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역명 개정의 명암,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선

등록일 2024년09월25일 16시14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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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역은 성수 CJ올리브영 역입니다” 해당 멘트는 다음 달부터 서울 지하철 안내방송에서 사용될 예정이다. 최근 역명 개정 요청이 증가하며 매년 1~2건에 그쳤던 개정 요구가 6건으로 증가했다. 특히 역명 병기 사업은 긍정적인 효과와 동시에 많은 사람들에게 혼란을 야기하며 공공성 훼손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본 기사를 통해 △지하철 역명 개정의 배경 및 현황△지하철 역명 개정 사업의 문제점△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지하철 역명 개정의 배경 및 현황    

서울 지하철 역명 개정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서울특별시 노원구는 4호선 ‘당고개역’을 ‘불암산역’으로 변경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지하철 역명과 기업기관명을 병기하는 사업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일례로 올리브영이 성수역의 역명 병기 사업권을 10억 원에 획득한 사례와 하루 플란트 치과가 강남역을 11억 1,100만 원에 획득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역명 개정은 크게 세 가지 이유로 나뉜다. 먼저 기존 역명이 지역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낙후된 이미지를 고착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당고개역은 재개발된 주거지 환경에 맞지 않단 이유로 주민들의 불만이 제기됐다. 당고개역은 과거 해당 지역 고개를 지나다니던 사람들이 몸에 지니던 돌을 쌓아둔 자리가 성황당으로 형성됐단 설에서 유래됐다. 이러한 유래가 현실과 동떨어졌단 것이 불만의 주된 이유이다. 또한 현재 당고개역이 위치한 상계동이 6개 구역으로 나뉘어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며 현실에 맞는 이름이 필요하단 의견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두 번째로 역명이 지금의 행정구역과 맞지 않는 경우다. 서울 지하철 1호선의 성북역이 광운대역으로 변경된 사례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 성북역이란 명칭만 들을 경우 성북역이 성북구 성북동에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 성북역이 위치한 곳은 노원구 월계동이었기에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혼란을 유발했다. 따라서 월계동 주민들은 오랫동안 역 이름을 바꿔 달라고 요구를 했고 해당 요구가 수용돼 역명이 변경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서울교통공사의 재정난 해소를 위한 ‘역명 병기 유상판매 사업’에 따른 개정이 있다. 역명 병기 유상판매 사업이란 지하철역의 기존 명칭 뒤에 역 근처 기업이나 기관의 이름을 유상으로 역명과 함께 표기하는 방식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2016년부터 해당 사업을 시행해 왔다. 이를 통해 대상 기업 및 기관의 마케팅 효과를 높이고 서울교통공사의 수익을 증대시키는 것이 해당 사업의 주된 목적이다. 이미 진행 중인 해당 사업의 사례로는 △2호선 을지로입구역(하나은행)△을지로 4가역(BC카드)△3호선 안국역(현대건설)△4호선 신용산역(아모레퍼시픽) 등이 있다. 추가적으로 서울교통공사는 지난달 25일부터 서울 지하철역 10곳에 역명을 병기할 사업자를 모집해 지난 9일 3곳의 사업자를 선정했다. 이에 각각 △2호선 강남역에 하루플랜트치과△2호선 성수역에 CJ올리브영△5호선 여의나루역에 유진투자증권이 선정됐다. 

 

선정 이후 사업 진행은 다음과 같이 이뤄진다. 입찰가를 써낸 사업자들이 원하는 명칭은 낙찰과 계약 체결 후 3년간 역명 표지판에 함께 쓰이고 역 안내방송 때 함께 불린다. 또 3년 동안 재입찰 없이 한 차례 더 계약을 연장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서울교통공사는 매년 상당한 수익을 창출하며 지난해 기준 약 181억 원을 벌어들인 바 있다.

 

 

◆지하철 역명 개정 사업의 문제점

지하철 역명 개정 사업의 문제점은 과정이 결코 수월하지 않단 점에서 비롯된다. 서울시에서 역명을 비롯한 지명을 변경하고자 할 경우 서울시 지명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원칙적으로 지명은 변경이 불가하지만 부득이하게 바꿔야 하는 이유가 있을 때만 예외적으로 변경이 허용된다. 앞선 서울시 지명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후에 서울 시보에 고시까지 돼야 개정된 역명이 최종적으로 확정된다. 이외에도 비용적 측면에서도 부담이 있다. 역명 변경 시 약 5천만 원의 추가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각 역에 설치된 △약 100개의 노선도△약 50개의 종합 안내도△약 208개 전동차 내 안내도 모두 수정해야 한다. 더불어 △시각 장애인을 위한 음성 유도기△안내 방송△음성 안내 시스템까지 모두 다시 녹음해야 한다. 이러한 변경 작업은 비용이 많이 들며 지속적인 유지와 수정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복잡한 절차를 동반한다.​

