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의 시간이 흐른 이태원 참사, 앞으로의 안전한 청년들의 모임을 위해

등록일 2024년11월20일 16시3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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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이태원에서 일어난 참사는 많은 이들에게 충격과 슬픔을 안겨줬으며 특히 청년층의 모임과 안전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사건은 단순한 사고를 넘어서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장소의 안전 문제와 그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재고시켰다. 그러나 2주기를 맞이한 지금 추모의 열기는 높아진 반면 사건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 분석과 재발 방지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 마련엔 무관심한 실정이다. 이에 △이태원 참사와 다중 밀집 시설에서의 청년 안전 문제△다중 밀집 시설 사고의 특성과 원인 분석△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이태원 참사와 다중 밀집 시설에서의 청년 안전 문제

지난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에서 열린 핼러윈(Halloween) 축제 도중 발생한 압사 사고로 159명의 소중한 생명이 희생됐다. 희생자 중 상당수는 우리학교 학생들과 같은 청년들이었다. 이 비극적인 사건은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상황에서의 안전 관리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웠다. 이태원 참사 2주기를 맞이해 지난 12일 우리학교 생활자치도서관은 유가족 간담회를 공동 주최했다. 해당 간담회에서 우리학교 생활자치도서관은 그날의 아픔을 기억함과 더불어 참사가 재발하는 상황을 막기 위한 구조적 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구체적인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은 지금 어느 때보다도 밀집 사고에 대한 안전 문제 재조명이 필요한 시기다.  청년들은 여전히 이태원이나 성수동과 같은 이른바 ‘핫 플레이스(Hot place)’에서 모임을 갖고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하고자 한다. 그러나 2년 전의 이태원 참사로 인해 드러난 안전 문제는 이들의 마음속에 모임에 대한 거부감과 우려를 남겼다. 이에 대해 박윤서(LT 22) 씨는 “이태원 압사 사고 이후로 대규모 행사나 모임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친구들이 많아졌다”며 “당시의 참사에 대한 충격으로 친구들과 대규모의 공간에서 모임을 갖는 것 자체를 꺼리거나 두려워하는 경향이 커지면서 학생들이 사회적 활동을 줄이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다중 밀집 시설 사고는 과거에도 다수 발생한 이력이 있다. 대표적으로 2003년 대구에서 발생했던 지하철 화재 사건은 내부의 불길이 급속히 번지며 192명의 사상자와 151명의 부상자를 낳은 역대 최악의 지하철 화재 사고로 회자된다. 당시 열차엔 다수의 승객들이 밀집된 상태였기에 대피가 어려웠고 이로 인해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연기와 화염이 번져 많은 승객들이 탈출하지 못했던 점이 피해 확산의 원인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다중 밀집 시설에서의 안전사고는 반복되는 문제지만 사건에 대한 추모와 분쟁은 지속되는 반면 구체적인 문제 분석 및 해결책 모색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다중 밀집 시설 사고의 특성과 원인 분석    

이태원 압사 사고는 다양한 행위자가 관여했던 행사에서 벌어졌기에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이와 같이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초래된 사고이므로 이 참사에 대해선 보다 다각적인 접근을 통한 철저한 원인 규명이 필요하다.

 

당시 이태원 핼러윈 행사와 같은 대규모 행사에선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행동하다 보니 개개인의 대처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 이는 밀집된 인파 속에서 개인들이 신속하고 효과적인 판단을 내리기 어렵게 만든다. 이러한 상황에서 안전을 확보하려면 발생 가능한 사고에 대한 충분한 준비와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첫 번째로 행정안전부와 같은 안전 관리 기관의 대비 미흡을 지적할 수 있다. 이태원 핼러윈 행사는 대규모 행사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안전 관리에 필요한 인력을 충분히 배치하지 않았다. 특히 행사에 대한 동향을 파악하고 실시간 위험성을 알려주는 정보관은 단 한 명도 배치되지 않았다. 잔존하는 경찰 인력들마저도 마약 사건에 대한 경계로 군중 통제에 집중할 수 없었다. 이로 인해 충분한 거리 통제가 벌어지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으며 사고 발생 직후 상황이 악화됐을 때 적절한 대처가 어려워져 피해 규모가 가중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대규모 행사 안전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인파가 예상되는 행사에 대해선 반드시 안전 관리 인력을 배치해야 하며 그 수는 행사 규모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고 명시돼 있으나 이날 안전 관리 기관은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 

 

