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 속 진행된 밀라노 코르티나 올림픽, 바람직한 보편적 시청권을 맞이하기 위해선

등록일 2026년03월04일 19시1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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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Milano-Cortina 2026 Winter Olympics)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그러나 전 국민의 스포츠 대회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이번 올림픽은 무관심 속에 진행됐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이는 이번 올림픽 중계권을 한 방송사가 독점 중계하면서 벌어진 결과로 독점 중계에 대한 비판이 현재까지 이어진 가운데 보편적 시청권 침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 올림픽에 대한 여론△이번 올림픽의 문제점△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2026 밀라노 코르티나 올림픽 현황      

지난달 7일 전 세계가 주목하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이 개최됐다. 이번 올림픽 중계권은 기존 지상파 3사(△KBS△MBC△SBS)가 아닌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JTBC가 확보했다. 올림픽 중계권이란 올림픽 현장의 영상이나 음성을 촬영하고 기타 매체를 통해 방송 및 유통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매번 전 국민의 관심을 받았던 올림픽이었지만 이번 대회만큼은 그 말이 무색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실제로 시청률 조사 기관인 닐슨코리아(Nielsen Korea)에 따르면 올림픽 개막식 생중계 시청률은 1.8%를 기록했다. 같은 동계 올림픽 개막식인 2022 베이징(Beijing) 올림픽 시청률이 지상파 3사 합계 18%였던 점을 비교하면 확연히 낮은 수치다.  

 

광고계 역시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식었다. 광고업계 관계자 A 씨는 이데일리(Edaily)와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 등 메인스폰서를 제외하고는 올림픽 광고 집행을 꺼리는 분위기이다”라며 “중계 채널이 하나뿐인 상황에서 시차까지 겹쳐 광고 효율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낮아진 올림픽에 대한 관심은 현장에 있는 선수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데에도 한몫했다. 연합뉴스 TV와의 인터뷰에서 유승은 스노보드 여자 빅에어(Big Air) 선수는 동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루었지만 동시에 “이번 대회가 관심이 많이 없어졌단 이야기를 들었다”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 이번 올림픽의 문제점      

이처럼 무관심 속에 진행된 올림픽으로 인해 가장 문제가 된 것은 보편적 시청권의 침해다. 보편적 시청권이란 전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 스포츠 경기 및 행사를 대다수의 국민이 경제적 및 물리적 제약 없이 시청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권리를 뜻한다. 보편적 시청권 침해 문제의 주요 원인으로는 JTBC의 독점 중계를 꼽을 수 있다. 그동안 스포츠 행사 중계권은 지상파 3사의 연합체인 코리아풀(Korea Pool)이 공동 구매해 N분의 1로 비용을 지급해 왔다. 그러나 지난 2019년 JTBC가 지상파 3사를 제치고 이번 해부터 2032년까지 개최되는 동·하계 올림픽 중계권을 확보했고 지상파 3사를 상대로 확보한 중계권의 재판매를 시도했으나 지나치게 높은 중계권료를 제시하면서 협상은 결렬됐다.  

 

지난 2024 파리(Paris) 올림픽까지 지상파 3사는 서로 다른 경기들을 중계했을 뿐 아니라 하이라이트 영상을 제작하는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해 왔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이 중계 독점에 이어 △낮은 채널 접근성△적은 경기 선택권△제한적인 종목 수와 같은 요인이 더해지며 보편적 시청권이 침해됐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일례로 지난달 13일 금메달을 결정짓는 스노보드 결선 순간에 JTBC는 최가온 선수의 경기 대신 인기종목인 쇼트트랙 중계로 화면을 전환하면서 많은 시청자가 최가온 선수의 금메달 확정 순간에 함께 환호하지 못했다.  

 

중계권을 갖지 못한 방송사들의 소극적 보도 역시 문제가 됐다. 중계권이 없는 지상파 3사의 경우 올림픽 영상을 보도하는 데 제약이 많다. △경기장 내부 취재 불가△경기 종료 48시간 후부터 영상 사용 불가△제공된 영상으로 최대 3개의 뉴스 프로그램에만 사용 가능△JTBC가 의무 제공하는 4분 분량의 올림픽 영상으로만 뉴스 제작 등 세부 조건이 올림픽 속보 및 뉴스를 제대로 보도할 수 없게 만들었다. 올림픽 보도와 관련해 JTBC와 지상파 3사간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JTBC는 “지상파가 주장하는 취재 제약은 과거 지상파가 중계권을 독점했을 당시 비중계권사에 적용했던 규칙과 동일하며 이는 JTBC가 지난 15년간 감수해 온 방식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뉴스권 판매 방식에서도 JTBC는 비중계권 방송사들의 취재편의를 위해 AD카드** 2장 제공하는 것을 포함해 기존 지상파가 제한해 왔던 영상 제공량을 기존 9분에서 15분으로 확대할 뿐 아니라 지상파가 판매해 왔던 금액의 절반으로 뉴스권 금액을 제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JTBC는 “취재진의 현장 취재는 언론사의 의지에 달려 있다”라며 “과거 종편 뉴스채널 다수가 뉴스권을 구매하지 않고도 2개 이상의 팀을 파견했으며 이외에도 내부 제작을 통해 뉴스 보도량을 확대했다”라고 반박했다.  

