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전과 제도는 학생들이 전공을 변경할 때 이용하는 제도로 학업과 진로를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도입됐다. 하지만 우리학교의 전과 제도는 역설적으로 전과를 고민하는 학생들의 신청을 가로막는다. 우리학교는 타 학교에 비해 전과 가능 인원이 적고 학과별로 전과 기준이 달라 학생들이 적절한 학습 환경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전과 제도 현황△전과 제도의 문제점△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전과 제도 현황
우리학교의 전과는 제한된 인원만 신청할 수 있으며 그 기준은 다음과 같다. 먼저 폐과 존치 학과 소속이 아닌 전과 희망자는 3개 학기 이상 재학하지 않은 2학년 진급 대상자 중 34학점 이상을 이수하고 평 점 평균이 3.50 이상인 재학생이어야 한다. 또한 전과는 재학 중 1회에 한하며 복수의 학과로 신청할 수 없다. 한편 비사범대학 계열 학생은 사범대학 계열로 전과할 수 없고 LD(Language&Diplomacy) 및 LT(Language&Trade) 전공으로 전과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러한 우리학교의 전과 제도는 전출 과정 진행 후 전입 과정이 이뤄진다. 우선 원적학과 입학정원의 10% 이내가 전출되며 해당학과의 전출 신청 인원이 전출 가능 인원을 초과할 경우에는 학업 성적순으로 전출을 승인한다. 그 후 전과 과정이 진행되는데 전출이 승인된 학생들 중 전과 지원 학과 입학정원의 5%만이 전입 승인을 받을 수 있다. 전입 과정에선 학과별로 서로 상이한 선발 기준을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조건을 고려할 때 전과를 희망하는 학생들은 높은 학업 성적과 일정한 학적 조건을 충족해야만 전과 신청이 가능하다.
글로벌캠퍼스 측에서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해 전출 과정에서 탈락한 학생은 34명이며 전입에 실패한 학생은 61명이었다. 즉 159명의 전과 신청 학생 중 최종 64명의 학생이 전과에 성공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과를 희망하는 학생 중 약 40%만이 전과에 성공한 것이다.
◆전과 제도의 문제점
우리학교 전과 제도의 문제점으로 먼저 전과 가능 인원수가 제한적이란 점을 들 수 있다. 우리학교는 전입 가능 인원을 입학정원의 최대 5%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는 서울 주요 15개 대학의 전과 가능 인원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홍익대학교의 경우 전출은 학과별 입학정원의 50% 이내에서 허가하며 동일 캠퍼스 내 학과로의 전입은 해당 학과 입학정 원의 30% 내에서 허가한다. △건국대학교△경희대학교(이하 경희대) △서울대학교△서울시립대(이하 시립대)△한양대학교(이하 한양대) 는 전출 및 전입을 입학정원의 최대 20%로 허용하고 있다. 중앙대학교(이하 중앙대)는 전입 및 전출 가능 인원을 입학정원의 10%로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대부분의 학교는 전입 및 전출 인원의 비율이 같으며 우리학교보다 더 많은 학생들의 전과를 허가하고 있다.
전과하기 위한 학적 조건이 까다로운 것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우리학교는 전과 가능 학년을 2학년 진급 대상자로 제한하고 있는 반면 △경희대△시립대△중앙대 등은 2,3학년 때 전과를 지원할 수 있 다. 우리학교는 전과를 신청할 수 있는 학년 조건 또항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전과 가능 학년의 제한은 학생들에게 부담을 안겨준다. 학생들은 4년 동안 배울 전공과목의 적합성을 1년 안 에 평가하고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강형우(아시아·이란어 22) 씨는 “1년의 동안 자신의 진로와 전공 적합성을 판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라고 밝혔다.
다음으로 우리학교의 전입 전형이 학과별로 상이하다는 문제점도 존재한다. 학과들은 제각각 상이한 전입 전형을 운영하고 있으며 대개 △면접△서류△성적△시험 등의 방식을 통해 학생들을 선발한다. 올해 기준 면접이 있는 학과는 △독일어과△스페인어과△영미문학 문화학과 등이며 행정학과의 경우 자기소개서와 같은 서류를 요구하기도 한다. △경제학부△루마니아어과△프랑스어학부 등은 학과 성적만 보는 한편 경영학과와 EICC학과는 전과 시험을 치른다. 이처럼 학과별 평가 방법이 상이하기에 학생들은 일관된 평가를 받지 못할 수 있다.
