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여러 매체에서 청년들의 취업난 문제가 대두되는 반면 중소기업에선 인력난 문제를 제기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이런 문제를 완화하고자 정부는 기업엔 인력을 충원하고 청년에겐 정규직 일자리를 제공함과 동시에 목돈 마련까지 가능한 청년내일채움공제(이하 청내공)를 운영해 왔다. 그러나 지난 1월 재정 여건 약화와 중도 해지율 증가 등을 이유로 청내공의 신규 가입자를 받지 않는다는 발표를 하며 사실상 전면 폐지가 결정됐다.△청년내일채움공제의 의의 및 현황△청년내일채움공제 폐지에 대한 우려△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청년내일채움공제의 의의 및 현황
청내공은 △기업△정부△청년으로 구성된 3자 적립을 통해 노동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청년에겐 초기경력을 제공하고 중소기업엔 청년의 장기근속 유도를 통한 생산성 향상을 지원하는 제도다. 이는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의 장기근속을 유도하며 자산 형성의 기회를 제공해 주는 금융 제도로 평가된다. 근로자가 예치 기간 동안 일정 금액을 저금하면 만기 시 정부와 기업도 각각 지원금을 보태 청년들이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구조로 돼 있다. 청내공의 납입 기간은 2년이며 △기업 부담금△정부 지원금△청년 적립금은 각각 400만 원으로 만기 시 1,200만 원의 목돈 마련이 가능하다. 1년에 20만 원씩 추가 납부도 가능하며 3년 동안 근로자가 600만 원을 적립하면 정부와 기업도 각각 600만 원을 보태 1,800만 원의 목돈을 모을 수 있는 것이다. 즉 본인이 납부한 금액의 3배 이상에 달하는 금액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이는 만기 후에도 연장가입이 선택적으로 가능했단 점에서 청년들의 장기근속 또한 유도할 수 있었다.
이 제도는 중소기업에 입사하고자 하는 청년을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도 함께 성장하도록 만들어졌다. 지난 2016년 미취업 청년의 중소기업 유입을 촉진하기 위해 시행된 이후 구인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이 우리나라의 청년들을 유인하는 수단으로서 이 제도를 유용하게 활용했다. 특히 내국인 근로자를 구하기 어려운 직종에선 우리나라 청년들을 직원으로 데려갈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청내공은 예산 문제로 폐지됐다. 이후 지난 2022년엔 만기 시 1,200만 원을 지급하는 2년형의 청내공 플러스로 개편됐으나 이마저도 점차 고용 상태가 개선되고 신규 가입 청년 수가 감소하는 추세로 인해 이번 해부턴 기존 가입자에 한해 지원하게 됐다. 실제로 개편 이전 청내공의 가입자는 목표 달성률의 100%를 돌파했지만 지난해 8월 기준 달성률은 23%에 그쳤고 중도해지율은 40%를 넘어섰다. 이는 청내공 플러스가 기존에 비해 가입조건과 지원대상이 까다롭게 변한 반면 혜택은 축소됐기 때문이다.
한편 청내공 플러스의 신규 가입 중단에 따라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소관인 청내공 사업 예산은 지난 2022년 대비 862억 원 감액된 1,217억 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관련 예산이 40% 가까이 감액된 것으로 지난해 가입자까지만 지원하고 이번 해부턴 신규 가입자를 받지 않겠단 것을 의미한다. 지난 3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내일채움공제 홈페이지에서 관련 사업이 종료된다는 안내를 게시했다.
