과 한국방송공사(이하 KBS)는 자립준비청년 지원 방송기획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신재국 KBS 제작 1본부장은 청년일보에서 “이번 양해 각서 체결을 계기로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지원과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 또한 청년일보에서 “자립준비청년에게는 정서적 지지와 실질적 지원을 동반하는 사회관계망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처럼 자립준비청년이 겪는 어려움을 사회 공동의 문제로 인식해 함께 해결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 나갈 필요가 있다.
한영빈 기자 09youngbi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