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 기가 해제됐다. 이에 우리학교를 비롯한 다수의 대학이 수업 방식을 대면으 로 전환했다. 이에 따른 대면 활동 정상화와 함께 교내에서 음주를 즐기는 학 생이 늘어나며 음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이 생 겨났다. 이에 대학교에 올바른 음주 문화를 조성해야 한단 여론이 제기됐다. △캠퍼스 내 음주 현황△캠퍼스 내 음주 피해 사례△나아가야 할 점에 대해 알아보자.
◆캠퍼스 내 음주 현황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대학교 캠퍼스 내 음주 사례 가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대학생 음주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실시한 ‘대학생 음주 행태조사’ 에 따르면 대학생의 전반적인 음주 빈도와 음주량은 감소했으나 공원과 대학 캠퍼스 등 공공장소에서 음주하는 경우가 코로나19 이전 4.3%에서 코로나19 이후 11.5%로 약 6.2%p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음식점 영업 시간 제한이 생기자 늦은 시간까지 음주를 즐기고 싶은 청년들이 이를 피하기 위해 공공장소를 택한 것이다. 우리학교 또한 예외는 아니다. 우리학교 서 울캠퍼스(이하 설캠) 국제학사의 환경미화를 담당하는 미화원 A 씨(이하 A 씨)는 “지난해에 비해 이번 해 교내에 술병 등 음주 후 발생한 쓰레기가 크게 늘어났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외대학보에선 우리학교 학생의 캠퍼스 내 음주 현황과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캠퍼스 내 에서 음주하는 학생을 본 적이 있는가’란 질문에 응답자의 35.3%가 주 1 회 이상 3회 미만 꼴로 교내에서 음주하는 학생을 본다고 답했다. 주 3회 이상 목격한단 응답이 32.4%로 이를 뒤따랐다. 매일 목격한단 응답도 8% 를 기록했다. 최하은(사회·행정 21) 씨는 “설캠의 경우 학기 중에 캠퍼스 내 잔디광장에서 술을 마시는 학생을 거의 매일 본다”고 전했다. 한편 ‘캠퍼스 내에서 음주를 한 적 있는가’란 질문엔 응답자의 64.7%가 ‘캠퍼스 내에서 음주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 59.1%는 많은 학우 와 함께 술을 마시기 편해서 캠퍼스 내에서 음주를 즐겼다고 답했으며 늦 게까지 다수가 모일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해서 캠퍼스 내에서 술을 마셨단 반응은 9.1%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즉흥적으로 혹은 별다른 이유 없이 (22.7%)’△‘조별과제가 끝난 후 속상해서(4.5%)’△‘캠퍼스 운치가 좋아서 (4.5%)’ 등 캠퍼스 내 음주를 즐기는 데에 다양한 이유가 존재했다.
◆캠퍼스 내 음주로 인한 피해
캠퍼스 내 음주 행위는 여러 직·간접적인 문제를 낳는다. 지난 5월 13일 우리학교 재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내 설캠 자유게시판에서 한 익명의 재학생이 “잔디광장이 술 취한 학생들로 인해 시끄럽다”며 “소음 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보니 제발 다른 장소로 이동해달라”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또한 지난 6월 2일 우리학교 글로벌캠퍼스(이하 글캠) 자유게시판엔 “밤중에 술을 마시고 다투는 학생들로 인해 소음이 발생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이와 같이 음주로 인해 피해를 입는단 우리학교 학생의 목소리가 여럿 존재한다. 실제로 설 문조사 응답자의 26.5%가 캠퍼스 내 음주를 한 학생으로부터 피해를 본 적이 있다고 답한 가운데 이들 중 88.9%가 소음 및 고성방가로 인해 피해 를 입었다고 밝혔다. 음주로 인한 소음 및 고성방가뿐만 아니라 음주 후 캠퍼스 내에 발생하 는 쓰레기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술병과 음식물 쓰레기 등이 그대로 교내에 버려져 방치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캠퍼스 내에서 음주한 학생으 로 인해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고 답한 설문조사 응답자 중 44.4%가 음주 후 방치된 쓰레기로 인한 불편함을 호소했다. 설캠 잔디광장과 인문과학 관(이하 인문관) 앞 벤치에서 음주 후 발생한 쓰레기를 자주 발견할 수 있 다. 