전공 적합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일부 학과의 전입 전형 또한 문제점으로 제기된다. 실제로 학업 성적만 보는 학과로 전과한 A 씨는 “1학기 때 최소 전공 학점을 듣고 2학기는 학점을 잘 받을 수 있는 교양만 들었다”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학업 성적만을 전입 기준으로 둔 학과로 전과한 B 씨의 경우 “전공이 잘 맞아서 전과 생각이 없었으나 평점 평균이 높아 도전했는데 전과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공 적합성과 관계없이 학업 성적만으로 전과한 학생들이 발생하는 것이다. 반면 연세대학교의 경우 반드시 원적학과의 전공 수업을 9학점 이상 들어야하며 모든 학과의 전입 과정에서 지원사유 및 학업계획서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학생들의 △변경할 학과에 대한 관심△잠재력△학습동기를 평가하기 위함이다.
전과한 학생들이 겪는 불편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먼저 전과를 하게 되면 원적학과에서 취득한 전공 학점이 모두 자율선택 학점으로 전환된다. 이로 인해 전과한 학과의 전공학점을 2학년을 기점으로 다시 취득해야 한다. 원적학과는 이중 또는 부전공으로 선택할 수 없다는 점 또한 전과한 학생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반해 고려대학교의 경우 원적학과가 전과 이후 변경 가능한 이중전공으로 자동 전환돼 이중전공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한편 서로 다른 캠퍼스로 전과한 학생들 중 ‘캠퍼스간 이중전공 제한 학과’로 이중전공을 배정받은 경우 해당 이중전공이 자동으로 삭제된다. 이러한 학생들은 별도의 이중전공 변경 절차를 거쳐야 하는 불편함을 겪게 된다.
◆나아가야 할 방향
먼저 전과 기준을 완화한 다른 학교의 사례를 주목할 만하다. 한양대의 경우 2021년까지 평점 평균이 3.0 이상인 2학년 학생만 전과를 신청할 수 있었으며 학과별 입학정원의 10% 이내로만 전입을 제한했 다. 그러나 2022년부터 △성적 기준 폐지△입학정원의 20% 이내로 전입 제한 확대△전과 가능 학년 제한 폐지 등 기존의 조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전과 제도를 개편했다. 이러한 개혁으로 한양대는 학생 들에게 더 많은 선택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었고 학생들은 자신의 관심 분야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지난달 13일 교육부가 발표한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에는 신입생의 전과 제한을 철폐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전까진 해당 시행령에 따라 2학년 이상인 학생에 한해 전과가 허용됐지만 이러 한 구절이 삭제되며 학칙에 따라 입학 즉시 전공을 바꾸는 것도 가능하게 됐다. 즉 모든 학년에서 전과가 가능해진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학생 모집 단계에서의 벽 허물기보다 재학생의 전과나 복수·융합전공 허용과 같은 실질적인 전공 선택권 보장이 정책적으로 더욱 중요하다”고 전했다.
위와 같은 현실을 고려할 때 우리학교는 학생들의 선택권과 자유권을 위해 제한적인 전과 제도의 변화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전과 가능 인원을 확대하거나 전과 절차를 보다 유연하게 운영함으로써 학생들이 자유롭게 전공을 선택하고 진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전과 시 학과별로 일관된 평가 방법을 마련해 학생들에게 공정한 평가를 제공하며 학생들의 전공 적합성을 보다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로써 학생들의 학습 권리와 선택의 폭을 존중하는 학습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전과 제도 기준이 완화될 시 우려되는 점 또한 존재한다. 일부 학과에 학생들이 과도하게 몰리거나 반대로 인원이 감소하게 된다면 학과 운영에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이는 기존 학생들의 수업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실제로 한양대에서 전과 제도를 개편한 이후 전공생은 늘어났지만 수업의 정원은 변동이 없어 기존 학생들이 주요 교과목을 듣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해 불만이 제기됐다.
전과생뿐만 아니라 기존 학생들의 학습권 역시 중요하다. 그러므로 전과 제도를 개편하고자 한다면 기존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면서도 학생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제공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또 한 학과나 전공 간의 균형을 유지하고 수업 정원을 적절히 조정해 모든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학습 목표를 달성하고 학교는 학생 중심의 교육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강예원 기자 08yewo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