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보사 기자로 활동하며 가장 고뇌하게 되는 순간은 만난 이들이 외대학보를 낯설어할 때이다. 주변에서 무슨 활동을 하냐고 물어 “외대학보 활동한다”라고 답했을 때 돌아오는 생소해하는 반응이나 외대학보 기사를 읽어본 적 없다는 답변은 내 마음을 씁쓸하게 만들곤 한다.
학보사의 기사엔 힘이 있다. 기자들과 부장단들이 △편집회의△마감△조판을 거치며 치열하게 고민해 완성한 기사는 학내외 주요 이슈를 전달하고 학내 구성원들이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소중한 공론장의 역할을 한다. 그러나 독자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학보사의 기사는 기자 개인의 기록에 머물 수밖에 없다. 기사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관심이 줄어드는 현 상황은 학내 언론으로서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중대한 과제를 안겨준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외대학보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선 변화가 필요하다. 먼저 온라인 플랫폼과 SNS 활용의 폭을 넓혀야 한다. 현재 외대학보는 인스타그램 카드뉴스 중심으로 SNS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는 외대학보 기사의 극히 일부만을 요약하는 정도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현재 인스타그램 카드뉴스 중심의 운영을 넘어 △릴스△속보형 콘텐츠△온라인 단신 보도 등 다양한 형식을 통해 독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학내 현안을 신속히 전달할 수 있는 콘텐츠를 확대해야 한다. 또한 뉴미디어 시대의 속도감에 발맞추기 위해 학보사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책임감 있게 콘텐츠를 즉각 생산할 수 있는 유연한 운영 체계에 대한 논의도 시작돼야 할 시점이다.
둘째로 외대학보만이 담아낼 수 있는 기획 보도를 확대해야 한다. 학내 언론은 기성 언론이 다루지 않는 학내 사안을 깊이 있게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단순 전달성 기사보다는 대학보도와 기획 기사의 비중을 높여 학내 현안을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분석하는 감시자이자 조력자로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지면 구성의 변화 역시 검토해 볼 만하다. 현재 외대학보 기자들은 직접 작성한 기사로 지면의 대부분을 채우고 있다. 기자들은 끊임없는 피드백과 폭넓은 인터뷰이 선정을 통해 지면에 다양한 시각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외대학보 기자들의 기사만으로는 자칫 특정 집단으로 시각이 한정될 우려가 있다. △교수△직원△학생의 기고 면을 활성화해 다양한 목소리를 지면에 담아낸다면 보다 입체적인 공론장을 형성하고 구성원들의 실질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변화가 동력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운영 여건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 현재 외대학보는 데스킹과 교정을 담당하는 편집장과 부장기자를 포함해 12명의 인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은 밤샘 마감과 격무에 시달리며 한 호 한 호를 힘겹게 발행해 나가고 있다. 타 대학 학보사가 20명 이상의 인력으로 운영되는 것과 비교하면 현재의 인원으로는 기존 체제를 지켜내는 것조차 벅찬 실정이다. 따라서 내실 있는 변화를 시도할 수 있도록 적정 인력 확보와 지원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학보사 기자로서 주어진 임기 중 나에게 남은 시간은 이제 두 학기 남짓이다. 끝까지 임기를 채울 수 있을지 또 어떤 보직을 맡으며 임기를 채워 나갈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변화의 노력을 게을리한다면 공론장으로서 외대학보의 영향력은 점차 희미해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남은 임기 동안 학보의 독자층을 넓히고 외대학보가 더 영향력 있는 공론장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