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 노린 사이비 종교, 교묘한 유혹의 덫

등록일 2024년09월11일 18시41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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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이비 종교 단체가 청년층을 주요 표적으로 삼아 포교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이들은 대학가에서 활동하며 청년들에게 접근한 뒤 금전을 요구하거나 종교 세뇌를 시도하는 등 심각한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 또한 일부 피해자들은 성범죄와 사회적 고립 등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어 상황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기사를 통해 △청년층을 겨냥한 사이비 종교 문제 현황△포교 방식과 사이비 종교의 문제점△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청년층을 겨냥한 사이비 종교 문제 현황     

  새학기를 맞아 학생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며 이들을 겨냥한 사이비 종교의 포교 활동이 대학가를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다. 사이비 종교는 정상적인 종교와 유사한 겉모습으로 가장해 범죄행위를 저지르는 집단을 일컫는다. 이는 이단과 구분되는 개념이다. 이단은 기독교계에서 주로 쓰는 표현으로 정통 교리와는 다른 교리를 주장하는 종교 단체를 일컫는다. 반면 사이비 종교의 경우 기존 종교 또는 이단과 유사해 보이나 신앙 또는 예배를 목적으로 한 종교 단체가 아닌 사기 집단이란 점에서 차이가 있다. 박재은 총신대학교 신학과 교수는 성대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사이비 단체로 지목되고 있는 신천지와 기독교복음선교회(이하 JMS) 등은 자신만의 교리를 가지고 있지만 금품을 요구하거나 성 착취를 조장하는 경향이 있어 사이비적 요소가 강하다”고 이에 대해 설명했다.

 

한편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이하 서언회)가 대학가 사이비 포교 실태에 대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캠퍼스 내부 또는 근처에서 사이비 종교 포교를 당하거나 포교하는 것을 목격한 학생들의 비율이 71.7%에 달했다. 또한 ‘대학 내 사이비 종교 포교활동이 심각하다고 생각하시나요?’에 대한 답으로 △‘매우 그렇다’가 29.2%△‘그렇다’가 30.2%로 나타났다. 실제로 이지영(영어영문 24) 씨는 “등굣길에 길을 묻는 여성에게 길을 알려줬더니 거절의 의사를 표현했음에도 심리검사를 빌미로 계속해서 쫓아왔다”며 “앞으로 학교에 다니면서 이런 일이 또 생길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이들이 청년을 주요 타켓으로 포교하는 이유에 대해 조하나 부산성시화운동본부 이단 상담소(이하 이단 상담소) 실장은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청년들은 취업과 연애 등 고민이 많다 보니 사이비 종교의 주된 표적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탁지일 이단 상담소 소장(이하 탁 소장)이 기독교TV 뉴스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지난 2012년 6월부터 지난 5월까지 이단 상담소를 찾은 내담자 895명 중대의 수가 573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내담자 중 64%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포교 방식과 사이비 종교의 문제점

사이비 종교의 가장 흔한 포교 방식은 길거리에서 청년들에게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앞선 서언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78.9%의 학생들이 ‘대화 시도’의 수법으로 사이비 포교를 당한 경험이 있었다. 사이비 신도들은 유동 인구가 많은 △길거리△역 근처△학교 등의 장소에서 설문조사를 요청하거나 무료 심리검사를 권유하는 등의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접근한다. 특히 이들은 퍼스널 컬러(personal color) 진단과 MBTI 검사 등 청년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로 흥미를 끈 뒤 사이비 종교를 권유한다. 사이비 종교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자 종교와 관련 없는 단체로 위장해 접근하는 것이다. 신도들은 포교 대상자의 △거주지△생년월일△연락처와 같은 개인정보를 묻고 △가족관계△관심사△학교생활 등 사적인 영역을 공유하며 친밀감을 형성한 뒤 짧게는 몇 주에서 길게는 몇 년간 포교한다. 이처럼 사이비 신도들은 포교를 위해 오랜 기간 여러 사람이 계획적으로 활동하기에 피해자는 합리적 의심이나 객관적 사고를 하기 어렵다. 또한 사이비 단체임을 알아채고 연락을 끊으려 해도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이어진 인간관계에 휘둘려 빠져나오지 못하기도 한다. 

 

동아리와 소모임으로 위장해 포교하는 일도 빈번히 일어난다. 실제로 탁 소장은 상술한 인터뷰에서 “길거리에서 ‘도를 아십니까’란 말과 함께 접근하던 과거의 포교 방식과 달리 최근엔 ‘관계 맺기’를 통해 포교하는 방식이 성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네이버 카페△에브리타임△캠퍼스픽 등에서 학생을 모집한 뒤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학생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으며 교리 공부와 성경 세미나 등을 권유한다. 사이비 종교와 연관 있다고 지목된 동아리 분야는 △춤△맛집 탐방△심리상담△여행△유기 동물 봉사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났다. 1980년대 JMS 신도로 활동했던 정이신 목사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요즘 사이비 종교는 대학생이 관심을 가질만한 다양한 분야의 활동으로 욕구와 흥미를 충족시켜 천천히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사이비 종교의 가장 큰 문제는 청년들을 착취함으로써 이득을 취한다는 것이다. 신도들은 사이비 종교 단체로부터 다양한 방법으로 착취당한다. 일반적으론 신도들의 금전을 착취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신천지는 전도 목표치를 채우지 못한 경우 신도 개인에게 100만 원이 넘는 금전 납부를 강요했다. JMS의 경우 ‘성전 건축 헌금’ 등의 명목으로 대학생 신도들에게 제금융권 대출을 요구한 바 있다. 