 

역명 병기 사업에 따른 개정의 경우 지하철의 공공성이 침해된다는 문제가 존재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역명 병기 사업은 수익 증대에 궁극적인 목적을 두고 있다. 이로 인해 현재 진행된 역명 병기의 사례들 중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경우가 발생하며 각종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일례로 이번에 성수역의 병기 역명으로 선정된 CJ올리브영의 경우 경제적인 이익만을 우선시한 나머지 지역과의 연결성이 부족하단 지적이 나온다. 역명은 단순한 명칭 이상의 상징성을 가지며 특정 지역의 사회적역사적 가치를 반영하는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CJ올리브영의 본사는 용산구 동자동으로 성수역이 아닌 4호선 서울역 인근에 위치해 있으며 성수역 인근엔 아직 매장이 지어지지 않은 상태다. 기존에 역명 병기를 사용하고 있는 △신용산의 아모레퍼시픽△안국역의 현대건설△을지로입구역의 하나은행△을지로4가역의 BC카드 등 병기의 대상이 된 기업들은 모두 해당 역 근처에 본사를 두고 있다. 이에 대해 관련 업종 관계자는 경향신문에서 “아직 성수역 근처에 매장을 짓지도 않은 기업이 해당 지역을 상징할 만한 병기역명에 쓰이는 게 맞는지 의문이다”고 밝혔다. 다만 성수역 인근에 초대형 매장을 출점할 계획이란 것이 현재 올리브영의 입장이다.

 

이와 더불어 낙찰 업체 선정 기준과 관련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예컨대 5호선 발산역의 경우 이대서울병원과 SNU서울병원이 병기 역명 선정을 두고 경쟁을 벌였다. SNU서울병원이 3억 1,000만원을 이대서울병원이 3억 150만원을 각각 제시했고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한 SNU서울병원이 경쟁에서 승리했다. 즉 다양한 기준 없이 금액으로만 업체가 선정되고 있는 상태인 것이다. 이대서울병원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역 대표성을 입찰금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며 반발한 바 있다. 이에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진 경제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낙찰가를 선정의 기준으로 삼았던 게 사실이다”고 밝혔다.

 

 

◆나아가야 할 방향

서울교통공사가 실시하는 역명 병기 사업이 현재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먼저 공공성이 강화된 평가 기준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국가철도공단의 경우 △가격△공공성△접근△주민 선호도 등 다양한 평가 항목을 통해 병기역명을 선정한다. 또한 공공성과 주민 선호도에 30점씩을 배정해 상업적 목적보다는 지역 사회와의 연관성 및 공익성을 반영하는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반면 서울교통공사는 공공성 평가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미비하다. 현재 서울교통공사는 “응찰 금액이 동일할 경우 공공성과 편의성이 높은 기관으로 선정한다”는 모호한 기준만을 제시하고 있는 상태다. 김정화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역명은 굉장히 상징적인 요소인 만큼 기업에 이름과 안내 방송을 하나씩 내어주면 공공 인프라에 대한 위상도 떨어질 수 있다”며 “공공재원을 단지 상업적 차원에서 금융사개인 병원 여러 곳에 나눠주는 게 좋게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고준호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도 동일한 인터뷰에서 “수익 보전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더라도 앞으로는 지역 및 공공 기여도를 평가하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서울교통공사는 장기적인 적자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역명 병기 사업이 단기적인 수익 창출엔 기여할 수 있지만 장기적인 적자 해결에 대한 해결책이 되진 못한다. 중요한 공공 서비스인 지하철은 상업화 정책에만 의존해선 안되며 지속 가능하고 거시적인 재정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특히 서울교통공사는 코레일(Korail)과 달리 공익서비스 손실 보전금과 같은 정부 지원을 받지 않아 재정 적자가 심화되고 있다. 실제로 공익서비스의 일환으로 시행되는 ‘65세 이상 노인의 무임승차제도’는 국가 차원의 복지정책이지만 그 손실비용을 국가로부터 지원받지 못해 서울 지하철에선 매년 1조 원에 가까운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재정 악화가 서울교통공사에게 경제적 이익에만 치중된 역명병기사업을 강행하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수익성에만 치우친 역명 병기 사업에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선 정부의 재정적 지원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선 도시철도에도 공익서비스 손실 보전금을 국가가 지원하도록 규정한 도시철도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지하철 역명 개정과 병기 사업은 서울의 교통 체계와 지역 사회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공공성과 지역 사회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경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역명 변경과 병기 사업이 지역 주민의 기대와 상징성을 존중하도록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지속될 때 서민의 발인 지하철은 더욱 신뢰받는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다.

 

 

강예원 기자 08yewon@hufs.ac.kr

한영빈 기자 09youngbi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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