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조기 퇴사, “MZ세대라서”가 아니다

등록일 2025년09월17일 23시57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기사글축소 기사글확대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이번 해 하반기 공개 채용이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기업은 채용 과정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지만 신입사원의 조기 퇴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청년이 입사 후 1년이 채 되기도 전에 회사를 관두는 경우가 늘면서 기업과 청년 모두가 어려움을 겪는다. 본 기사를 통해 △신입 퇴사 및 이직 현황△높은 퇴사율의 원인△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살펴보자.

 

 

◆신입 퇴사 및 이직 현황

퇴사와 이직을 이행하는 비율은 20대 청년층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지난 6월 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일자리 이동 통계 결과’에 따르면 일자리 이동률은 29세 이하가 21.1%로 가장 높았다. 이는 △30대(15.6%)△40대(13.1%)△50대(13.7%)△60대(14.1%)에 비해 높은 수치이다. 또 지난 5월 구인 및 구직 사이트 인크루트(Incruit)에서 인사 담당자 446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조기 퇴사한 신입사원의 평균 근속 기간은 △1~3년(60.9%)△4개월~1년 미만(32.9%)△3개월 이하(6.3%)로 집계됐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퇴준생’과 ‘중고 신입’ 등의 새로운 키워드(Keyword)도 등장했다. 국립국어원 우리말샘에 따르면 퇴준생은 직장에 다니며 창업이나 이직을 위해 준비를 하는 사람으로 퇴사 준비생의 준말이다. 한편 중고 신입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곳에 신입으로 입사한 사람을 뜻한다. 이 같은 단어의 등장을 통해 퇴사와 이직이 청년 고용 시장에서 흔해졌음을 알 수 있다.

 

청년의 조기 퇴사 및 이직은 청년과 기업 모두에게 큰 문제를 안긴다. 먼저 청년 구직자의 입장에선 중고 신입의 유입으로 무경력자의 경쟁 부담감이 커진다. 20대의 이직은 개인에겐 정체성 탐색 과정일 수 있지만 집단적 측면에선 무경력 지원자에게 불리한 현상이다. 실제로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이 실시한 ‘2025년 상반기 주요 대기업 대학 졸업자(이하 대졸) 신규 채용 계획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대졸 신규 입사자 중 28.9%는 이미 관련 경력이 있었다. 박용민 한경협 경제조사팀장은 “경기가 둔화하고 통상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기업들이 신속히 성과를 낼 수 있는 실무 경험을 가진 인재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채용 전반에서 경력 있는 인재를 우대하는 분위기가 다소 우세하다”고 분석했다.

 

회사 차원에선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손실을 야기한다. 우선 채용 과정에 투자하는 요소에 비해 경제적 손실이 커진다. 예컨대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의 ‘2023년 하반기 기업 채용 동향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 10개 중 7개 이상이 신규 입사자의 조기 퇴사로 인한 손실 비용이 1인당 2천만 원 이상이라고 밝혔다. 이는 △교육△업무△인수인계△채용 등에 들어간 비용을 모두 합친 금액이다. 또한 조기 퇴사는 조직 차원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앞서 언급한 인크루트 조사에 따르면 인사 담당자가 생각하는 조기 퇴사가 조직의 분위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10명 중 8명 이상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신규 채용 인력을 현장 프로젝트(Project)에 빨리 투입하기 위해 교육 및 적응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퇴사하는 경우가 발생할 시 인력 충원에 낭비가 심하다”고 밝혔다. 이어 “퇴사로 인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새롭게 채용하면 구인 및 면접에 시간이 소요되기에 그동안 대체 인력이 없어 업무에 차질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높은 퇴사율의 원인

한대신문에 따르면 청년 구직자 A 씨는 “모든 것을 청년세대의 탓으로 돌리지 말고 시스템 문제에 대해 돌아봐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청년이 새 일자리를 구하는 까닭은 단순히 청년세대의 개인주의적 성향뿐 아니라 사회 구조적 원인 또한 작용한다.

 

먼저 청년들은 구직 시 해당 직무에 대한 사전 파악이 미흡해 취업 후 예상과 다른 업무를 경험할 수 있다. 앞선 인크루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8.9%가 꼽은 조기 퇴사의 가장 큰 이유는 ‘직무 기대치와 실제 역할 간의 불일치’였다. 이는 청년의 개인적 사유와 더불어 지원자가 구직할 때 정보 입수에 어려움을 겪어 직무 이해도가 부족해 생길 수 있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2023년 청년 구직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 청년 구직 현황 및 일자리 인식 조사’에 따르면 정보 획득에 어려움이 있다는 응답이 10명 중 6명꼴로 가장 높게 집계됐다.

