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통계청은 시험 준비 및 구직 활동을 하지 않은 이른바 ‘쉬었음’에 해당하는 청년층이 49만 7,000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심지어 지난 4월 통계청 조사에선 20대 쉬었음 인구가 △30대△40대△50대 쉬었음 인구를 추월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사회의 한 축이 되는 청년들이 구직 활동이나 취업 준비도 하지 않고 취업 의지 자체를 잃어버린 현상은 장기적으로 사회에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구직 포기 청년의 현황과 실태△청년들이 구직을 단념하는 이유△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구직 포기 청년의 현황과 실태
실업자와 취업 의지가 없는 상태인 ‘쉬었음’의 차이는 구직 활동의 유무에 따라 구분된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조사에선 근로에 따른 수입은 없지만 적극적인 구직 활동을 했던 자로서 일자리가 주어지면 즉시 취업이 가능한 사람을 실업자로 정의한다. 한편 통계상 쉬었음이란 일할 능력은 있지만 구체적인 이유 없이 일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만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 또는 실업 상태도 아닌 인구를 뜻하는 비경제활동인구는 활동 상태별로 △가사· 육아△수강·재학△심신장애△연로△기타 등으로 나뉜다. 쉬었음은 이 중 기타에 속한다.
지난 2월 통계청의 조사에서 비경제활동인구의 활동 상태를 묻는 질문에 쉰다고 답한 청년층의 수가 49만 7,000명으로 50만 명에 육박했다. 이는 지난 2003년 통계청의 조사 이후 최대치다. 심지어 지난 4월 통계청 경제활동인 구조사에 따르면 비경제활동인구 중 20대 쉬었음 인구는 38만 6,000명으로 50대 쉬었음 인구인 36만 5,000명을 추월했다. 지난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18년 동안 20대 쉬었음 인구가 50대 쉬었음 인구를 추월한 적은 없었다. 통상 20대는 당장 취업하지 못하더라도 시험공부나 구직 활동을 활발히 하기에 다른 연령대보다 쉬었음 인구가 적게 집계됨에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경제활동참가율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에 비해 전체 경제 활동참가율은 0.4%p 증가했지만 청년층 경제활동참가율은 1.2%p 떨어졌다. 전 연령층을 통틀어 경제활동참가율이 낮아진 계층은 청년층이 유일했다. 실제로 20대 경제활동참가율이 급감하면서 60대 초중반 세대조차도 20대보다 경제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쉬었음으로 분류된 청년들이 급증한 것은 청년층에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가 한창이던 때만큼 구직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코로나19 유행 전엔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20만 명에서 30만 명 사이를 오갔다. 그러다 유행이 본격화된 지난 2020년 43만 8,000명을 기록했고 지난해엔 45만 3,000명까지 증가했다. 박윤수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고용 시장 여건이 안 좋아지면 구직 활동을 포기하는 인구가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며 “청년층 쉬었음 인구가 늘어난 것은 청년 취업 상황이 그만큼 악화됐다는 뜻이다”고 전했다.
◆청년들이 구직을 단념하는 이유
청년들이 구직을 단념하는 이유는 절대적인 일자리의 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4/4분기 통계청 임금근로 일자리 동향에 따르면 전체 일자리 규모는 2,045만 개로 이전 분기 대비 26만 개 증가했지만 20대 일자리 규모는 322만 개로 이전 분기 대비 5만 개 감소했다. 특히 배달업 중심의 플랫폼 일자리의 급감이 눈에 띄었다. 배달업은 원하는 시간에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어 청년층의 선호도가 높았다. 그러나 코로나19 유행이 지나고 배달업 수입이 줄어들면서 청년층의 이탈이 늘었다. 실제로 음식 배달원을 비롯한 △가사 도우미△건물 청소원△아파트 경비원 등의 단순노무 종사자는 1년 전보다 11만 1,000명 줄었다. 단순노무 종사자가 그 이전 해보다 줄어든 건 지난 2021년 1월 이후 2년 만이다.
