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비밀을 밝힐 RNA 전사체. RNA는 무엇일까?

등록일 2020년04월25일 18시24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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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9일,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RNA 전사체를 세계 최초로 분석했다. 이에 코로나19에 대한 고정밀 진단키트와 치료제 개발에 한 발짝 더 다가가게 됐다. 명희준 우리학교 생명공학과 교수와 함께 코로나19의 구성 요소인 RNA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Q1. 연구진은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을 활용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 RNA 전사체*를 분석했습니다.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은 어떤 분석 방법인가요?

1970년대 DNA의 염기서열 분석법이 최초로 개발됐습니다. 이후 염기서열 분석법은 기술적 진보를 거듭했고 2003년에 휴먼 지놈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의 완성을 이끌었습니다. 휴먼 지놈프로젝트는 인간 유전체의 염기서열 순서를 알기 위해 여러 나라가 참여한 3조 원 규모의 거대한 생명과학 사업입니다. 초기의 염기서열 분석법은 1회에 200개 염기 정도를 읽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Next Generation Sequencing)은 30억 개의 염기로 이뤄진 인간의 유전체도 하루 만에 읽어낼 수 있습니다.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은 △대량 절편의 동시 서열 분석△자동화△컴퓨터를 이용한 서열정보 잇기를 특징으로 합니다. 여기서 DNA 절편은 연구 대상 DNA를 제한 효소**로 잘라낸 일부를 뜻합니다.
이번 연구진은 여기에 더해 DNA나 RNA의 서열을 분석하는 나노포어 시퀀싱(Nanopore Sequencing)이란 기법을 사용했습니다. 이 기법은 RNA의 염기서열을 직접 읽어내는 과학 기술입니다. 이 기술을 통해 △곰팡이△바이러스△세균의 완전한 DNA 또는 RNA 게놈*** 정보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긴 염기서열 읽기를 사용해 DNA 구조 변형 및 염기서열 반복 구간의 정확한 분석이 가능합니다.


Q2.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DNA가 아닌 RNA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RNA의 정의와 개념은 무엇이고 DNA와는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DNA와 RNA는 생물체 내 필수적 요소로서 그 역할이 다릅니다. 세포로 이뤄진 모든 생물체는 유전정보를 DNA에 저장하고 그 유전정보를 발현할 때에 RNA를 거쳐 단백질을 만듭니다. 즉 DNA가 유전정보의 설계도를 보관하는 창고라면 RNA는 설계도에 맞게 필요한 재료를 공수하거나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RNA에 유전정보를 저장하는 바이러스가 있습니다. 대표적 예로 △메르스 바이러스△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볼라 바이러스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DNA는 이중 나선 사슬 구조이고 RNA는 단일 나선 구조란 점에서 명확한 차이를 보입니다.


Q3.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와 같은 RNA로 구성된 바이러스는 어떤 방식으로 숙주세포를 감염시키나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숙주세포 상의 수용체를 인지해 표면에 붙은 다음 세포 내로 들어갑니다. 세포에 침투한 RNA는 RNA 유전체를 복제하고 동시에 그곳에서 전사를 일으킵니다. 전사란 RNA가 염기서열의 화학 작용을 통해 아미노산을 생성하고 최종적으로 단백질을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과정에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생존하기 위한 단백질이 생성됩니다. 충분한 양의 RNA 유전체와 바이러스 단백질이 숙주세포 내에 쌓이면 바이러스 입자가 조립되고 세포 바깥으로 방출돼 또 다른 세포를 감염시킵니다.


Q4. 이번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RNA로 구성됐기 때문에 유전자 지도를 만드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RNA 유전자 지도를 만들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요? 또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유전자 지도는 어떤 의의가 있나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RNA 유전체의 길이가 약 30 킬로베이스(Kilobase)****로 RNA 바이러스 중 긴 편에 속합니다. 이 바이러스의 문제는 해당 RNA 유전체 외에도 길이가 짧은 서브게놈 RNA(Subgenomic RNA)(이하 sgRNA)를 많이 만들어 낸단 것입니다. 그중 9개의 sgRNA는 단백질 합성에 쓰이지만 이외에 다른 sgRNA에 대해선 그 기능을 모르는 상태입니다. 유전자 지도는 이런 sgRNA의 종류를 모두 알아내고 그 염기서열을 확인하는 데 쓰입니다. 이는 바이러스 유전정보의 발현 과정을 정확히 알 수 있게 한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Q5. 연구팀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RNA의 화학적 변형이 최소 41곳에서 일어났다고 발표했습니다. RNA의 화학적 변형은 무엇을 의미하나요?