 

노동 가치관 차이나 기업과의 마찰 등 신입사원과 기업 간 문화 불일치로 인해 이직하는 경우도 나타났다. 한대신문에 따르면 21명의 청년 퇴사자의 인터뷰로 구성된 ‘회사가 괜찮으면 누가 퇴사해’를 지은 천주희 작가는 “사회적 감수성과 인권에 대한 인식이 과거에 비해 높아졌고 이는 일에서도 중요한 척도가 됐다”며 “반면 기성세대는 과거의 노동 윤리를 여전히 중요한 가치로 인식한다”고 전했다. 구인 및 구직 사이트 사람인의 지난 2022년 조사에 따르면 조직 문화 불만족으로 인한 퇴사는 3명 중 1명꼴을 기록했다. 대표적으론 불필요한 야근 강요가 있다. 한대신문에 따르면 청년 퇴사자 A 씨는 “애사심과 주인의식을 강조하는 회사 분위기에 주말 출근했지만 돌아오는 보상은 없었다”고 전했다. 또한 퇴사 예정자 B 씨는 “정시에 퇴근하라면서 일은 넘치게 주고 퇴근 직전에 일을 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 현상으로 인한 대기업 선호 현상도 청년 조기 퇴사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양극화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2년 기준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임금 수치는 우리나라가 58%인 데 반해 △독일(85%)△미국(65%)△영국(72%)△일본(74%)로 집계됐다. 이는 청년들이 취업난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성장 기회△복리후생△연봉△평판 등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조건이 좋은 대기업을 우선시함을 시사한다. 앞서 언급한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은 중소기업 취업을 피하는 이유로 △고용 불안정 우려△낮은 연봉△열악한 근로문화를 꼽았다. 이는 청년에게 임금뿐 아니라 복지와 안정성도 중요한 고려 요소임을 보여준다.

 

 

◆나아가야 할 방향

청년의 조기 퇴직은 단순히 책임감 없는 MZ세대의 특성으로 치부할 것이 아닌 기업과 사회 모두가 노력해야 할 범사회적인 문제이다.

 

먼저 채용 전과 후 각각의 과정에서 조기 퇴사를 방지할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채용 전엔 정보 격차를 줄임으로써 실무가 입사 전 예상이 달라 퇴사하는 경우를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취업 준비생에게 △잡코리아△잡플래닛(Jobplanet)△캐치(Catch) 등 기업 후기 데이터베이스(Database) 플랫폼(Platform)의 접근성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 한편 취업 후엔 온보딩(Onboarding)* 과정을 체계화해야 한다. 신입사원이 실무에 대해 만족할 수 있도록 해당 과정을 통해 입사 초기에 직무와 조직 문화 적응을 도와야 한다. 구체적으론 선배 직원과 멘토링(Mentoring)을 하거나 OJT 제도**를 시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하이브 엔터테인먼트(HYBE Entertainment)의 경우 온보딩 프로그램인 윈 투게더(Win Together)를 운영한다. 이를 통해 신입사원은 입사 직후 직속 직책자에게 조언을 받을 수 있으며 회사의 가치관인 ‘하이브 디엔에이(HYBE DNA)’를 익힐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신입사원의 적성에 맞는 직무를 맡을 수 있는 직무순환제***를 도입하여 이직률을 낮출 수 있다.

 

다음으로 기업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 기성세대와 청년세대 직원 간 세대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조직 내 원활한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 예컨대 기성세대 방식의 충성과 헌신을 요구하기보다 수평적 조직 문화를 도입해 워라밸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더불어 상사가 신입사원 세대의 특성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기업 내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할 수 있다. 일례로 LIG넥스원(Nex1)은 1990년대생이 대부분인 신입사원과 함께 ‘리버스(Reverse) 멘토링’을 진행했다. 이 활동은 경영 임원과 신입사원이 청년이 즐겨하는 취미 활동을 함께 하며 기성세대가 청년에게 멘토링을 받는 소통 프로그램이다. 또한 회사 내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상사의 부당 지시와 불합리한 업무 분배에 대한 내부 신고 시스템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 신입사원 정착화 및 복지 정책 지원 또한 필요하다. 일본에선 ‘유스에르(ユースエール) 인정제도’로 최근 3년간 신규 정규직의 이직률이 20% 이하인 중소기업을 인정하는 제도를 시행한다. 월간노동법률에 따르면 지난 2022년 4월 말 기준 900여 개의 기업이 인증을 받았다. 인정받은 기업은 신입사원 채용과 육성이 적극적임을 홍보할 수 있었고 회사 지원자 수도 늘었다. 한편 앞서 제시한 온보딩 과정 체계화의 경우 중소기업은 예산 부족으로 시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조기 퇴사 사전 예방의 차원에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한편 매일일보에 따르면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대기업과의 대등한 거래 관계를 위한 여건 조성△대기업의 수익 일부 분배△중소기업의 교섭력 향상 등의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매일일보에 따르면 한정화 한양대학교 명예교수는 “중소기업 임금이 낮은 이유 중 하나가 근속 기간이 짧기 때문이다”며 “장기 근무를 하면 혜택을 많이 받도록 지원해 주고 대기업과 복지 격차를 줄이기 위해 △교육△보육△주거 등에 공공재를 투입해 과감하게 보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의 조기 퇴사 문제는 사회 구조적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기업은 신입사원의 적응을 지원하는 문화를 마련하고 정부는 구직자와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여 청년에게 실질적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통해 청년이 안정적으로 경력을 쌓고 기업은 인재 손실을 줄일 수 있는 상생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온보딩(Onboarding) 과정: 신규 입사자가 조직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과정

**OJT 제도: On the Job Training의 준말로 직무 현장에서 실무를 수행하며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배우는 교육 방식

***직무순환제: 직원들이 조직 내에서 일정 기간 서로 다른 △기능△부서△직무를 체계적으로 이동하는 인적 자원 관리 제도

 

 

송주원 기자 11juwon@hufs.ac.kr

송주원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추천 0 비추천 0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기획 심층 국제 사회 학술

포토뉴스 더보기

기부뉴스 더보기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