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4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통과됐다. 행정통합은 인접한 지방자치단체를 하나의 행정 단위로 묶어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높이고 지역 균형 발전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지방 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긍정적인 시도로 평가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행정통합이 실질적인 지방 인구 감소 및 지역 격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 또한 존재한다. 이와 관련해 행정통합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이어온 최창수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 아테네 교양학부 학부장 교수와 함께 알아보자.
Q1. 최근 전남·광주 행정통합 특별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지방 행정통합 논의가 다시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방 행정통합의 흐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지방 행정통합은 수도권 대비 비수도권의 불균형 및 인구 소멸 문제를 고려할 때 필연적인 흐름입니다.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곧 지방정부의 재정 자립도를 지탱하는 지방세수 기반이 붕괴됨을 의미합니다. 현재 대다수 농촌 지역의 자체 수입으로는 필요 예산의 절반도 충당하지 못합니다. 인구가 줄어들어도 지방정부가 유지해야 할 기본적인 행정업무는 그대로이며 세금을 낼 청년들은 타지역으로 빠져나가고 남은 고령층은 면세 대상인 경우가 많아 막대한 비효율이 발생하게 됩니다. 결국 행정통합을 통해 경제 규모를 키워 지역 경제의 효율성을 도모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입니다.
Q2. 현재 논의되는 행정통합이 과거의 통합 시도들과 비교했을 때 가지는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차이는 통합의 단위와 중앙정부의 지원 방식입니다. 지난 2010년 당시 추진됐던 마산·창원·진해 지역 통합은 시·군·구라는 기초자치단체 중심의 융합이었고 행정 효율성 극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반면 현재 추진되고 있는 통합은 도 단위의 광역 경제권 형성이 중요한 목표입니다. 또한 지원 규모 면에서도 차이가 큽니다. 과거에는 단순히 행정구역을 합치는 데 그쳤지만 현재는 합쳐진 통합 지자체에 4년간 약 20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재정 지원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주특별자치도의 행정구역 통합 사례처럼 지역 특성에 맞는 발전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하는 행정 특례를 부여해 지자체가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예산 사용 및 정책 추진의 자율성을 상당한 수준으로 보장한다는 점이 핵심적인 차이입니다.
Q3. 통과된 통합 논의가 존재하는 반면 대전·충남과 대구·경북과 같은 일부 지역에서는 논의가 사실상 중단된 상황입니다. 지역별로 행정통합 특별법이 반려되거나 정체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복잡한 정치적 이해관계가 문제점으로 지적됩니다. 중앙정부 입장에서는 광주·전남뿐만 아니라 대전·충남 및 대구·경북까지 모두 통합될 경우 매년 수십조 원에 달하는 추가 재정을 감당해야 하는 큰 부담이 존재합니다. 또한 행정구역이 하나로 합쳐질 경우 시·도지사와 같은 선출직 고위 공직자의 자리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 또한 문제입니다. 기초의원들과 달리 단체장들 입장에선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하는 상황이므로 겉으로는 통합에 찬성하면서도 실제 이행 단계에서는 이해관계의 충돌로 인해 동력이 약화되는 양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Q3-1. 각 지역의 행정통합 논의가 재추진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지방자치단체와 정치권은 단기적인 선거 공약 제시를 중단하거나 기득권을 내려놓고 통합이 가져올 거시적인 지역 발전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합니다. 지역사회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막대한 정부 지원금이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구체적인 비전을 해당 지역 주민에게 명확히 설명하고 공감대를 형성해야만 위에서부터의 하향식 통합이 아닌 아래로부터의 추진력을 얻어 국회 특별법 통과를 압박할 수 있습니다.
Q4. 행정통합이 가져올 실질적인 이점과 기대 효과는 무엇인가요?
가장 큰 이점은 자원 배분의 효율성 제고와 광역 경제권 형성입니다. 행정구역이 분리됐을 때 불필요하게 중복되던 인프라 투자 비용을 줄일 수 있고 행정서비스 공급 비용을 낮출 수 있습니다. 또한 광역 단위의 큰 틀에서 산업단지를 조성하거나 기업을 유치할 수 있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수월해집니다. 이는 결국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 내 총생산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토대가 됩니다.
Q5. 서로 다른 행정 체계와 이해관계를 가진 지자체들이 통합 이후 하나의 지역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단순한 행정 구역의 통합을 넘어선 실질적인 재정 분권이 필수적입니다. 권한을 이양받더라도 예산이 뒤따르지 않으면 반쪽짜리 자치에 불과하기 때문에 통합 지자체가 독자적인 사업을 추진하려면 재정에 대한 자율성이 어느 정도 보장돼야 합니다. 재정적 자율성이 일정 수준 담보돼야 통합된 지역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행정 서비스와 발전 전략을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습니다.
Q6. 학계에서는 지방소멸의 주요 원인으로 인구 감소뿐 아니라 취업 등으로 인한 청년층의 수도권 이동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행정통합이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완화하는 데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십니까?
행정통합 자체가 인구 감소를 즉각적으로 막을 수는 없지만 청년층 유출을 완화하는 방파제 역할은 할 수 있습니다. 광역화된 행정 체계와 풍부해진 재정 지원을 바탕으로 지역 내 산업을 활성화한다면 청년들이 체감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자생력을 갖춘 광역 경제권이 형성되면 수도권으로 향하던 청년들의 걸음을 지역 내로 유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Q7. 통합 이후 특정 중심 도시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현재 도시 쏠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중앙정부가 광역 교통망 연계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행정구역이 넓어짐에 따라 주변부 지역 주민들이 중심지나 다른 권역으로 이동하는 데 제약이 생기면 지역 내부에서 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중교통망을 촘촘히 연결하고 도로 등 물리적 인프라를 개선해 권역 내 물자와 인력의 이동을 원활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동의 장벽을 낮춰야 인구나 자원이 중심 도시에만 과도하게 쏠리는 현상을 방지하고 통합 지역 전체가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Q8. 마지막으로 행정통합이 지방소멸 대응 전략으로서 실효성을 갖기 위해 선행돼야 할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우리 사회 전반의 인식 전환이 가장 시급합니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중앙집권 체제를 유지해 왔으며 형평성과 평등을 극도로 중시하는 정서가 강합니다.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는 지역 간의 차이를 어느 정도 인정하는 데에서 출발합니다. 재정 분권을 시행하면 부유한 지자체와 그렇지 않은 지자체 간의 제정 격차에 따른 수평적 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다는 분권의 딜레마**로 인해 분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각 지역이 스스로 책임을 지고 자율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수용하는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행정통합도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규모의 경제: 생산 규모가 커질수록 제품 하나를 만드는 데 드는 평균 비용이 낮아져 이익이 증대되는 현상.
**분권의 딜레마: 지방분권이 자율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지역 간 격차를 심화시켜 형평성을 저해할 수 있는 이중적 현상.
강수현 기자 12soohyeo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