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마주하는 방법

등록일 2025년03월05일 16시3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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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불안은 잘하고 싶단 마음에서 비롯된 작은 의심이다. 어떤 일이든 완벽하게 해내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 실수하면 안 된다는 생각과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란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늘 불안감에 사로잡히곤 한다. 특히 글을 쓸 때 그 불안은 더욱더 커진다. 

 

어릴 적 나는 남에게 편지를 쓰거나 미사여구로 가득한 문장을 만들어 선물하는 걸 좋아했다. 글을 쓰기 위해 오랫동안 고민하는 과정이 즐거웠고 한 문장 안에 나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을 수 있단 사실이 기뻤다. 하지만 내가 공들여 쓴 문장이 타인에 의해 가볍게 평가되고 때론 의도와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단 걸 깨달은 순간부터 글쓰기가 두려워졌다. 말은 흘러가 버릴 수 있지만 글은 기록으로 남는단 점이 나를 더욱 위축시켰다. 내가 남긴 흔적이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남에게 평가당하며 나를 옭아맬 것만 같았다. 그런 생각이 들수록 글을 쓸 때마다 스스로를 검열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떠오르던 단어들도 신중하게 골라야 할 대상으로 변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글을 쓰는 일이 더 이상 즐겁지 않았다. 그 두려움은 친구에게 건네는 짧은 카드 한 장조차 망설이게 했고 편지는 점점 쓰지 않게 됐다. 그렇게 간단한 글도 부담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과제처럼 긴 글을 작성해야 할 땐 더욱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과제라는 것은 결론적으로 누군가의 평가를 받기 위해 쓰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점수가 매겨지고 판단될 것이라는 사실이 나를 주저하게 했다. 잘 써야 한단 부담감은 문장을 막히게 했고 이는 글을 완성 시키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게 했다. 그래서 글쓰기 과제가 있는 날이면 하루 종일 과제만 붙잡으며 스트레스가 쌓여가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불안과 스트레스에 짓눌리기만 하면서 정작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 내가 답답하다고 느껴졌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방법들을 고민해 본 결과 최선의 방법은 글을 많이 쓰는 것이란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막연한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나는 외대학보에 지원했다. 꾸준히 글을 써야 하는 학보 생활을 통해 경험을 쌓다 보면 언젠가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도 희미해지지 않을까 기대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합격 소식을 기다렸고 마침내 합격 소식을 접한 순간 기대감과 동시에 긴장감이 밀려왔다.

 

그러나 막상 수습기자로서 방중 교육을 받다 보니 기대보단 걱정이 앞섰다. 글쓰기에 대해 기본적으로 있었던 불안감과 함께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글쓰기 방식을 익혀야 한다는 부담이 크게 느껴졌다. 하지만 교육을 거듭할수록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교육마다 부여된 과제들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다. 글을 쓰는 과정에 여러 번 막히고 부족한 점을 스스로 깨달으면서 고통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만큼 글을 다듬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내 글쓰기 실력도 점차 향상되고 있단 걸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꼼꼼하고 친절한 피드백 덕분에 외대학보의 서술 방식에 적응해 갈 수 있었고 기사를 작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앞으로의 학보 생활이 걱정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분명 배울 것도 많고 기사를 쓰는 과정에서 재미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불안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겠지만 나는 불안과 함께 나아가는 법을 배우고자 한다. 불안을 마주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멈추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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