◆청년내일채움공제 폐지의 논의점과 우려점
이번 청내공 폐지는 예산을 다른 분야에 투입하기 위해 이뤄졌다. 청년희망적금 및 청년도약계좌 등과 같이 청년들을 위한 자산 형성 지원 제도는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반면 청내공 사업의 신규 가입자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일 뿐만 아니라 중도해지율마저 크게 증가한 상황이었다. 중기부는 재정여건 약화와 중도해지율 증가를 이유로 해당 사업을 폐지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900억 원을 증액해 사업을 이어갈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지역화폐와 청년패스에 더 치중한 민주당은 예산안 처리를 위한 여야 간 주고받기의 희생양으로 청내공을 선택했다. 중기부 또한 이와 관련된 신규 사업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
청내공의 폐지 소식은 중소제조기업 입사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를 낳았다. 이 제도가 중소기업 재직 청년을 목표로 하는 만큼 폐지 시 청년들의 중소기업 입사율도 기존보다 더욱 낮아질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한편 내국인 근로자의 중소제조기업 기피 현상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 1월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지난해 ‘외국인력 고용 관련 종합애로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내국인 근로자를 고용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내국인의 중소기업 취업 기피’가 89.8%를 차지했다. 이러한 현실에서 해당 제도가 폐지되면 중소기업 취직의 이점이 감소해 청년들의 중소기업 입사율도 기존보다 더욱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일요신문i에서 보도한 자료에 따르면 박주영 숭실대학교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내국인 근로자의 중소제조기업 기피 현상이 증가하면서 미취업 청년의 중소기업 유입을 위해 청내공이 도입됐다”며 “해당 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선택할 이유가 줄어들 것이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남연우(동유럽체코어 23) 씨는 “청내공으로 목돈을 마련하고자 했는데 이 제도가 폐지되자 목표를 철회하게 됐다”며 “중소기업에 계신 선배님들이 장기근속과 관련해 많은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청내공의 폐지에 따라 기업의 근심도 커졌다. 지난 1월에 열린 청년진보당의 기자회견에서 중소기업 대표 A 씨는 “이 제도의 폐지는 중소기업 입장에선 지원금이 축소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이 제도를 신청하면 만기까지 2년은 그 회사에 재직해야 하기에 최소 2년은 이직하지 않는 청년이 대다수였지만 폐지로 인해 이젠 이직률을 낮추기도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또 다른 중소기업 대표 B 씨는 “청내공의 폐지로 인해 내국인 근로자 수가 감소함에 따라 외국인 근로자 수가 증가한다면 기업의 인력난뿐만 아니라 인력 수급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나아가야 할 방향
한본의 경우 청내공과 유사한 정책인 ‘청년 취업 지원금’을 운영한다. 실업 보험을 포함한 다양한 재정적 지원을 제공해 고용 안정성을 제고하고자 만들어진 이 제도는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취업해 6개월에서 1년의 일정 기간 근속하면 약 30~50만 엔 정도의 금액을 지원해 주는 구조로 운영된다. 일본의 이 정책은 △교육비 지원△실업률 감소△청년 고용 안정 등의 복지를 통해 청년들에게 경제적 안정성을 제공하고 중소기업의 인력 확보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성공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청내공 폐지에 대해 성공회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C 씨는 “청년 자산 마련 정책으로 그간 청년인력과 중소기업이 ‘윈윈(winwin) 구도’를 이어왔다”며 “우후죽순 생기는 청년 지원책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청년도약계좌는 청내공과 결이 다르다”며 “지역 중소기업 인력 이탈 등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도록 하는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고 전했다. 경인방송에서 보도한 자료에 따르면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들의 안정적 취업 유지를 장려하는 청내공의 부활이 필요하다”며 “다음 해 경기 불확실성으로 기업 투자가 저조한 상황에서 경기 침체로 고용 사정까지 안 좋아진다면 공공부문에서 일자리 예산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광주고용복지센터 관계자 D 씨는 “재정여건 악화와 이용률 감소 등이 일몰 사유로 알고 있다”며 “청내공과 똑같은 사업 개요지원 내용인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 등이 있는 만큼 기존 사업을 활용해 청년취업 활성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사랑(국제지역중앙아시아 23) 씨는 “가족이 워라밸(work-and-life balance)이 좋지 않은 중소기업에서 이 제도를 통해 목돈을 마련하고자 장기근속을 하고 있다”며 “이 제도가 존속될 수 없다면 이에 대한 대안책을 새롭게 마련해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고 전했다. 중소기업과 청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청년들의 안정적인 일자리 확보로 이어질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 변화가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귀추가 주목된다.
장휘영 기자 07hwio@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