RNA의 화학적 변형은 RNA를 구성하는 염기의 화학성분이 미세하게 달라졌단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결국 특정 염기서열이 화학적으로 변형됐단 것을 뜻합니다. 그러나 화학적으로 변형된 특정 염기서열이 RNA가 생산하는 아미노산 및 단백질의 정보를 달라지게 한단 것은 아닙니다. 이런 화학적 변형은 숙주세포 내에서 바이러스에게 유리한 생존 환경을 끌어내는 데 이용될 것입니다.


Q6. 사스, 코로나19 등 최근 전 세계를 휩쓴 바이러스는 RNA로 구성된 바이러스입니다. 이런 바이러스가 성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메르스△사스△코로나19는 같은 종류의 바이러스지만 각각 변이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이러스는 그 종류가 다양해 DNA로 구성된 바이러스보다 RNA로 구성된 바이러스가 더 성행한다고 단정 짓긴 어렵습니다. 그러나 RNA로 구성된 바이러스의 백신을 개발하는 작업이 더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바이러스가 숙주세포 내로 들어가 유전체를 복제하는 과정에선 숙주세포의 DNA 복제 효소를 주로 사용합니다. 그러나 이 DNA 복제 효소는 정확도가 매우 높습니다. 이는 10⁸~10¹¹개의 염기를 복제할 때 1개를 잘못 끼워 넣는 정도의 실수와 같은 정확도입니다. 그 정확도의 비결은 복제 시 거치는 프로프리딩(Proofreading) 과정입니다. 이는 교정 작업으로써 DNA 복제 과정에서 DNA 중합효소*****에 의한 오류를 수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에 반해 RNA를 복제하는 RNA 바이러스는 숙주세포의 DNA 복제 효소가 아닌 자신의 RNA 복제 효소를 사용합니다. 해당 바이러스의 RNA 복제 효소는 프로프리딩 기능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 결과 10³~10⁴개의 염기를 복제할 때마다 1개를 잘못 끼워 넣는 실수가 발생합니다. DNA 바이러스와 비교해 정확도가 떨어진 RNA 바이러스 프로프리딩 기능은 결과적으로 수많은 돌연변이를 유발합니다. 바이러스의 일부 또는 전부를 항원으로 미리 체내에 주입해 면역항체를 준비하는 것이 백신입니다. 이때 주입해야 할 바이러스의 표면 항원 중 주요 면역체계가 인지하는 부분이 끊임없이 변한다면 앞서 주입한 체내 항체는 쓸모없게 됩니다. 이는 후천성 면역결핍 바이러스(HIV)와 C형 간염 바이러스(HCV)와 같은 RNA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이 여전히 나오고 있지 않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물론 RNA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백신도 있습니다. 대표적 예로 독감(Flu)이나 소아마비 바이러스가 있습니다.


*전사체: 세포 또는 조직에서 발현된 RNA의 총합

**제한 효소: DNA의 특정 염기 서열을 인식하여 그 부위를 선택적으로 절단하는 효소. 다른 생물로부터 들어오는 DNA를 절단함으로써 자신을 보호하는 기능을 함

***게놈(Genom): 낱낱의 생물체 또는 1개의 세포가 지닌 생명 현상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유전자의 총량

****킬로베이스(Kilobase): 핵산의 길이를 나타내는 단위. 1 킬로베이스는 1,000개의 염기 또는 염기쌍이다

*****DNA 중합효소: DNA 사슬에 뉴클레오타이드를 연결하면서 새로운 DNA를 합성하는 효소.


이상우 기자 99sangwoo@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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