더불어 사전 준비 단계에서도 안전 관리 기관은 집단 모임에서의 사고 발생 시 즉각적인 대응을 위한 비상 대처 교육을 철저히 진행하지 못했다. 교육부는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이론 중심의 형식적 안전교육을 체험형 안전교육으로 개선하겠다”며 안전 교육 종합 대책을 발표하고 그 다음해 ‘학교 안전교육 7대 표준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 표준안엔 축제나 집회에서의 인파 밀집으로 인한 사고 예방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었다. 지난 2015년 교육과정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개설한 ‘안전한 생활’ 과목에서도 축제 인파 밀집 사고에 대한 내용은 빠져 있었다. 이로 인해 사전 준비 단계에서의 비상 대처 교육 역시 미흡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국가의 법적 규제 미흡 역시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대규모 행사에 대한 안전 규제와 법적 기준이 부족하다 보니 행사 주최자들이 안전 관리 의무를 소홀히 하게 됐고 이는 감독 부실로 이어져 사고를 초래했다. 한겨레에서 취합한 2015년 경찰청 발주 연구용역에서 이러한 자발적인 행사에서 혼잡 경비의 안전 관리 계획을 수립할 법적 근거가 없단 문제점이 이미 제기됐으나 입법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고 발생 이후에도 안전 관리 계획을 수립하는 관리자들에 대한 충분한 법적 제재가 이루어지지 않는 현 실정은 앞으로도 유사한 사건이 반복될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나아가야 할 방향

이태원 압사 사고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선 집단 밀집 시설에서의 청년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주체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일차적으로 안전 기관들은 집단 밀집 시설에서의 안전 관리를 위해 지역 사회와 협력해 인력을 충분히 배치하고 사전 안전 점검을 철저히 진행해야 한다.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차종호 호원대학교 소방안전학과 교수는 “주최자가 없거나 매뉴얼(Manual)이 없다고 해서 정부가 국민의 안전을 방관해선 안 된다”며 “모든 상황이 매뉴얼에 의해 진행되는 것은 아니며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행사에 대해선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의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통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모범 사례로서 제주특별자치도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 14일에 도심 번화가의 인파밀집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합동 현장안전관리에 나섰다. △경찰△소방△행정 주체 모두 시험 종료 후 번화가에 수험생들이 집중될 것을 예상해 합동으로 현장 관리를 진행해 단계별 대응 준비를 마쳤다. 매년 부산에서 열리는 대규모 행사인 ‘부산 불꽃놀이 축제’에선 사전 안전 점검을 철저히 진행함과 더불어 인파 통제를 위해 안전 관리 인력이 충분히 배치된 덕분에 인파가 몰리는 상황에서도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위와 같은 사례들은 철저한 사전 준비와 안전 관리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또한 안전 관리 기관과 지역 사회에선 집단 밀집 시설에서의 사고 발생 시 즉각적인 대응이 이뤄질 수 있도록 비상 대처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에선 참사 이후 중구 리라아트고등학교 체육교사와 학생들이 제작한 ‘학생용 군중 밀집지역 안전사고 예방 교육 동영상’을 오는 28일 관내 전체 학교에 보급해 사고 발생 상황에서의 대처 요령을 숙지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그러나 보다 효과적인 교육을 위해선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한 실습이 포함돼야 하며 청년들이 위기 상황에서 적절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대비할 필요가 있다.

 

국가 차원에선 대규모 행사에 대한 법적 규제를 강화하고 행사 주최자에 대한 감독을 철저히 진행해야 한다. 상술햇듯 대규모 행사 안전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인파가 예상되는 행사에선 반드시 안전 관리 인력을 배치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법적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 재난정보 분야 전문가인 이연 한국재난정보미디어포럼 회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경우 2001년 7월 21일 효고현 아카시시불꽃축제 때 11명이 압사하고 183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한 것을 계기로 법을 대폭 개정했다”며 “우리나라 역시 대규모의 행사가 있는 경우 혼잡경비를 위한 인파관리시스템을 별도로 도입하는 것은 물론 이를 공고히 할 법을 체계화함으로써 질서를 유지하고 시민 안전을 확보해야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경각심을 기반으로 집단 밀집 시설에서의 안전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대학 및 청년 단체는 정기적으로 이태원 참사를 비롯한 집단 밀집 사고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이에 대해 청년들이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안전 캠페인을 통해 청년들 스스로 안전 수칙을 인식하고 실천하는 문화를 조성할 수 있다. 이러한 캠페인은 안전에 대한 인식을 증대시킴으로써 청년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사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주체로서 청년은 자신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에도 중요한 구성원이기에 이들의 안전은 사회 전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들의 안전을 위해선 청년들 스스로가 밀집 지역에서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학교와 지역 사회가 이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다각적인 면에서 협력해야 한다. 집단 밀집 시설에서의 안전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은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과거의 안타까운 사고들에 대한 사회의 응답이고 미래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예방의 초석이며 지금 우리 모두에게 놓인 무겁지만 필연적인 책임이다.

 

 

이병찬 기자 08byeongcha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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