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걸그룹 뉴진스(NewJeans)의 하니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증언하기 위해 국회 국정감사장에 출석했다. 이 자리에서 하니는 직장 내 따돌림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를 증언했다. 이에 아이돌들의 근로 환경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며 그들이 법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연예인은 근로자로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케이팝(K-POP) 산업이 세계적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아이돌들은 여전히 극도로 불안정한 근로 환경에 놓여 있다. 이정 우리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를 만나 아이돌이 법적 근로자로 인정받기 어려운 이유와 향후 전망에 대해 알아보자.
Q1. 노동자의 범주에 해당하는 정도가 궁금합니다.
연예인이 근로자 범주에 포함되는지의 여부는 사안별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모든 연예인에 대해 근로자성 인정 여부를 일률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Q2. 최근 국정감사에 출석한 하니의 발언으로 인해 아이돌의 근로자성이 인정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쟁점이 사회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아이돌 산업에서의 근로 계약과 일반적인 근로 계약의 차이점이 궁금합니다.
연예인 뿐만 아니라 프로스포츠 선수 등이 근로자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는 그들의 노동관계가 회사나 특정 조직에 편입돼 회사나 사업주로부터 구체적으로 지휘명령을 받아 근로(연기 활동 참여나 경기 출장 등)를 제공하는 경우에 따라 달라지며 이 경우 근로자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지휘 혹은 명령을 구체적으로 받는 것이 아닌 재량적으로 활동을 진행하는 경우엔 근로자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Q2-1. 현행 법적 체계에서 아이돌이 법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위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아이돌이라도 소속사의 일정에 따라 구체적인 지휘 혹은 명령 하에서 출연을 하는 경우엔 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기 아이돌의 경우엔 회사와의 관계에서 오히려 우위에 있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근로기준법에서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Q3. 아이돌 계약에서 흔히 발생하는 ‘노예계약’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아이돌의 경우엔 어린 시절에 스카우트돼서 데뷔하기까지 소속사가 장기간에 걸쳐 많은 △교육△투자△훈련 등을 진행해야 합니다. 그래서 아이돌이 유명세를 타서 독립하거나 다른 소속사로 이적하게 되면 위의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없기에 소위 노예계약에 가까운 관계 설정이 되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Q4. 아이돌 산업에서 근로 시간과 조건이 일반적인 근로기준법과 어떻게 충돌하는지 궁금합니다.
아이돌의 경우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아 주 52시간의 법정근로시간과 일요일 휴무를 규정한 주휴제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일반 근로자와는 근로 시간이 다릅니다.
Q5. 아이돌이 법률상 근로자로 분류되지 않아 노동법상 보호를 받지 못하는 구체적인 사례로는 무엇이 있나요?
뉴진스와 같이 유명세를 얻은 아이돌은 상당히 드뭅니다. 이와 달리 무명 아이돌의 경우 활동에 있어 소속사의 지휘 및 감독을 받아 재량권이 일절 없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로 분류되지 않죠. 이런 경우 노동법상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Q6. 아이돌 산업의 연습생 시스템이 노동 착취에 대한 문제로 규정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아이돌 연습생의 경우 대부분 미성년인 경우가 많아 근로를 위해선 친권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연습생 본인이나 보호자가 유명한 소속사에 들어가 연습생이 되는 것을 자발적으로 택합니다. 이런 점이 아이돌 연습생 시스템에 따른 노동 착취를 사실상 단속하기가 어렵게 하는 원인으로 꼽힙니다.
Q7. 국내 노동법은 아이돌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어떤 방식으로 적용될 수 있을까요?
아이돌의 경우에도 연예인 노동조합과 같이 프로야구 선수처럼 스스로 자기 권리를 방어할 수 있는 조직을 결성해 집단적 출연 거부 등의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8. 국외 법률상에선 아이돌 혹은 연예인을 어떤 방식으로 분류하나요?
우리의 아이돌 시스템은 과거 일본의 유명 소속사인 ‘요시모토흥업(吉本興業)’의 관행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문제가 종종 일어나고 있죠. 다만 일본의 경우 아이돌 혹은 연예인의 노동 착취 관련 문제가 대중매체에 의해 많이 감시됨으로써 자정작용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특정 소속사가 아이돌 문제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게 되면 그 소속사는 블랙기업*으로 낙인이 찍혀 아이돌 스카우트이나 비즈니스가 어려워집니다. 소속사가 스스로 문제 해결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죠.
Q9. 아이돌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한 법제도적 개선 방안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아이돌과 소속사 간의 관계 설정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됩니다. 예를 들어 소속사에 들어가거나 연예 방송에 출연하는 경우 계약 관계를 분명하게 해 문제가 생긴 경우엔 계약서에 근거해 다투게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됩니다.
또한 아이돌이 자기 권리를 지키기 위한 아이돌 연합이나 아이돌 노동조합 등을 스스로 조직해 집단적인 권리행사를 통한 자기방어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헌법이나 노동법에선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있으므로 이런 권리를 최대한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됩니다.
*블랙기업: 노동착취형 착취공장 고용 시스템을 가리키는 일본의 용어
장휘영 기자 07hwio@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