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으로 이미지 생성 도구가 대중화되며 특정 작가의 화풍이나 예술 양식을 모방한 인공지능 이미지(Image)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지브리 스타일(Ghibli style)’로 재구성된 이미지들이 저작권 침해 논란을 일으키며 창작과 모방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고 있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귀속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관련 법적 논의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인공지능 이미지 생성 기술이 기존 저작권 체계에 던지는 쟁점과 창작 개념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 이대희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함께 알아보자.
Q1. 최근 상용화되고 있는 인공지능 이미지 생성 기술의 핵심 작동 원리는 무엇이며 이러한 기술이 전통적인 창작물 생산 구조에 어떤 변화를 초래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인공지능 이미지 생성 기술이란 인간이 입력한 텍스트 명령어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각적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기술입니다. 대표적으로 자기회귀 모델(Model)과 디퓨전(Diffusion) 모델 같은 딥러닝(Deep learning) 기반 기술이 있습니다. 자기회귀 모델은 시퀀스(Sequence)*를 기반으로 이전 정보로부터 다음 정보를 예측해 결과물을 점차 완성해 나가는 것이고 디퓨전 모델은 먼저 선명한 이미지를 점점 흐릿하게 만든 뒤 그 흐려진 상태에서 원래 모습을 되살려가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고해상도 이미지나 창의적인 변형을 생성합니다. 이러한 기술들은 전통적인 창작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과거엔 예술 작품을 창작하는 데 많은 시간과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했지만 인공지능은 비전문가도 간단한 명령어 입력만으로 고품질의 시각물을 생성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창작의 민주화를 이루는 동시에 기존 예술가들의 역할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디자인(Design)△일러스트레이션(Illustration)△회화 등 시각예술 분야에서 이러한 기술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으며 창작의 ‘도구’로서 인공지능의 위치는 점차 견고해지고 있습니다.
Q2. 인공지능이 학습하는 데이터셋(Data set)**에 기존 예술작품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무단 학습 행위는 법적으로 어떤 쟁점을 발생시키고 있나요?
인공지능 모델이 고도화되기 위해선 대규모의 이미지 데이터셋을 필요로 합니다. 이 데이터엔 종종 작가들이 제작한 △그림△사진△영화스틸컷(Still cut)△웹툰(Webtoon)△일러스트레이션 등 저작권 보호 대상 이미지가 포함됩니다. 이 경우 원작자의 동의 없이 수집활용됐다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다만 법적인 판단은 조금 복잡합니다. 먼저 저작권의 존속기간은 일반적으로 사후 70년이기 때문에 △고흐(van Gogh)△렘브란트(Rembrandt )△미켈란젤로(Michelangelo) 등과 같은 고전 화가의 작품은 자유롭게 학습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살아있는 작가나 현대 작가의 작품은 여전히 저작권 보호 대상이며 이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이 학습한 뒤 유사한 이미지를 생성한다면 복제권 및 전송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공정 이용’ 개념이 중요한데 학습 자체가 공익적 목적이거나 생성된 결과물이 원작과 본질적으로 다르다면 법원이 공정 이용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아직 ‘공정 이용’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고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Q3. 인공지능이 생성한 이미지가 특정 화풍이나 작품을 모방한 사례 중 실제로 법적 분쟁으로 이어진 사례가 있나요?
대표적인 사례는 고품질 이미지와 영상을 제공하는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Content Platform) 게티 이미지(Getty images)가 인공지능 이미지 생성 기업인 스태빌리티 에이아이(Stability AI)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입니다. 이 사건에서 게티 이미지는 자사의 수많은 저작권 보호 이미지가 무단으로 학습에 사용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게다가 인공지능이 생성한 이미지엔 워터마크(Watermark)***까지 남아 있는 경우도 있었기에 논란은 더 커졌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화풍’ 자체는 저작권으로 보호되지 않는단 점입니다. 저작권은 ‘발상’이 아닌 ‘표현’ 자체에만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반 고흐의 화풍처럼 굵은 붓터치와 강렬한 색감의 스타일을 모방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고흐의 작품 속 특정 장면이나 구도를 거의 그대로 재현한다면 복제권 침해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Q3-1. 이러한 모방 이미지가 ‘2차 저작물’로 인정되기 위해선 어떤 법적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저작권법상 ‘2차 저작물’은 원작에 기반하되 독자적인 창작성이 가미된 새로운 창작물을 뜻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핵심은 인간이 창작 행위에 실질적으로 개입해야 한단 점입니다. 인공지능이 단독으로 만들어낸 이미지는 법적으로 저작물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저작권법은 ‘인간의 창작물’을 보호 대상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사용자가 인공지능에게 단순한 명령어만 입력한 수준이라면 그 결과물은 2차적 저작물로 간주되지 않을 수 있으며 원작자에게 법적 권리가 여전히 귀속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용자가 인공지능 결과물을 적극적으로 수정하고 재창작했다면 그때는 2차적 저작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Q4. 현행 우리나라 저작권법 체계에서 인공지능이 생성한 이미지의 권리 귀속은 어떻게 판단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한 제도상 공백이나 규범적 논의는 어떻게 전개되고 있나요?
