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성과 형평성 사이, 갈림길에 선 복지정책

등록일 2020년06월15일 14시41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기사글축소 기사글확대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우리나라 정부는 지난달 11일부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위축된 소비심리를 해결하고자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이런 정부의 행보가 보편적 복지의 일환인 기본소득을 시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란 시각이 있다. 이에 △우리나라의 복지형태△선별적 복지△보편적 복지에 대해 견진만 우리학교 행정학과 교수와 얘기를 나눠봤다.

Q1. 4월 7일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에 따라 소득이 급격히 감소한 저소득 가구뿐만 아니라 △자영업자△프리랜서△특수형태고용노동자* 등도 긴급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긴급복지지원법의 일부를 개정했습니다. 또한 모든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했는데요. 긴급복지지원과 긴급재난지원금이 무엇인가요?

긴급복지지원은 생계곤란 등의 위기상황으로 도움이 필요한 국민에게 현금이나 현물을 지원해 이들이 어려움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것을 말합니다. 중위소득 75% 이하와 같이 정부가 선정한 기준에 부합한 경우 지급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코로나19로 생계가 어려워진 일부 국민이 활용할 수 있는 정부의 복지정책 일환이라 할 수 있죠.
반면 지난달 11일부터 정부는 모든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했습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등 경제적 타격을 입은 국민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죠.

Q1-1. 긴급재난지원금은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의 시행이었는데, 보편적 복지가 무엇이며 대표적으로 어떤 것이 있나요?

보편적 복지란 소득수준에 상관없는 전 국민 대상 복지정책을 일컫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시행된 긴급재난지원금이나 초·중·고등학교 무상급식 같은 제도가 이에 해당되죠. 이른바 선진복지국가로 분류되는 일부 서·북유럽에선 대학 등록금까지 정부에서 지원하는 전면 무상교육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Q2. 우리나라에서도 건강보험제도와 같은 보편적 복지정책이 일부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보편적 복지정책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코로나19 사태로 건강보험제도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보편적 의료시스템이 상대적으로 잘 갖춰져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특히 의료 민영화를 시행 중인 미국과 비교해 보면 그 격차는 상당합니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전 세계의 방역모델 국가로 거론되고 있는 것도 분명합니다. 이는 신자유주의 체제에 익숙한 우리나라에 보편적 복지의 중요성을 각인시킬 기회가 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합니다. 여기서 조심스럽단 표현을 쓴 이유는 특정한 △국민성향△고유가치△문화는 시간이 지나도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Q3. 일반적으로 선별적 복지를 보편적 복지와 대비되는 개념이라고 합니다. 선별적 복지는 무엇이며 보편적 복지와 어떤 차이점을 가지나요?

전 국민을 상대로 시행되는 보편적 복지와 달리 선별적 복지는 도움이 필요한 사회계층에만 정책이 적용됩니다. 우리나라 복지정책의 경우 대부분 선별적 복지제도에 해당합니다. 대표적 사례가 국가장학금입니다. 정부가 제시한 소득하위 기준에 부합하는 경우에만 지원을 받을 수 있죠. 이는 영미주의 국가에서 발견되는 ‘신자유주의’ 복지체제인데, 복지보다 시장의 자율성을 우선시합니다. 우리나라도 이를 채택한다고 볼 수 있죠.

Q3-1. 보편적 복지는 예방 차원의 복지이며 선별적 복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형평성이 높지만 효율성은 떨어진단 지적이 있습니다. 선별적 복지 또한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사회 계층 간 갈등을 유발한단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 중 어떤 것을 지향해야 할까요?