 

더불어 사이비 종교는 청년들의 노동력도 착취한다. 실제로 JMS는 ‘섭리 기업’이라는 JMS 관련 기업에서 신도들을 무임금 노동에 차출하는 등 노동력을 착취하며 청년 신도들을 사이비 종교의 자금을 늘리는 수단으로 이용했다. 사이비 단체에서 성적인 착취가 일어나는 경우 역시 빈번하다. JMS의 교주는 젊고 키가 큰 여자 대학생을 모아 ‘신앙 스타’란 단체를 만든 뒤 지속적인 성범죄를 저지른 바 있다.

 

한편 동아리를 통한 사이비 종교의 포교 문제가 대두됨에 따라 정상적인 방식으로 운영되는 동아리가 사이비 종교라는 의심을 받는 일이 발생했다. 숙명여자대학교 영화동아리 ‘씬숙틸러’는 홍보 게시글에 임원진 신상 등의 정보가 부족하단 이유로 사이비 종교 동아리란 의심을 받았다. 또한 학생들 사이에서 사이비 종교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법이 공유되며 가입하고 싶은 동아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뜻 가입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김해님(사회정외 24) 씨는 “평소 독서를 즐겨 새학기를 맞이해 독서 동아리에 새로 가입하려 했다”며 “그러나 가입하려던 동아리가 1기 회원 모집 중이라는 점과 신청서에서 전화번호와 생년월일을 묻는 등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어 결국 동아리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처럼 사이비 종교는 다양한 포교 수법을 이용해 청년들의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동아리 운영에도 피해를 입히고 있는 실정이다.

 

 

◆나아가야 할 방향

사회적 안전망의 미비는 청년들을 사이비 종교에 빠지게 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그러나 사이비 종교의 포교가 기승하는 데 반해 학생들을 보호할 법률은 현재 부재한 상태다. 이에 따라 최근 사이비 종교의 불법적인 포교와 범죄 활동을 규제할 법률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먼저 유사종교피해방지 특별법이 현재 발의를 앞두고 있는 상태다. 해당 법안의 초안을 작성한 이흥락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는 지난 2021년 4월 ‘제3차 청춘반환소송 및 사기포교 처벌법안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재산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사기 포교 행위 자체가 불법행위를 구성하기 때문에 이를 사기죄로 처벌하는 것이 핵심이다”고 설명했다.

 

학교 차원에선 동아리를 가장한 포교하는 사이비 종교가 문제될 경우 각 캠퍼스의 동아리연합회(이하 동연)가 이를 사이비로 판명하고 제명해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성신여자대학교 동연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성신여대 동연 비대위)는 JMS 활동이 제보된 댄스 동아리를 제명한 바 있다. 지난해 3월 9일 서울경제 보도에 따르면 성신여대 동연 비대위는 “해당 동아리가 지난 17년 동안 위장 동아리로 활동한 사실을 묵인할 수 없어 징계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뒤 제명 결정을 내렸다. 

 

제도적사회적 차원의 노력 외에 개인 차원에서도 사이비 종교에 대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사이비 종교가 자신과 무관하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정체를 밝히지 않은 채 서서히 관계를 맺으며 사람의 마음을 이용하는 최근 사이비 종교의 특성상 경각심이 쉽게 무뎌질 수 있다. 먼저 행사 또는 동아리에서 종교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면 일단 관계를 멈춘 뒤 해당 단체의 진상에 대해 확인한 후 문제가 있다면 바로 관계 기관에 도움을 청해야 한다. 개인정보의 관리 또한 중요하다. 실제로 탁 소장에 따르면 사이비 종교에 개인정보를 유출하지 않는 것만으로 대처가 어느 정도 가능하다. 때문에 종교 관련 △강의△동아리△행사에 참가 시 개인정보를 전달하기 전 강사 또는 단체 수장 등이 어떤 종교 단체나 교단에 속한지 확인함으로써 사이비 종교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특히 심리적으로 약해져 있거나 사회적으로 고립돼 있는 청년들의 경우 사이비 종교의 표적이 되기 쉽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거나 관계에 대한 결핍을 해소하기 위해 사이비 종교의 호의에 쉽게 마음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인이 심리적사회적으로 취약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믿을 만한 상담 기관을 이용하며 보다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한 이미 사이비 종교에 피해를 받았더라도 이를 숨기지 않고 적절한 도움을 받아야 한다. 탁 소장은 “사이비에 피해를 입었더라도 숨기거나 부끄러워하지 말아야 한다”며 “건강하게 노출하고 도움을 받는 편이 피해를 회복하는 지름길이다”고 조언했다. 청년층을 위협하는 사이비 종교의 포교 방식에 더 이상 청년들이 노출되지 않도록 사회와 개인의 경계와 주의가 필요한 시기다.

 

 

김민서 기자 09kimminseo@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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