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경쟁이 치열해지며 대학가 성적 제도도 이에 맞춰 변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학교도 성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단 학생 측의 요구가 제기되며 우리학교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이하 설캠 총학)가 학교 측과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성적 제도 개선의 대외 동향과 우리학교의 현황△현행 성적 제도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과 우려△학교 측이 밝힌 성적 제도에 대한 입장△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성적 제도 개선의 대외 동향과 우리학교의 현황
지난 6월 26일 우리학교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에서 서강대학교(이하 서강대)의 성적 비율 개정 소식을 전하며 우리학교의 성적 제도도 변해야 한단 게시글이 큰 호응을 얻었다. 김영일교육컨설팅(Consulting)이 지난 2023년 1학기 기준 상위 15개 대학을 분석한 결과 서강대는 재학생 중 전공과목에서 A 등급 이상을 받은 비율이 27.8%로 가장 낮았다. 이후 서강대는 학생들의 개선 요구를 반영해 지난 6월 25일 A 등급 비율을 40%로 높이는 등 학사 제도를 개정했다.
우리학교 상대평가 비율에 대한 불만은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지난 2018년 12월 에타에 게시된 “A 등급 비율이 서울권 대학의 최하 수준이다”는 비판의 글은 당시에도 큰 화두였다. 이후 우리학교는 지난 2021년 2학기 A 등급 비율을 30%에서 35%로 A 등급과 B 등급을 포함한 비율을 65%에서 70%로 확대했다. 또한 지난 2023년엔 수강생 10명 이하 강의를 A 등급 비율 40% 이내에서 절대평가로 변경하기도 했다. 그러나 위와 같은 개정에도 학생들은 여전히 낮은 성적 비율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학교와 유사했던 서강대마저 학칙을 개정하자 해당 의제가 우리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다시금 주목받게 된 것이다.
설캠 총학의 교육 분야 공약 중 하나인 ‘성적 평가 방식 비율 개선’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설캠 총학은 해당 공약에 따라 이번 해 5월 성적 평가 방식 개선 사업인 ‘학사제도 CPR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이후 해당 프로젝트 결과를 토대로 설캠 총학은 지난 8월 교무처장 및 총장과의 면담에서 성적 비율 완화와 절대평가 도입 확대의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전달했다.
◆현행 성적 제도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과 우려
학생 측은 우리학교가 타 학교에 비해 엄격한 상대평가 성적 제도를 시행한다고 주장한다. △동국대학교△성균관대학교△한양대학교△홍익대학교(이하 홍익대) 등의 수도권 주요 대학들은 전체 수강생 중 40% 혹은 그 이상의 비율 이내로 A 등급을 부여받을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설캠 총학의 ‘총장 송부 성적평가방식 완화 요구안’의 근거 중 하나는 다른 대학에 비해 상대평가 비율이 현저히 낮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우리학교의 성적 평가 제도에 대한 학생들의 여론은 좋지 않다. 외대학보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학교 현재 상대평가 등급별 비율의 만족도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은 △매우 불만족(36.4%)△불만족(34.1%)△보통(18.2%)△만족(11.4%) 순으로 집계됐다. 우리학교 재학생 A 씨는 “A 등급 비율이 너무 낮다고 생각한다”며 “많은 학교가 성적 제도를 바꾸는 추세인 것처럼 우리학교도 A 등급 비율을 50%로 늘리면 좋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우리학교의 절대평가 채택 조건이 제한적인 점도 지적된다. 우리학교 절대평가 채택의 조건은 △군사학△교직 및 교육부 지정 교과교육영역 과목△수강생 10명 이하△이공계 실험실습△College English 영역 S 등급 반 및 A 등급 반△Communicative English 진리반 및 대학영어 진리반 과목으로 규정돼 있다. 즉 위에 열거한 경우를 제외하곤 절대평가 채택이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로 외대학보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88.7%는 ‘절대평가를 채택한 강의가 적거나 매우 적다’고 응답했다. 우리학교 재학생 B 씨는 “필수 교양 과목과 전공과목의 성적 평가 방식이 동일한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전공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과목이라면 최소한의 성의와 성실함 정도만 확인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을 밝혔다.