교내 곳곳에 분리수거 되지 않은 채 버려지는 쓰레기는 캠퍼스의 미관 을 훼손시키고 교내 미화원의 업무를 가중시킨다. A 씨는 “학생들이 술병 과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수거 하지 않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허유진(아시아·마인어 21) 씨는 “인문관 앞 벤치에서 술을 마신 사람들이 쓰레기를 두고 가는 걸 자주 목격한다”며 “이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이다”고 지적했다. 글캠 역시 명수당 앞 벤치와 백년관 앞 운동장에서 음주 후 발생한 쓰레기가 자주 목격된다. 주형민(동유럽· 세크어 20) 씨는 “명수당 앞 벤치와 백년관 앞 운동장에서 술병과 과자봉 지 등의 음주 후 발생한 쓰레기를 볼 때마다 환경 훼손이 우려된다”고 전 했다. 현재 우리나라 법에선 ‘주류 면허 등에 관한 법률(주류 면허법)’에 따라 대학교 축제 등 행사에서 주류를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나 대학 교 내 음주 행위 자체를 금지하고 있진 않다. 우리학교 또한 음주 금지 규 정을 학칙으로 마련해두지 않았다. 다만 학칙 제55조 제1항 제2호에 ‘폭 행, 상해, 성희롱ㆍ성폭력ㆍ성차별 행위를 한 때 또는 음주 행위로 학교 질서를 문란하게 한 때’에 해당하는 학생에 대하여 징계처분을 한다는 조 항이 존재한다. 교내 단순 음주 행위에 대한 처벌은 불가하지만 음주한 학 생의 행동이 학교에 해가 되는 행위로 판단된다면 징계를 내린단 뜻이다. 실제 설문조사 응답자 중 11.1%가 ‘음주를 한 학우의 신체적·언어적 폭 력으로 인해 피해를 보았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15일 인하대학 교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이후 일부 전문가들은 대학의 과도한 음주 문화를 개선할 필요가 있단 의견을 제시했다. 부적절한 음주 문화가 폭력 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단 것이다.
◆나아가야 할 방향
설문조사 응답자의 29.4%가 캠퍼스 내 음주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 였다. 이들 중 61.8%가 캠퍼스 내 음주 금지 규정 제정을 통해 교내 음주 문화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고 답했다. 조수훈 글캠 학생지원·장학팀 과장 은 “아직까지 캠퍼스 내 음주로 인한 피해와 관련된 민원이 접수된 사례 는 없다”며 “이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시 기존의 학칙에 따라 징계를 내릴 방침이다”고 전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재학생 B 씨는 “새벽까지 캠퍼스 내에서 술을 마시면 다른 학생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음주가 가능한 시간을 설정해 교내 음주 문화가 개선되길 원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또한 응답자의 23.5%가 총학생회(이하 총학) 혹은 개별과 학생회 주도의 지속적인 절주 캠페인을 통해 음주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글캠 총학 ‘외대의 봄’은 “시간이 날 때마다 총학 중앙운영위원회에서 순 찰을 돌고 있으나 성과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고 밝혔다. 한편 캠퍼스 내에서 음주하지 못하도록 자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학교 도 존재한다. 중앙대학교는 지난 2011년부터 ‘캠퍼스 관리 규정’을 통해 학내에서 술을 마시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가천대학교는 지난 2013 년 교내에서 술을 마시다 적발된 학생을 최고 제적 조치까지 취할 수 있 도록 학칙을 개정했다. 또한 절주 캠페인을 통해 교내 음주 문화를 개선 하기 위해 노력 중인 학교도 있다. 계명문화대학교의 캠퍼스 절주 동아리 ‘헬스 플러스(Health Plus)’는 대학 구성원들의 책임 있는 음주 문화 실천 및 확산과 대학 내 음주 폐해 예방 및 음주규제정책 지지를 목적으로 건 전 음주 캠페인과 홍보 활동을 진행한다. 캠퍼스 내 과도한 음주는 소음 및 쓰레기 문제를 일으키는 등 다른 교내 구성원에게 피해를 입히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사회적 거리두 기 해제로 대면 활동이 다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건전한 학내 음주 문 화 조성을 위해 모두가 적절한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지명원 기자 04jimw@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