상당히 어려운 질문입니다. 사회적 효율성과 형평성 중 무엇이 먼저인가는 정치철학뿐만 아니라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국민의 성향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어떤 쪽이 우리에게 유리하더라도 국민이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입니다. 따라서 복지정책을 설계하고 해법을 찾아가는 것이 정책 입안자의 근원적 과제입니다. 결과적으로 사회적 효율성이냐 사회적 형평성이냐의 문제는 우선순위와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Q4.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은 기본소득의 실험적 모델이란 의견이 많습니다. 기본소득이 정확히 무엇이며 새로운 복지 정책으로 떠오르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기본소득이란 노동의 대가 없이 정부가 일정 수준의 소득을 보장해 주는 것입니다. 국민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재원을 확보하도록 함으로써 기본권 중의 하나인 ‘행복추구권’을 보장합니다. 에스핑 엔더슨(Gøsta Esping-Andersen) 사회복지학자는 이 개념을 이용해 인간의 ‘탈 상품화’를 기준으로 복지국가 유형을 분류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탈 상품화가 높을수록 복지선진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가치를 돈으로 평가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선 아무리 민주주의 체제를 갖춘 나라여도 ‘인간의 존엄’에 기반한 건강한 공동체를 실현할 수 없단 것입니다.
민주사회가 지향하는 ‘자유’와 ‘평등’을 시스템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선 시장의 기능에만 의존해선 안 됩니다. 개인의 기본 생활환경 조성을 위한 정부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따라서 껍데기만 민주주의인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과 불합리한 시스템을 타파하는 데 있어 기본소득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Q5. 2017년 1월 핀란드는 전 세계 최초로 중앙정부 차원의 기본소득 정책 실험이 시행됐습니다. 또한 북유럽권 국가에서도 기본소득 도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핀란드의 기본소득 도입 후 실제 성과는 어땠으며 이로 인한 사회적 효과는 무엇이었나요?

정치적 철학을 달리한 보수와 진보 사이에 이 정책을 둘러싼 많은 논쟁이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핀란드의 기본소득 정책은 실험집단의 노동의욕을 고취시켰단 것입니다. 또한 실업률을 일정부분 개선하고 삶의 만족도를 향상시켰습니다. 그러나 실험 자체의 여러 한계성과 그 결과에 대한 신뢰성 문제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Q5-1. 핀란드에선 기본소득이 시행과 함께 탈 근로와 같은 복지정책 역이용 사례에 대한 지적도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핀란드는 어떤 해결방안을 제시했나요?

바로 이 부분이 앞서 말한 실험의 한계를 가져온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핀란드는 실험 기간 도중 기본소득을 받는 동시에 ‘근로의무’를 강화하는 정책을 내놨습니다. 따라서 순수하게 기본소득으로 인해 노동 의욕이 고취됐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실험이 다 끝난 후 이 같은 해결방안을 내놓았으면 여러모로 좋았으리란 아쉬움이 남습니다.

Q6. 일각에선 기본소득이 기존 복지체제를 위협할 수 있단 우려를 표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선진복지국가의 역사를 보면 이는 당연한 우려입니다. ‘인간상품화’가 심한 영국과 미국도 복지국가 유형에 포함돼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무너진 사회시스템을 재건하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보편적 복지제도를 구축했기 때문이죠. 영국의 ‘요람에서 무덤까지(From Cradle to Grave)’와 미국의 ‘위대한 사회(Great Society)’가 20세기 중반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영국과 미국은 국가채무증가와 저성장의 늪에 허덕이게 됩니다. 이에 1970년대 들어 영국의 대처 수상과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신자유주의’ 기조를 들고나왔습니다. 또한 보편적 복지제도를 대폭 축소하며 친시장적 정책을 펴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는 실효성 있는 복지정책도 운영방식에 따라 기존 복지체제 전반을 위협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Q7. 현재 우리나라는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 중 어떤 복지 위주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나요? 또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복지의 방향은 무엇인가요?

우리나라는 국가발전 단계상 선진복지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실제로 이번 해에 들어서 △경제△사회△정치 등 여러 면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선진국이란 말은 ‘스스로 가장 첨단을 달리고 있는 국가’란 뜻이기에 우리나라만의 방식을 찾아가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복지발전 역사를 보면 경제성장기엔 독일의 ‘비스마르크식’, 민주화기엔 스웨덴의 ‘공동체주의’나 영미식 ‘친시장주의’를 들여왔습니다. 우왕좌왕하다 시간과 재정을 낭비한 것입니다. 우리의 역사를 기반으로 형성된 고유한 가치와 문화를 고민하는 시간이 부족했던 것이죠.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의 고유한 복지체제발전 자체만 놓고 보면 ‘유아기’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현재는 선별적 또는 보편적 복지 중 어떤 성격을 띠는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다른 나라의 복지체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닌 우리나라식을 찾고 나아가 아시아 복지 모델을 고민해야 합니다. 또한 이에 기반한 다양한 복지정책을 개발해야 할 시점이라 봅니다.

*특수형태고용노동자: 회사와 근로계약이 아니라 독립사업자(자영업자)로서 계약을 맺는 근로자


최민선 기자 99minsun@hufs.ac.kr

 

최민선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추천 0 비추천 0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기획 심층 국제 사회 학술

포토뉴스 더보기

기부뉴스 더보기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