청년 일자리의 불안정성은 구직을 포기하게 만드는 또 다른 원인이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 비율은 지난 2020년부터 40%를 유지했다. 이는 늘어난 청년 일자리 중 상당수가 불안정한 일자리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연령층과 비교해도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 30대 비정규직 비율은 21.9%였고 40대의 경우 이보다 조금 높은 26.5%로 이는 20대 의 41.4%와 비교했을 때 한참 낮은 수치다. 실제로 지난 3월 통계청에 따르면 근로 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인 청년층 상용 근로자는 전년 대비 4만 5,000명 감소했다. 반면 계약 기간이 1개월 이상 1년 미만인 청년 임시직과 계약 기간이 1개월 미만인 청년 일용직은 각각 1만 3천 명과 1만 명씩 늘어났다. 한 요셉 한국개발연구원(이하 KDI) 산업·시장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청년층 의 첫 일자리 구직 기간이 과거엔 1년 미만으로 집계됐는데 최근 그 기간이 증가했다”며 “청년층은 안정성이 높지 않은 일자리로 계속 전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노동시장 인력수급의 양적 불일치 문제도 존재한다. 청년층이 대기업과 공기업에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근로 조건이 취약한 중소기업은 만성적인 구인난에 시달리고 이는 노동시장 인력수급 불일치로 직결되고 있다. 지난 24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청년 구직자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년세대 직장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청년층의 선호 직장은 △대기업 (64.3%)△공공부문(44.0%)△중견기업(36.0%) 순이었다. 중소기업을 선호한다는 응답은 15.7%에 그쳤다. 해당 조사는 중소기업에 대한 낮은 선호도가 중소기업 일자리에 대한 청년들의 부정적 인식이 반영된 수치라고 분석했다. 청년들은 중소기업 일자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원인으로 △업무량에 비해 부실한 처우(63.3%)△워라밸 실현 어려움(45.3%)△불투명한 미래성장 (43.7%)△낮은 고용안정성 우려(39.3%) 등을 꼽았다. 이렇듯 중소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따른 대기업과 공공부문 선호 현상은 일자리 불일치를 고착화할 것으로 보인다. 윤동열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일자리가 없다 기보다는 청년층이 일하고 싶어하는 일자리가 줄어든 게 가장 큰 이유다”며 “인력수급 불일치를 만든 고용환경이 문제다”고 설명했다.
노동시장에서의 질적 불일치 문제도 뚜렷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대학교 진학률이 70%를 웃돌 정도로 청년층의 고학력화가 두드러지고 있으나 경제환경 변화에 부응하지 못하는 대학교 교육으로 인해 고학력 청년층의 직무능력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지난 2020년 KDI가 발표한 ‘전공 선택의 관점에서 본 대졸 노동시장 미스매치와 개선방향’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교 졸업자의 70%가 대학교에 진학하지만 졸업 후 심각한 취업난을 겪으며 특히 취업자의 50%는 전공과 무관한 직장에 취직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성인역량조사에 참여한 경제협력개발기구(이하 OECD) 29개국 중 우리나라의 전공불일치율은 50.1%로 나타났다. 이는 인도네시아의 54.6%에 이은 전체 2위로 OECD 평균인 39.6%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처럼 산업수요와 무관한 청년층의 고학력과 기업들이 원하는 직무능력 간에 질적 불일치는 청년층의 고용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나아가야 할 방향
전문가들은 구직 포기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은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고자 불안정한 일자리를 양산하는 방식은 경계해야 한다”며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하는 일자리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2020년부터 정부는 청년 일자리 만들기 정책을 추진해 왔다. 대표적인 것이 청년 디지털 일자리 사업이다. 청년 디지털 일자리 사업은 기업이 IT 활용 가능 직무에 청년을 채용하는 경우 인건비를 월 최대 180만 원씩 최장 6개월 동안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총 6만 명을 지원하기 위해 예산으로 5,611억 원이 책정됐다. 정부는 해당 사업 목표 인원의 85.9%인 5만 2,000명의 채용을 완료했다고 밝혔지만 이러한 사업들이 현장에서 제대로 집행됐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따른다. 고승연 민주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청년 정책 대부분은 청년층의 특징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맹목적인 양적 확대에 집중했다”며 “예산에 맞춰진 일자리가 아니라 청년의 역량 및 적성과 일치하는 직무 기반의 일자리 개발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국내 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지난 2020년 기준 전체 기업의 99.9%는 중소기업이고 1인 이상 사업체 종사자 1,892만 7,000명 중 84%가 상용 근로자 300인 미만인 사업체에 서 일하고 있다. 중소기업 일자리 문제 해소 방안을 묻는 대한상공회의소의 질문에 따르면 응답자 중 절반이 중소기업 근로조건 개선(46.7%)이 우선돼 야 한다고 답했다. 또한 중소기업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선 △수평적 조직문화 조성△안전한 일터 조성△임금수준 향상△워라밸 보장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에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기업 맞춤형 일자리 지원방안에서 “현장 맞춤형 정책을 통해 취업하고 싶고 오래 근무하고 싶은 기업을 발굴하고 연결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대기업의 임금을 100%로 놓았을 때 중소기업의 임금은 58.4%인데 반해 일본 내 중소기업의 임금은 20년간 80%로 유지되고 있다. 대졸 초임의 경우는 격차가 더 줄어들어 90%까지 상승했다. 이는 일본이 임금을 인상한 중소기업의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정책으로 해당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광훈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 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을 지원해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노동시장에서 질적 불일치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와 해외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서울특별시(이하 서울시)는 청년층의 디지털 신기술 역량 강화를 지원하기 위해 무료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는 청년취업사관학교를 통한 취업 연계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으며 실제 기업 현장에서 활용되는 양질의 커리큘럼을 구성해 운영 중이다. 독일은 아우스빌둥(Ausbildung)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아우스빌둥은 기업의 수요에 맞춰 필요한 이론과 실무를 기업 현장과 학교 두 장소에서 가르치는 인재 양성 제도다. 임영태 경총 고용정책팀장은 “산업 수요를 반영한 교육과 훈련체계를 정비함으로써 청년층의 손쉬운 노동시장 진입을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 했다. 청년들이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대책을 모색하고 지원해야 할 때다.
황동현 기자 06donghyu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