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하 러우 전쟁) 파병으로 인해 국제 사회의 안보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번 파병은 러우 전쟁의 전황뿐 아니라 동북아시아 및 한반도 안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군사적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더불어 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 협력 강화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국들의 안보 정책에도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국제 사회의 관련 대응이 주목받고 있다. 북한 파병 결정의 배경과 이에 따른 국제 안보의 변화 전망에 대해 이상환 우리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함께 알아보자.
Q1.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을 결정한 주요 원인과 그 배경에는 어떤 전략적 이해관계가 존재하는지 궁금합니다.
북한은 국제 사회의 대북 경제제재로 인한 어려움을 탈피하고 핵무장국으로서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러시아와의 군사동맹을 활용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파병이란 러시아의 군사적 요구를 들어주는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경제적 지원 및 군사기술 협조를 받고 있습니다. 또한 향후 대미 외교에서 러시아를 외교적 지렛대 삼아 북미 협상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Q2. 북한의 파병이 러우 전쟁의 전황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가요?
현재 러시아는 병력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에 북한군의 가담이 쿠르스크(Kursk) 전투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현재 북한군은 충분한 준비 없이 참전한 상황이기에 기대한 전과를 거두기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러우 전쟁이 이미 국제전이 된 가운데 자칫 확전을 유발할 우려가 있습니다.
Q3. 과거 북한의 유사한 군사적 행보가 당시 국제 안보 위기 상황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최근 상황과 비교할 수 있을까요?
북한이 이번과 같은 대규모 해외 파병에 나선 것은 처음입니다. 북한군의 첫 해외 파병은 1964년 베트남 전쟁 때 군수 물자와 함께 군 병력 수백 명을 북베트남에 파견한 바 있었습니다. 이어 1973년 4차 중동전쟁에선 이집트와 시리아 군대의 교육 훈련을 위해 군사고문단을 파견하고 전투기 조종사를 투입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작은 규모로 아프리카 지역에 군사고문단을 파견하다가 2016년 시리아 내전 때 소규모의 북한 지상군이 파병됐습니다. 이러한 사례와 비교했을 때로 이번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12,000명으로 추산되는 규모와 최정예 특수부대를 파병했다는 측면에서 전례 없는 규모로 평가됩니다. 과거 북한의 파병이 대부분 냉전기 진영논리 속에서 이뤄지거나 규모 및 내용적 측면에서 관심을 끌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파병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Q4.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국제 사회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국제 사회는 이에 대해 미국과 유럽연합(이하 EU)을 중심으로 우려 및 경고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의 이번 파병은 유럽과 세계 평화 및 안보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독단적인 적대행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국제연합(이하 유엔) 또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영국과 독일의 국방부 장관이 양국 간 방위조약 체결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유럽 내 갈등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문제와 분리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Q4-1. 국제 사회가 북한의 파병 결정에 대응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요?
유엔 안보리에 의한 제재가 무력화된 상황에서 미국과 EU를 중심으로 한 반러 진영과의 북한에 대한 제재 강화를 고려할 수 있으나 실효성은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게다가 정권교체기에 들어선 미국의 현 정치 상황이 실효성 있는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 역시 현실입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종전 협상 전 전황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로의 미사일 발사를 허용한 것 외에 당분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다음 해 1월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미국의 외교안보 메시지에 외교와 관련한 사안이 실질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러 외교에선 영토 회복과 관련한 협상과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NATO) 및 EU 가입 불허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입니다. 대북 외교에선 북한의 비핵화 및 경제제재 완화와 같은 사안들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Q5. 북한의 이번 파병이 관련 국가들과의 국제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이후 가속화된 미匰U 대 중러의 신냉전 질서 흐름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러시아와 유럽 내 접경국과의 관계 정립을 위해 미러 및 EU러 간 관계 제도화를 목적으로 하는 NATO 및 EU의 협상이 있을 것입니다. 한편 동아시아 내 한미일 대 북중러의 양분된 구도가 한미일 대 북러 대 중 구도로 세분화될 것입니다. 구 냉전기 미소 패권 경쟁 구도에서 미국이 중국을 활용해 소련을 견제했듯 오늘날 신 냉전기 미중 패권경쟁 구도에서 미국이 러시아를 활용해 중국을 견제하는 양상이 트럼프 행정부 2기 동안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Q6. 북한의 파병이 동북아시아 지역의 힘의 균형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가요?