궁극적으로 학생들이 우려하는 점은 우리학교의 현재 성적 제도가 향후 진로 설계에 불리하게 작용한단 것이다. 외대학보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학교 성적 제도로 인해 다른 대학보다 취업 및 진학에 있어서 불리하다고 느끼시나요?”란 질문에 86.4%의 학생이 “그렇다”고 답변했다. 먼저 취업 측면에선 취업 시장 내 중요한 평가 기준인 학점이 상대적으로 낮을 경우 우리학교 학생들의 경쟁력이 떨어진다. 즉 우리학교 학생이 타 학교 학생과 동일한 정도의 학업 성취를 이뤘더라도 이들에 비해 실제 취득하는 학점은 더 낮을 개연성이 크다. 외대학보 설문조사에서도 이와 비슷한 의견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응답자는 “타 학교에 비해서 A 등급 비율이 낮기 때문에 취업 등 성적이 중요하게 사용되는 곳에서 불리하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응답자는 “타 학교 학생들과 학점으로 경쟁해야 하는 입장에선 우리학교 성적 평가 기준이 불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그 외 다른 응답자 역시 “현행 성적 평가 제도는 학교와 학생 모두에게 손해가 될 수 있는 평가 제도이다”고 주장하며 “계속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것은 경쟁력 측면에서 부정적이다”고 부연했다.
한편 우리학교는 인문 및 사회 계열 특화 대학으로써 법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다. 그러나 학점이 주요 평가 요소로 활용되는 법학전문대학원 입시에선 우리학교의 엄격한 현행 성적 평가 기준이 타 학교보다 불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연세대학교(이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은 2026학년도 입시 모집요강 기준 학부 성적의 실질 반영 비율이 가장 높은 곳으로 리트(LEET) 점수 반영 비율과 동일한 38.5%이다.
◆학교 측이 밝힌 성적 제도에 대한 입장
설캠 총학에 따르면 학교 측은 상대평가 비율의 경우 제도 개선에 행정적 한계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예컨대 비율 제도는 대학의 공신력과 직결된 만큼 단기간 내 잦은 변경이 어렵다. 또한 학점 인플레이션(Inflation)*으로 인해 우리학교 재학생과 졸업생 모두 외부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단 우려도 있다. 실제로 학점 인플레이션으로 성적의 신뢰도가 하락한 경우가 있다. 서울경제에 따르면 이러한 이유로 지난해 입시에서 고려대학교(이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은 학점의 실질 반영 비율을 42.29%에서 21.3%로 대폭 낮춘 바 있다. 서울경제에 따르면 한 대학교 교무처 관계자는 “학점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학점 신뢰도가 낮아질 수 있는 데다가 교수들의 반발도 매우 커 학교 입장에서도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한 학교 측은 절대평가 확대 시 교수 재량에 따른 성적 편차가 커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단 입장이다. 교수에 따라 과도하게 높거나 낮은 성적을 주는 사례가 반복될 수 있으며 이를 행정적으로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 외에 성적 평가 완화에 따른 부작용으로 학생들의 학업 충실도가 낮아질 수 있단 문제도 따른다. 이에 대해 이전에 설캠 총학이 총장과 진행한 면담에서 보고된 내용에 따르면 학교 측은 성적 비율 완화가 교육의 본질적 취지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추가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교양 과목이 절대평가로 전환될 때의 문제도 제기된다. 우리학교 C 교수에 따르면 “교양 과목에서 유고결석계를 2회 채워 쓰는 학생이 비교적 많다”며 절대평가 전환 시 출석 성실도에 주는 영향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어서 C 교수는 “교양 과목은 학생 개개인의 학습 동기 부여에 따라 성적이 크게 차이 나기 때문에 절대평가가 어렵다”며 강의 참여도에 대한 의견 또한 덧붙였다.
