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지원 정책, 더욱 개선된 상생을 모색할 때

등록일 2022년12월07일 11시5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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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탈주민(이하 탈북민)의 우리나라 입국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탈북민과 화합해 나 가기 위한 여러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잇따라 발생한 국내 탈북민의 비극은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이에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가지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 아지고 있다. △탈북민이 겪는 어려움△탈북민 지원 현황△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탈북민이 겪는 어려움 

지난 10월 19일 서울특별시 양천구 소재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탈북민 여성이 백골로 발견됐다. 발견 당시 겨울 옷차림을 한 모습과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를 통해 그녀가 오랜 시간 방치됐음을 추정할 수 있었다. 그녀는 생전 탈북민 상담사로도 활동하며 지난 2010년 성공적인 국내 정착 사례로 언론에 소개된 바 있다. 지난달 7일에는 경상남도 김해시에 거주하던 20대 탈북민 남성이 자살했다는 비극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그와 함께 우리나라에 입국했던 그의 가족은 기초 생활 보장 수급자였으며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진학하는 대신 공장 및 식당에서 일하거나 일용직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갔다고 한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우리나라에 거주 중인 탈북민은 총 3만 3,857명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정착한 탈북민들의 생활 수준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북한인권정보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기초 생활 생계비를 지원받은 국내 탈북민의 비율은 32.4%다. 같은 해 일반 국민의 인구 대비 기초 생활 수급자 비율이 4.5%인 점을 고려하면 이는 상당히 높은 수치임을 알 수 있다. 한편 국내 탈북민의 고용률은 66.2%로 일반 국민의 62.7%보다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탈북민이 주로 종사하는 직종은 단순 노무 및 서비스직으로 일반 국민이 분포한 상위 직업이 전문가· 관련 종사자와 사무종사자인 것과 상반된다. 또한 지난해를 기준으로 일반 국민 임금근로자의 평균임금은 270만 원을 상회하는 데 반해 탈북민 임금근로자의 평균임금은 200만 원을 웃돌며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더불어 지난 해 일반 국민의 평균 실업률은 2.45%인 것과 달리 국내 탈북민의 평균 실업률은 4.3%로 나타나 탈북민이 경제적 위기에 취약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우리 사회에서 탈북민을 바라보는 인식은 국내 탈북민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킨다. 지난 1월 한국행정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지난 2020년 탈북민을 이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18.3%였으나 지난해 응답 비율은 25.1%로 증가했다. 또한 지난 2월 남북하나재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탈북민(57.9%)이 일반 국민(50.5%)보다 전반적인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스트레스의 정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탈북민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으로는 △말투△생활방식△태도 등 북한의 문화적 소통방식이 우리나라와 다르다는 점과 세금 부담 증가와 같은 경제적인 이유가 꼽혔다. 탈북민의 우울감도 주목해야 할 대목 중 하나다. 지난해 탈북민 중 자살 충동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13.3%로 일반 국민의 5.2%를 훨씬 뛰어넘는 수치를 보였다. 그 이유론 △경제적 어려움(26.8%)△신체적·정신적 질환 및 장애(25.8%)△외로움·고독(16.4%)이 가장 높은 응답 비율을 차지했다. 

 