현행 저작권법은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만 저작물로 인정합니다. 따라서 인공지능이 완전히 자율적으로 생성한 결과물은 저작물로 인정되지 않으며 법적으로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인공지능 생성물에 아무 권리도 생기지 않는 건 아닙니다. 사용자가 인공지능을 단순 도구로 삼고 그 과정에서 창의적인 △기획△선택△편집 등의 인간적 판단이 개입됐다면 해당 결과물은 저작물로 보호될 수 있습니다. 현재 국회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에선 이러한 공백을 보완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인공지능 생성물에 대해 일정한 보호를 부여하되 인간 창작물과는 다른 범주의 권리 체계를 구성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예컨대 인공지능 생성물에 대해 저작권이 아닌 저작인접권**** 수준의 권리를 인정하거나 5년에서 10년의 단기 보호를 설정하는 등의 방안이 제안되고 있습니다.
Q5. 인공지능 이미지 생성 기술의 창작 참여가 △예술의 본질△예술가의 정체성△창작 행위에 어떤 윤리적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나요?
인공지능 이미지 생성 기술은 인간이 가지는 창작 주체성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예술은 본래 창작자의 △감정△경험△철학이 담긴 결과물로 간주돼 왔습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만든 이미지는 인간의 정서나 맥락 없이도 외형상 ‘작품처럼 보이는 결과물’을 만들어냅니다. 이때 예술의 본질이 어디 있는가에 대한 윤리적 고민이 필요합니다. 특히 인공지능이 만든 결과물이 인간 창작물처럼 보이고 소비자들이 그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면 이는 창작자의 정체성과 창작 노동의 가치를 흐릴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예술계에선 인공지능 활용 여부의 투명성 확보와 창작자 표시의 명확성이 중요한 윤리적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Q6. 인공지능 이미지 기술을 이용해 상업화를 시도하는 다양한 콘텐츠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기존 예술가 및 콘텐츠 창작자들의 △수익 구조△직업 안정성△창작 동기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예술가들은 현재 인공지능으로 인한 생존 불안정성을 크게 느끼고 있는 상황입니다. 기업이나 일반 소비자들이 디자이너(Designer)를 고용하는 대신 인공지능 이미지 생성 도구를 활용해 빠르고 저렴하게 원하는 이미지를 생성하면서 일부 작가들은 실질적인 일거리 감소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특히 △로고(Logo) 디자인△북커버(Book cover)△웹툰 표지△프로듀싱(Producing) 등 상업 분야에서 인공지능 대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인공지능 기술을 창작 도구로 활용하며 새로운 방식의 예술 활동을 시도하는 작가들도 늘고 있습니다. 이들은 인공지능을 통해 시각적 실험을 확장하거나 제작 속도를 높이며 창작의 효율성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인공지능은 위협인 동시에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핵심은 예술가가 자신만의 표현 언어와 철학을 유지한 채 인공지능을 어떻게 도구화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Q7. 일반 이용자가 인공지능 이미지 생성 도구를 사용해 저작권 침해 이미지를 생성하거나 활용했을 경우 해당 책임은 이용자에게 있는지 아니면 플랫폼 제공자에게도 법적 책임이 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일반적으로 법적 책임은 이미지를 생성하고 배포한 이용자에게 우선 귀속됩니다. 프롬프트(Prompt)***** 입력을 통해 특정 작가의 스타일이나 이미지 요소를 직접적으로 재현했고 그 결과물을 인터넷에 게시하거나 상업적으로 활용했다면 이는 복제권 및 전송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플랫폼 제공자의 책임은 원칙적으로 제한되지만 만약 그들이 불법 콘텐츠 생성 가능성을 알고도 방조하거나 해당 데이터를 적극 수집 및 제공했다면 책임이 일부 인정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런 경우는 아직 법적 판례가 충분하지 않기에 향후 법제화와 판례를 통해 구체적 기준이 마련될 필요가 있습니다.
Q8. 인공지능 기술 발전 속도를 고려할 때 앞으로의 저작권 제도는 창작자 보호와 기술 혁신 간 균형을 위해 어떤 방향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 발전과 창작자 보호 사이의 균형입니다. 인공지능 기술이 단지 창작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도구가 아니라 새로운 창작의 가능성을 여는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조정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이 만든 콘텐츠에도 일정한 권리를 인정하되 그 보호 범위나 기간은 인간 창작물보다 제한적으로 설정하는 방식이 바람직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인간 창작의 동기를 보호하면서도 인공지능 기술의 활용을 제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한 투명성 확보가 핵심입니다. 인공지능이 학습한 데이터의 출처를 명확히 하고 생성물에 인공지능 사용 여부를 표시하는 등의 표기 의무 도입도 고려될 수 있습니다. 이는 △사용자△소비자△작가 모두에게 공정한 환경을 조성하는 기반이 될 것입니다.
*시퀀스(Sequence): 순서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연속된 정보의 흐름
**데이터셋(Data set): 인공지능이 학습할 수 있도록 모아 놓은 이미지와 텍스트 등의 자료
***워터마크(Watermark): 무단 복제를 방지하거나 출처를 표시하기 위해 이미지나 문서에 삽입하는 희미한 표식
****저작인접권: 저작물을 전달 및 유통하는 데 기여한 사람에게 부여되는 권리
*****프롬프트(Prompt): 인공지능에게 작업을 지시하거나 질문을 입력하는 명령어
이나경 기자 10leenagyeong@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