◆나아가야 할 방향
학생들의 불만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시대 변화와 학생의 목소리를 반영한 구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먼저 상대평가 비율의 재조정으로 다른 대학과의 형평성을 확보해야 한다. 다른 대학들이 A 등급 비율을 40% 이상으로 확대했듯이 우리학교 또한 최소한 40%까지 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이로써 학점 경쟁으로 인한 학생들의 정신적 부담 및 취업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학교 재학생 D 씨는 우리학교 성적 제도에 대해 “비율을 채워주지 않고 플러스(Plus)도 적게 붙여 준다”며 “교수 재량인 것을 이해하나 그렇다면 학교 측에서 비율이라도 늘려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우리학교 C 교수는 등급별 비율 개정에 대해 “현재 기준점을 조금 높이는 안에 찬성한다”며 “아주 작은 점수 차로 등급이 갈리는 문제가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이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학사 자율화를 통해 교수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절대평가를 확대하는 것 역시 중요한 대안이다. 현재 우리학교는 일괄적 기준에 따라 제한적으로 절대평가를 적용하는 반면 △고려대△연세대△이화여자대학교(이하 이화여대)의 경우 우리학교보다 유연한 성적 평가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먼저 고려대와 연세대는 각각 지난 2015년 및 2019년 이후 상대평가 원칙을 폐지했다. 연세대의 경우 통일된 성적 평가 방식이 아닌 각 학과가 개별적인 성적 평가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또한 연세대 수강편람에 따르면 다수의 교양 과목이 절대평가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화여대의 경우 교수가 성적 평가 방법과 등급별 비율을 결정할 수 있는 교수자율평가를 채택한다. 예컨대 이화여대 수강편람에 따르면 절대평가뿐만 아니라 상대평가와 절대평가를 혼용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해 2학기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의 한 강의계획서에 따르면 “등급 인원수를 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절대평가 방식을 채택하는 한편 “등급의 점수를 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상대평가 방식을 혼용한다. 한편 서강대와 홍익대는 이번 해 성적 평가 제도 개선을 통해 각각 교양 과목과 4학년 전공 수업에서 절대평가를 도입했다. 외대학보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학교 학생들은 교양 과목의 절대평가 전환에 대해 약 86%의 응답자가 찬성했다. 우리학교 재학생 E 씨는 절대평가 확대를 통해 “줄 세우기 대신 배움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학교와 학생 간의 소통 확대가 필수적이다. 다시 말해 학생들은 단순히 학점을 쉽게 취득하려는 의도가 아닌 구체적인 대안을 학교 측에 제시해 협의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지난 2021년 A 등급 비율 조정 후 지난 2023년 설캠 및 글로벌캠퍼스 총학생회가 A 등급 비율을 50% 이내로 A 등급과 B 등급을 포함한 비율을 80% 이내로 확대하는 안을 제안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현재 설캠 총학은 새로운 전략으로 “보다 정교한 협상을 진행할 것이다”고 답변했다. 즉 단순히 A 등급 비율 상향에만 집중하기보단 단계적인 개선과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겠단 것이다. 구체적으론 “소규모 혹은 어문 과목부터 성적 평가 완화를 점차 진행해 학교 측 입장인 학점 인플레이션이나 제도의 남용에 대한 우려를 줄일 것이다”고 설명했다. 추가로 설캠 총학은 교무처 및 총장과의 면담을 통해 “개선 필요에 대한 공감대를 발판으로 부분적인 개선부터 현실화해야 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학생들의 요구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반대 측의 의견 충돌 속에서 모두에게 유의미한 타협점을 찾아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학점 인플레이션(Inflation): 학생들의 학점이 상향 평준화되는 현상
송주원 기자 11juwo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