 

보편적 시청권 침해 문제는 뉴미디어(New Media)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TV 방송은 JTBC가 맡았지만 뉴미디어에서는 네이버(Naver) 방송 플랫폼인 ‘치지직’에서 실시간 중계를 맡았다. 신생 플랫폼인 치지직에서 새롭게 경기 영상 생중계와 하이라이트 장면 영상을 제공하기 시작했지만 기존 유튜브(YouTube)로 올림픽 경기를 시청하는 것이 익숙한 시청자들에겐 한계로 나타났다는 지적이다. 미디어오늘이 보도한 한국방송협회 주최 세미나에서 강동수 MBC 스포츠 기획사업팀 부장은 “방송권뿐 아니라 뉴미디어 권리까지 특정 사업자에게 독점 권리를 주어 활성화 창구를 막은 것도 올림픽 분위기 조성 부진의 큰 원인이다”라며 “여러 사전 징후에도 불구하고 큰 문제가 발생돼야만 제도적 관심이 생기는 안이한 인식이 아쉽다”라고 전했다.  

 

이러한 방송사들의 중계 경쟁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본 사람은 시청자들이었다. 주간조선에 따르면 일부 누리 소통 매체에서는 ‘지상파에서 올림픽을 볼 수 없어 당혹스럽다’라는 글이 수천 개의 공감을 받았다. 올림픽 특수를 기대했던 요식업계 역시 ‘새벽 경기에도 단체 주문이 없고 평소보다 더 조용하다’라는 반응들이 커뮤니티 상에서 퍼지며 올림픽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나아가야 할 방향

올림픽 중계가 다양한 방송사들에 의해 고르게 방영되기 위해서는 특정 사업자 단위가 아닌 국가 단위의 확장된 코리아풀을 도입해야 할 필요가 있다. 코리아풀은 현재 지상파 3사에만 국한돼 있어 비중계권 방송사들이 올림픽 행사를 제한적으로 보도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코리아풀이 일종의 담합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앞선 세미나에서 심미선 순천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이하 심 교수)는 “대형 스포츠 행사는 국민의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고 사회적 활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문화적 공유 자산이다”라며 “코리아풀이 지상파 3사뿐만 아니라 향후엔 국내 다양한 미디어 사업자가 함께 참여하는 국가 단위의 확장된 발전 모델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이어 심 교수는 “스포츠 행사 중계를 원하는 국내 미디어 사업자들이 모두 참여할 길을 열되 IOC***와의 중계권 협상 창구는 단일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일례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사례를 앞서 겪었던 일본은 공영 방송사 NHK와 민영방송 5개사가 함께 공동 협상체인 재팬 컨소시엄(Japan Consortium)을 구성해 IOC와 협상 및 비용을 분담하고 있다. 이와 같은 해외 사례를 고려해 국가 단위의 공동 협력체를 구상할 필요가 있다.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으로는 법 제도의 개선이 있다. 보편적 시청권에 관해 현행 방송법에는 ‘올림픽과 같은 행사는 국민 전체 가구 수의 90% 이상이 시청할 수 있는 방송 수단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위 조건을 충족하는 OTT 기업이나 종편 채널이 올림픽을 중계하게 되더라도 별도의 가입 비용을 부담해야 하므로 실질적인 시청권이 보장됐다고 보기 어렵다. 그 때문에 방송법에 기재된 보편적 시청권에 ‘무료’조항이 추가된다면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 이번 사태는 중계 수익과 사적이익이라는 자본의 논리로만 접근한 결과다.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 높아진 중계권료를 일부 부담하며 △공동 소스 제공△무료 접근 패키지 제공△편성 다양성 준수 등 공적 의무 이행을 전제로 둔다면 독점 중계가 발생해도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선 세미나에서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최초 보편적 시청권 도입 시 제기됐던 문제가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고 여기까지 이른 것에는 정부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라며 “보편적 시청권은 낙도에 도달해야 하는 전기 서비스처럼 국가가 해야 하는 의무로 인식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올림픽은 단순 스포츠 경기가 아니라 한 세대가 그 시대를 기억하는 사회적 자산이다. 지나간 올림픽을 떠올리며 시대를 추억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논의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종합편성채널: 뉴스와 시사보도를 포함한 드라마 예능 등 여러 장르의 프로그램을 편성할 수 있는 채널.

**AD카드(Accreditation Card):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선수△임원△취재진△코치에게 발급되는 출입·권한 인증 카드.

***IOC(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 국제올림픽위원회. 올림픽을 주관하는 국제 기구.

 

 

이하은 기자 11haeu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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