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애프터 썬’을 보고] 널 진짜 사랑해, 잊지마

등록일 2024년11월20일 16시5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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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썬(After Sun)’이라는 영화와의 첫 만남은 ‘쓸쓸한 사랑 영화 추천 TOP3’ 이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물에 올려진 행복한 모습의 아빠와 딸의 포스터를 통해 이뤄졌다. ‘쓸쓸한 사랑’을 서로가 닿을 수 없는 거리감이 느껴지는 외로운 사랑이라고 여겼던 것과 달리 다정해보이는 부녀를 보며 이 둘 사이의 관계에 대해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들은 겉으로는 행복해보였지만 이 부녀 둘 사이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의 균열이 존재했다.

 

어렸던 딸은 아버지를 향해 깊은 애정을 느끼지만 우울증을 앓고 있던 아버지의 깊은 내면적 고통과 불안까진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영화는 성인이 된 딸이 아버지와 여행했던 시간을 되새기며 그때는 몰랐던 아버지의 고뇌와 감정을 조각처럼 짜 맞춰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그러나 기억은 이미 희미해졌기에 사랑의 흔적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영화는 더 이상 가까이 할 수 없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이해하려 해도 닿을 수 없는 현실에 대해 쓸쓸함을 남긴다.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아빠는 딸 소피에게 자신의 우울감이 전해지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지만 그의 눈엔 이미 슬픔이 가득 차보였다. 그러나 어린 소피(Sophie)와 마찬가지로 나도 영화를 보는 동안 그가 우울증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오히려 세상 무기력하고 게으른 아빠처럼 보였기에 그를 좋은 아빠라고 여기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인생의 맥락을 단 몇 분으로 파악하려 했던 나의 판단이 오해였음을 깨닫게 된다. 소피 역시 그를 이해하기 위해 아빠와의 기억의 조각을 긁어모았지만 그의 속사정까지 깊이 이해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렇듯 소피와 나는 아직 그의 아픔을 온전히 이해하기엔 힘든 어린 나이다. 그러나 아빠는 딸과 재밌게 놀아주기 위해 일찍 풀어버린 깁스와 혼자 남겨졌을 때만 눈물을 흘리는 등 그가 딸과 행복한 시간을 망치지 않기 위한 노력만큼은 선명히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이러한 아빠의 외로운 모습을 보며 갑자기 ‘혹시 우리 아빠도 그러지 않았을까?’라며 소피의 상황을 ‘나’에게 이입해 의식하기 시작했다. 아직까지도 완벽히 알 수 없지만 어린 시절에는 더욱 이해하지 못했던 아빠의 마음이 이제야 어렴풋이 느껴졌다. 가족 앞에선 늘 웃음을 잃지 않으려 애쓰고 혼자 있을 때만 슬픔을 흘렸을 아빠의 모습을 상상하니 가슴 한 편이 먹먹해졌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늘 힘든 감정을 삼켜내며 우리에게 기쁨만을 주고자 했던 가장의 무게는 아무도 알지 못할 것이다. 그가 웃을 때 그 안에 숨어있는 눈물은 오직 그와 가족만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인간의 복잡한 내면과 그것을 마주하는 또 다른 한 인간의 애틋한 시선을 통해 사랑과 쓸쓸함이 공존하는 특별한 순간들을 포착해내는 이 영화는 내게 평생 슬픔과 쓸쓸함의 잔향을 남길 것 같다.

 

 

최소윤 기자 09soyoo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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