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재학생 익명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에 우리학교 학점 백분위 환산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글이 게시됐다. 우리학교의 학점 백분위 환산방식이 타 대학과 달라 학점이 3.8점 이상인 학생에게 불리하단 것이다. 절대평가로 인한 학점 인플레이션으로 최근 채용 시장에선 학점을 보지 않는 곳이 많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학점은 일부 기업과 대학원 진학 등에 중요하게 작용한다. △우리학교의 학점 백분위 환산방식△백분위 환산방식에 대한 반응△개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 타 대학과 비교한 우리학교의 학점 백분위 환산방식
우리학교는 4.5점 만점 학점 체계를 사용한다. 그러나 학점 백분위 환산 기준은 4.3 만점 학점 체계인 △경희대학교△서울대학교△연세대학교 등이 이용하는 환산방식인 ‘성적등급 및 평점 평균 환산기준표’다. 2014년 2학기부터 사용된 우리학교 학점 백분위 기준표에 따르면 △A+△A0△B+△B0△C+△C0 학점은 각각 △100△94△89△84△79점으로 환산된다. 반면 우리학교와 같이 4.5점 만점 학점 체제를 사용하는 △고려대학교△성균관대학교(이하 성균관대)△중앙대학교△한양대학교 등은 ‘{(평균 평점-1) * 40/3.5} + 60’(이하 타 대학 학점 환산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를 적용하면 △A+△A0△B+△B0△C+△C0 학점은 각각 △100△94.3△88.6△82.9△77.2점으로 환산된다. 학점이 4.4점일 경우 우리학교 학점 백분위 기준표와 타 대학 학점 환산식을 비교하면 백분위상 0.9점의 차이가 난다.
2019년 성균관대는 타 대학 학생에 비해 자교 학생이 학점 환산에서 불리하단 이유로 기존 학점 환산식 ‘{(평균 평점-2) * 12} + 70’을 타 대학 학점 환산식으로 변경했다. 성균관대 학사운영팀 관계자는 “성균관대는 타 대학에 비해 상대평가의 기준이 엄격한 편이고 이전에 사용했던 환산식 또한 불리한 편이었다”며 “학생의 취업 활동에 도움을 주고자 백분위 환산을 셋째 자리 반올림에서 둘째 자리 반올림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2014년 2학기부터 우리학교는 학점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해 현재의 환산방식으로 변경했다. 우리학교 학사종합지원센터(이하 학종지)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우리학교의 학점 백분위 환산은 3.8점 이상을 타 대학과 준하는 수준으로, 3.8점 이하를 타 대학보다 높은 점수로 변환했다고 한다. 즉 변경 당시엔 우리학교가 타 대학보다 학점 전 구간에서 유리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점차 학점 인플레이션이 안정되며 전체적인 성적이 낮아졌고 타 대학이 백분위 환산방식을 조정하며 우리학교 학생은 불리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 학점 백분위 환산방식에 대한 우리학교 학생들의 반응 현재 우리학교 학점 백분위 환산방식으로 고학점 학생은 타 대학에 비해 경쟁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여있다. 특히 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하는 등 학점 경쟁에 우위가 필요한 학생에게 이 같은 백분위 환산방식은 치명적이다. 이에 타 대학 학점 환산식으로의 변경에 동의하는 학생은 주로 학점이 높은 학생들이다. 일부 학생은 학교의 학점 관련 주무부처 및 총학생회에 환산방식을 변경하자고 건의하기도 했다. 이들은 학점이 낮은 학생은 재수강 등으로 학점을 올릴 수 있으나 학점이 높은 학생은 그런 방법이 없어 학점 환산식의 변경이 절실하단 입장이다. 대학원을 준비하는 휴학생 A 씨는 “학점 백분위 0.1점에 대학원 합격과 불합격이 나뉠 정도로 대학원 지원엔 학점 부담이 크다”며 “학점 백분위 환산방식을 변경하지 않는다면 대학원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에게 학점 관리와 낮은 학점 백분위 환산방식이란 이중고를 안기는 셈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수의 고학점 학생 편의를 위해 다수의 나머지 학생에 불이익을 주는 건 좋지 않단 의견도 존재한다. 현재 우리학교의 학점 백분위 환산방식과 타 대학 학점 환산식을 학점 3.8점 이하에 적용할 경우 우리학교 학생의 성적이 최대 5점 이상 유리한 구간이 존재한다. 이에 재학생 B 씨는 “학점이 3.8점 이하인 학생이 그 이상인 학생보다 많으며 재수강을 통해 학점을 올리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며 학점 백분위 환산방식에 반대했다.
