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엔 △브라질△볼 리비아△콜롬비아 등남 아메리카 국가 대부분에 서 마약과 청부 살인이 만연했다. 마약 카르텔은 마약 밀매를 통해 큰 경제적 이득을 취했고 이내 공권력을 넘보는 정도까지 이르렀다. 공권력이 무너지고 사법 체계가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없게 되자 마약 카르텔의 행위가 곧 법이 되는 무법 사회가 됐다. 콜롬비아의 작가 ‘페르 난도 바예호(이하 바예호)’ 는 1994년 발간된 책 ‘청부 살인자의 성모’를 통해 당시 마약 카르텔이 득세하며 무차별 폭력과 살인이 난무하던 콜롬비아의 사회상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바예호는 1942년 콜롬비아 메데인(Medellín)에서 태어나 콜롬비아 국립대학교(Universidad Nacional de Colombia)를 졸업했다. 이후 유럽으로 건너가 이탈리아에서 영화를 공부하고 1971년부터 멕시코에서 생활하다가 2018년에 콜롬비아로 되돌아오며 47년간의 자발적 망명 생활을 마쳤다.
소설의 주인공 ‘페르난도’의 모습은 긴 시간 동안 망명 생활을 한 이후 귀국한 바예호의 모습과 닮았다. 페르난도는 외국에서 생활하다 콜롬비아 사회가 나아졌을 거란 희망을 품고 30년 만 에 메데인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고국은 여전히 마약 카르텔이 권력을 장악한 채였고 사람들은 특별한 이유 없이 총격을 받으며 죽어 나가고 있었다. 이에 페르난도의 희망은 산산이 깨진다. 페르난도는 메데인에서 ‘알렉시스’란 청년을 소개 받아 그를 사랑하게 된다. 알렉시스는 특별한 이유 없이 사람에게 총격을 가하는 젊은 청부 살인자였다. 그러나 알렉시스 역시 모터사이클을 타고 다니던 청부 살인업자에게 갑작스레 살해당한다. 이후로도 메데인은 폭력과 살해가 난무하는 모습을 유지한다. 결국 소설은 페르난도가 메데인에서의 생활에 허무감을 느끼며 목적지도 정하지 않은 채 아무 버스에나 탑승하고 도시를 떠나는 것 으로 마무리된다.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이 소설은 바예호가 마약 카르텔이 판치 던 1990년대 콜롬비아 사회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단 데에 의미가 있다. 실제 마약 카르텔의 용어를 사용해 독자가 콜롬비아 사회의 비극성에 깊이 이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런 이야기 진행과 표현 방식을 통해 공권력이 무너진 무법 사회의 위험성 을 효과적으로 고발한다. 또 한 가지 특이한 장면은 이유 없는 살인을 일삼는 젊은이들이 성모 마리아를 섬기며 신실히 기도하는 모습이다. 살인 장면과 성모 마리아를 섬기는 장면이 번갈아 나오며 콜롬비아 사회의 모순이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청부 살인자의 성모를 읽으며 마약 카르텔이 권력을 잡은 사회의 잔인함과 심각성을 생각해보기 바란다.
장래산 기자 03raesa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