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아Q정전> - 내 안의 아큐를 마주하다 -

등록일 2026년03월18일 14시5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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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魯迅)의 ‘아Q정전(阿Q正傳)’은 고등학교 시절 처음 접했던 중화민국 시대 근대 소설이다. 당시엔 청나라 말기 신해혁명(辛亥革命)이라는 굵직한 역사적 배경과 시대의 흐름과 그 속에서 무지몽매(無知蒙昧)*했던 당대 중국인들의 정신승리법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데 집중하며 읽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러나 3년이 훌쩍 지난 지금 대학생이 돼 이 책을 다시 펼쳤을 때 나는 뜻밖에도 끊임없이 자기합리화를 하는 주인공 아큐(阿Q)의 모습에서 부끄러운 내 얼굴을 발견하고 깊은 자기반성에 빠지게 됐다.

 

가끔 나는 학교생활이나 대인 관계에 있어 ‘내 말이 다 맞다’는 독단적인 생각에 빠지곤 했다. 그 때의 나는 갈등이 생겨도 내 잘못을 돌아보기보다는 상황을 내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해 버린 것이다. 소설 속 아큐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동네 건달들에게 일방적으로 얻어맞고 굴욕을 당하면서도 속으로는 “나는 자식에게 맞은 격이다. 세상 참 말세다”라며 스스로를 정신적 승리자로 둔갑시킨다. 자신의 무능과 패배를 직시하지 못하고 허황된 자기합리화로 진실을 덮어버리는 아큐의 우스꽝스러운 행태를 바라보며 그동안 ‘나의 이기적인 태도가 타인에게 얼마나 오만하고 답답하게 다가갔을까’ 하는 부끄러움과 후회가 밀려왔다.

 

또한 책 속의 아큐가 자신보다 약해 보이는 자들에게 화풀이하며 알량한 위안을 얻는 장면 역시 나에게 깊은 기시감을 안겨주었다. 아큐는 마을의 권력자인 조 씨 어른이나 가짜 양놈에게 뼈아픈 굴욕을 당한 후 힘없는 작은 여승의 볼을 꼬집고 조롱하면서 자신의 자존감을 회복하려고 한다. 이러한 아큐의 강약약강한 태도를 보며 나는 다시 한번 내가 맺어 온 관계의 방식과 태도를 돌아보게 됐다. 밖에서 겪은 스트레스와 힘듦을 혹시 나를 편하게 대해주는 가족에게 은연중에 짜증으로 표출한 적은 없었을까 스스로에게 묻게 됐다. 또한 내 부족함을 인정하기 싫어 스스로를 방어하고 감추려 했던 옹졸한 모습이 아큐의 행동과 겹쳐 보여 부끄러워졌다.

 

이러한 아큐의 지독한 자기합리화는 결국 비극적인 결말로 이어진다. 혁명당원으로 몰려 억울하게 사형장으로 끌려가는 마지막 순간조차 아큐는 자신의 삶을 뼈저리게 반성하기는커녕 “살다 보면 목이 잘릴 수도 있는 법이지”라며 또다시 현실을 도피하고 스스로를 위안해 버린다. 죽음의 문턱 앞에서도 현실을 외면하는 그의 참담한 모습을 보며 나 역시 서늘한 위기감을 느끼게 됐다. 만약 나 또한 자기합리화로 촘촘히 포장된 고집을 꺾지 않고 자기 중심의 좁은 생각에 사로잡혀 살아간다면 훗날 내 곁에 있는 진정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목을 축이지도 못할 만큼 단절되고 고립된 사이가 돼버리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었다.

 

결국 ‘아큐정전’이 시사하는 바는 단순히 20세기 초 중국인들의 꽉 막힌 민족성을 조롱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루쉰의 날카로운 펜 끝은 시대를 넘어 오늘날 스스로를 기만하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향해 있다. 책을 덮으며 스스로에게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도 어느 순간 불편한 진실을 외면한 채 자신만의 정신승리로 현실을 도피한 적이 있지 아니한가.” 이 책을 다시 읽고 난 후부터 난 내 안의 아큐를 늘 경계하며 조금 더 솔직하고 겸허한 태도로 세상과 타인을 마주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이해봄 기자 11haebom@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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