이에 우리학교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이하 설캠 총학) ‘외대에게’는 “모든 학생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총학생회로선 타 대학 학점 백분위로의 개정을 학교 측에 요구하기에 다소 어려움이 있다”며 “관련 주무부처인 학사종합지원센터(이하 학종지) 및 학교 본부와 소통하며 타 대학 학점 환산식의 부분 소급 적용 등의 대안을 요구하겠다”란 입장을 밝혔다.
학종지 관계자는 “학점 3.8점 아래의 경우엔 여전히 우리학교가 타 대학보다 학점 백분위가 높은 상황이지만 20% 정도의 학점 3.8점 이상 학생이 느끼는 불리함은 충분히 이해한다”며 “모든 학생을 위해 학점 백분위 환산방식을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달 21일 우리학교 글로벌캠퍼스에서 이뤄진 총장과의 대화에서 김인철 우리학교 총장은 “우리학교가 타 대학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가지는 학점 백분위 환산 기준을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기에 기준을 즉시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 모두를 만족시킬 학점 백분위 환산방식을 위해 지난 4월 발표된 대학알리미의 ‘2021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대학이 비대면 시험과 학생 자퇴 방지를 위해 절대평가를 도입하며 평균 학점은 크게 높아졌다. 전문대학 133개교의 지난해와 이번 해 졸업자의 학점을 비교 분석한 결과 이번 해 졸업자 중 학점 백분위 80점 이상을 취득한 학생 비율은 4.3%p 상승했다. 우리학교의 경우 지난해 졸업자의 평균 학점은 89.15점인데 반해 이번 해 졸업자의 평균 학점은 89.16점이다. 2019년엔 89.42점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발생 전보다 현재의 졸업 성적은 더 낮아졌다. A 씨는 “코로나19 이후 많은 대학의 졸업 평균 학점은 상승했음에도 우리학교는 지난해와 비슷한데 여기에 학점 백분위마저 타 대학보다 불리하게 적용하고 있다”며 학교의 변화를 촉구했다. 박수은(사회·행정 19) 씨는 “모든 학생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학점 백분위 환산방식을 변경한다면 이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학교보다 학점 전 구간에서 백분위가 유리한 곳은 최근 환산방식을 변경한 서울시립대학교(이하 시립대)다. 시립대는 지난 4월 29일 성적등급 및 평점 평균 환산기준표를 개정했다. 시립대 교무팀 관계자는 “타 대학에 비해 자교 학생들이 학점 경쟁에서 불리하단 요구가 있어 최근 변경하게 됐다”고 밝혔다. 시립대의 환산방식은 우리학교의 학점 환산방식뿐만 아니라 타 대학 학점 환산식을 적용했을 때보다 높다. 우리학교의 학점 환산방식 및 타 대학 학점 환산방식과 비교하면 시립대의 환산방식은 백분위가 최대 1점까지 유리하다. 시립대의 환산방식을 적용하면 타 대학 학점 환산식을 적용했을 때 발생했던 학점 3.8점 이하의 학생에게 불리한 상황은 사라진다. 이에 설캠 총학은 학점 백분위 환산방식을 변경하는 과정엔 “변경 이후 우리학교 학생들의 백분위 점수 분포도와 변화 정도 파악이 필요하며 상대평가 의무화 제도 개선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타 대학의 이의 제기 또는 백분위 환산방식 일률화 등으로 변경 이후의 혼란 및 피해를 고려한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하겠다“며 ”양 캠퍼스 합동 학사제도협의회에 안건으로 상정해 학교 본부에 학점 백분위 환산방식 전면 재검토를 요청할 것이다”고 전했다. 글로벌캠퍼스 총학 ‘온(ON)’ 또한 “타 대학 학점 백분위 환산방식을 조사하며 더 나은 방안이 있는지 확인 중이다”며 “상대평가 평가 비율 조정 및 학점 분포 구간의 구조적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학종지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우리학교의 발전 및 교육학적 목적에 부합하는 제도가 수립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학점 백분위 환산방식은 우리학교 모든 학생을 위해 학생들 간 유불리가 발생하지 않는 방향으로 논의돼야 한다. 신속한 개정을 통해 학생 전체를 포용할 수 있는 학점 백분위 환산으로의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나윤 기자 02imyu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