북러 밀착 구도가 당분간 지속될 것입니다. 또한 북한이 파병의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군사위성 지원△극초음속 미사일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진입 기술△방공시스템 구축 등 다양한 지원을 받을 경우 남북 간 안보 균형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에 대한 대비가 요망됩니다. 먼저 사전에 북한이 한계선을 넘지 않도록 미국을 통해 러시아의 자제를 촉구해야 합니다. 또한 중국을 외교적 지렛대로 활용해 북러와 중국 간의 간극을 이용해야 합니다.
Q6-1. 북한의 파병이 장기적으로 동북아시아 지역 안보 체계에 미칠 변화는 무엇인가요?
파병을 통해 북한이 핵무장을 고도화한다면 북중러의 핵 보유와 한미일의 핵 확장으로 삼각 협력 간 핵 균형이 이뤄질 것이 기정사실로 보입니다. 즉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이 자리잡게 될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한반도 비핵화는 불가능하게 될 것이며 동북아의 핵 지대화가 가시화될 것입니다.
Q7. 북한의 파병이 남북 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언급한 바와 같이 ‘대립적 두 국가론’의 맥락에서 통일 논의는 이제 실효성 없는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당분간 남북한 관계는 경직될 수밖에 없으나 트럼프 행정부 2기의 등장과 함께 북미협상과 연계된 논의가 남북한 간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는 통일에 대한 논의보단 평화적 공존 논의가 될 것이며 미국의 대동아시아 전략의 근간이 될 것입니다.
Q8.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적 협력이 우리나라의 안보 정책에 어떤 잠재적 영향을 끼칠지 궁금합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북러 간 군사기술 협력을 심화해 △군사위성 기술△극초음속 미사일 기술△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진입 기술△방공 시스템 구축 기술 등 다양한 기술을 러시아가 북한으로 유출할 경우 우리나라는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군사 능력 향상에 총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핵무장 능력 보유를 위해 한미 원자력협정 등 관련 조약의 개정도 고려해야 합니다.
Q8-1. 북한-러시아 군사 협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어떤 안보 정책과 외교 전략을 취할 수 있을까요?
결국 굳건한 한미동맹의 바탕 위에 한미일 간 삼각 안보협력이 중요한 시기입니다. 북러-중 구도 혹은 북중러 구도는 사실상 한미일 구도의 대척점에 있다는 점에서 유사합니다. 그러나 러우 전쟁이 마무리될 시 북러 관계 또한 다시 이완될 가능성이 큽니다. 경제적 측면에서 북한은 중국의 영향력 아래에 놓여 있습니다. 새로운 동북아 정세를 맞이하며 우리나라는 신 강대국 관계를 모색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과 △과학기술△전략산업△핵 안보의 핵심 이익 협력은 제도화하되 그 외 사안에 대해선 중국과의 협력 자율성을 확보해 실용주의적 외교 전략을 추진할 수 있어야 합니다.
Q9. 북한의 파병 결정이 세계 경제에 미칠 주요 영향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북한의 파병으로 파생되는 북러 군사동맹 강화는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과 함께 중국에 대한 통상 규제인 관세 장벽의 강화에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더불어 반도체 및 배터리 등의 전략산업과 △로봇△우주△AI(Artificial Intelligence) 등 제4차 산업혁명 기술 관련 협력 등에 있어 한미일대만 및 EU 진영을 경제 안보 차원에서 결속시키는 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플랫폼이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유지될지 미지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가치의 진영화’가 바이든 행정부의 ‘진영 내 네트워크화’로 발전되듯 미국의 세계 패권 전략은 연속성이 있으리라 전망됩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실용주의적 개입주의 외교 노선을 견지한다면 미국의 무역적자 개선 및 방위비 분담금 요구 등으로 인해 우방국과의 마찰은 불가피할 것입니다. 향후 △규범주의△세계화△탈냉전기의 다자주의의 틀은 약화되고 △신냉전기의 양자주의△탈세계화△협상주의의 틀이 강조되며 미국은 실리를 추구하게 될 것입니다. 미국의 실리 추구가 미국의 리더십 회복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향후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주도로 탄생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경제 안보 플랫폼 및 국제기구
김민서 기자 09kimminseo@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