◆탈북민 지원 현황 

지난 1997년 제정된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은 탈북 민을 보호하고 원활한 정착을 돕기 위해 여러 세부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현재 탈북민에 대한 지원은 △통일부△보건복지부△행정안전부△지방자 치단체(이하 지자체) 등 다양한 주체가 담당하고 있다. 통일부는 탈북민의 △교육△주거△취업 등을 고루 뒷받침하며 초기 정착금을 제공하는 등 법 률에 의거해 탈북민을 총괄적으로 지원한다.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에 서도 통일부와 같은 맥락으로 탈북민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통일부가 지정하고 민간이 주도하는 북한이탈주민 지역적응센터 (이하 하나센터)는 지역별로 탈북민의 정착 과정을 지원하고 각종 상담 서 비스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통일부△남북하나재단△하나센터로 분리된 행정 구조는 탈북민 지원을 지연시키기도 한다. 이금숙 남북하나재단 전문 상담사는 “탈북민 정착 지원이 통합돼 있지 않아 업무를 처리하는 데 어려 움이 많았다”며 “현장에서 △통일부△남북하나재단△하나센터의 지원체계 일원화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하나센터는 전국에 25개뿐으로 탈북민 모두를 밀착 지원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특히 탈 북민의 65%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것을 고려할 때 인천의 경우 하나센터 지역 담당자 한 명당 관리하는 탈북민이 363명으로 가장 많은 데 비해 제주는 151명으로 가장 적다. 더불어 하나센터의 탈북민 출신 심리상담사와 취업상담사는 각각 9명과 5명에 불과하며 이들 중 대전시에 소속된 심리상담 사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수도권에 편중돼 있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 원은 “하나센터는 탈북민에게 △생활정보 제공△심리·진로상담△취업안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지만 관리자 수의 지역 간 편차가 크다”며 지역별 지원 불균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는 위기 상황에 처한 탈북민을 발굴해 선제적으로 지원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행정안전부는 탈북민의 생활 개선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는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탈북민의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다. △통일부△보건복지부△행정안전부와 같이 지원 주체가 분할돼 있어 부처 간 업무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사각지대가 발생할 가능 성이 높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잇따른 탈북민의 비극을 계기로 현재 지원 체계를 점검하고 있다. 탈북민의 지원 주체가 분산돼 있는 점을 검토해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향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17개의 지자체도 탈 북민을 위한 정착 지원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탈북민과 관련한 업무를 맡는 지자체의 인력과 예산은 부족한 실정이다.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탈북민 수가 3만 명이 넘는 데 반해 이를 전담하는 공무원의 수는 30명에 불과하므로 공무원 한 명당 약 천 명이 넘는 탈북민을 담당하는 상황이다. 또한 이번 해 지자체가 편성한 탈북민 지원 예산은 32억 3,000만 원 상당으로 탈북민 한 명에게 지원하는 예산은 평균 10만 원 수준에 그친다. 

 

◆나아가야 할 방향 

우리나라에서 탈북민과 관련된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자 일각에서는 탈북민 지원 체계를 담당하는 기관들의 통합적인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통일부는 다음 해 하나재단에서 운영 중인 탈북민 취약·위기가구를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한 통합사례 이력시스템을 통일부 안전지원팀으로 이관할 계획이다. 윤재옥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국민의힘 의원은 “탈북민이 지역사회에 빠 르게 정착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탈북민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각 지자체가 탈북민 보호 및 지원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통일부가 책임감을 갖고 지속적으로 협의할 필요가 있다” 고 밝혔다. 한편 주무부처와 관련해 새로운 대응 방향을 제시하는 의견도 존재한다. 서재평 탈북자 동지회 사무국장은 “통일부는 대북 관련 통일 업무 에 중점을 둔 부서임에도 탈북민 관리까지 도맡고 있다”며 “탈북민 관리 주체를 통일부와 보건복지부로 나누기보다 하나의 주체인 행정안전부가 맡는 게 더 나을 것이다”고 전했다. 

하나센터의 상담 지원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논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심리상담사를 탈북민 혹은 전문 인력으로 구성할 경우 탈북민의 심리 및 정서 안정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김홍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의원은 “탈북민이 겪는 심리·정서적 문제는 탈북민이 가장 잘 알 수 있다”며 “탈북민을 심리상담사로 양성한다면 다른 탈북민의 안정적인 국내 정착에 도움을 주는 선순환이 가능할 것이다”고 말했다. 

탈북민 지원 체계뿐만 아니라 탈북민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본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여론도 존재한다. 탈북민을 향한 인식의 전환은 △시민사회△언론△탈북민△통일부 및 관련 정부 기관 등이 함께 노력해야 성취할 수 있는 장기적인 과제다. 정인성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은 “탈북민을 우리 사 회의 경쟁력과 잠재력을 이끌어낼 이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성공적인 탈북민 정착 사례를 발굴해 알리는 등 탈북민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교육 사업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윤석열 우리나라 대통령(이하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19일 탈북민을 ‘먼저 온 통일’이라 칭하고 탈북민에 대한 지원은 미래의 통일을 위한 투자임을 강조하며 탈북민과 관련한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윤 대통령은 탈북민을 위해 △법률 교육△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치료 지원△위기가정 통 합관리시스템 구축△정착 초기 집중지원 체제 마련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우리의 이웃인 탈북민을 위한 효율적인 지원 정책에 대해 새롭게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명나디 기자 05nadi@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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